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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방송에서 ‘피부가 쿨 톤이다, 웜 톤이다.’ 하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어떤 화장품 브랜드는 쿨 톤과 웜 톤에 맞는 색상을 따로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자기 피부 톤이 정확히 어떤 쪽에 속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선 무의미한 구분일 뿐이다.
내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옷 색깔 때문에 어머니와 무던히 싸웠던 기억이 있다. 단지 어머니는 단정하고 고전적인 스타일을, 난 발랄하고 트렌디한 스타일을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하기엔 색 문제가 컸다. 어머니는 항상 탁한 자주색, 카키색, 크림색 같은 걸 입히려고 하셨다. 하지만 난 그런 색 옷을 입으면 답답한 느낌이 들었고 거울을 봐도 예뻐 보이지가 않았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이런 갈등은 어머니와 내 피부 톤이 아예 달랐기 때문에 일어난 것 같다. 어머니는 웜 톤, 난 쿨 톤이었던 것이다. 물론 내가 쿨 톤이란 걸 알아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솔직히 난 대부분의 옷이 안 어울리고, 간혹 어울리는 색을 찾아 입으면 사람들 사이에서 무척 튀어 보인다.
지인 중에 피부가 가무잡잡하단 이유로 낙타색, 카키색 등 가라앉은 색만 입는 사람이 있었다. 옷 가게에서도 화사한 색은 추천해주지 않았다. 마흔이 넘도록 그렇게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난 그런 사람인가 보다.’ 하는 인식이 생겼다고 한다. 사실 굉장히 발랄하고 화려한 것도 좋아하는 성격이었지만 다른 색 옷을 시도할 용기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는 쿨 톤 중에서도 굉장히 원색적인, 심지어 네온 컬러도 잘 어울리는 쿨 톤 타입이었다. 어울리는 립스틱을 바르고, 핫 핑크 스웨터를 입었는데 성격부터 태도까지 완전히 달라 보였다. 본인도 스스로 이렇게 생기 있고 섹시한 이미지일 줄은 몰랐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기 톤을 찾는 건 이만큼 중요하다. 그럼 웜 톤과 쿨 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쉽게 말해 웜 톤은 노란 기가 많은 피부, 쿨 톤은 노란 기가 적어 푸른 기가 도는 피부다. 다 같은 황인종인데 무슨 소리냐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황인종은 중간 밝기의 피부인 것이지 노란 게 아니다. 오히려 백인 중에 아주 밝은 노란 피부인 사람이 많다. 또 흑인 중 아주 까만 사람은 노란 기가 거의 없는 쿨 톤인 경우가 많다. 서양인은 피부색과 머리색, 눈동자의 색이 다양하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을 찾아 입고 화장을 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눈동자와 같은 색 보석을 지니거나 드레스를 입으면 아름다워 보인다는 건 기본이다.
1928년 색채학자 로버트 도어(Robert Dorr)는 사람의 피부색을 따뜻한 노란색이 바탕인 웜 톤과 파란색이 바탕인 쿨 톤 타입으로 나누었다. ‘색채조화론’을 만든 스위스의 화가 요하네스 이텐(Johannes Itten)은 사람의 피부색과 분위기를 사계절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웜 톤에는 봄과 가을 타입이, 쿨 톤에는 여름과 겨울 타입이 생겨났고 점차 발전을 거듭해 만들어진 것이 ‘퍼스널 컬러’ 이론이다. 이미지 컨설턴트들은 이미 정해진 타입별 천을 얼굴 아래에 대어 보면서 각각에 맞는 계절 타입을 찾아준다.
사계절론이 별자리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을지는 모르지만, 웜 톤과 쿨 톤에 대해선 생물학적 근거가 있다. 사람의 멜라닌 색소에는 노랑-주황색을 띠는 유멜라닌과 흑갈색을 띠는 페오멜라닌이 있다. 이들 간의 비율에 의해 웜 톤인 사람과 쿨 톤인 사람을 결정할 수 있다. 일례로 아일랜드인의 특징인 빨간 머리와 주근깨 많은 흰 피부에서는 유멜라닌이 유난히 많이 발견되며 이들은 웜 톤 타입에 속한다. 티베트인은 가무잡잡하지만 노랗지 않고 갈색-회색 계열 피부색으로 쿨 톤인 사람이 많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단일 민족이란 믿음과는 달리 다양한 피부색이 섞여 있다.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인 같은 어두운 피부만 없을 뿐 백인만큼 흰 피부부터 동남아인만큼 어두운 피부까지 고루 존재하고 톤도 웜 톤, 쿨 톤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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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에디터의 화장품 가이드. 화장품에 대한 온갖 궁금증 해결은 물론이고, 자신의 피부 타입과 톤 알아내는 법, 화장품에 들어가는 성분과 질감까지 꼼꼼히 짚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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