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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정이 꿈꾸던 강호의 여유로운 삶
관련 장소 | 광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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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정의 자는 강중(剛中)이고 호는 사가정(四佳亭), 정정정(亭亭亭)이다. 아버지는 안주목사 등을 지낸 서미성이며, 어머니는 권근의 딸이고 자형은 영의정을 지낸 최항이다. 자못 대단한 집안이라 할 수 있다. 문장이 이미 일가를 이뤘으며 다양한 학문을 접해온 그는 일찍부터 천문·지리·의약·복서·풍수를 섭렵했다.
문장과 글씨에 두루 능해 과거에 네 번 과거에 급제하고 예종 때 대제학에 올랐으며 육조 판서를 두루 지낸 인재다. 또한 그는 성종 대 왕명을 받아 삼국시대부터 조선 초기까지 좋은 시와 산문을 두루 모아 《동문선(東文選)》을 편찬한 중심인물이기도 하다. 《동문선》에는 우리나라의 문장을 중국과 동격에 놓고 중국 문학에서 독립하여 민족 문학을 설립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외에도 《사가집》 34권을 비롯하여, 《역대연표》, 《여지승람》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저술을 남겼다.
빼어난 업적 못지않게 세종부터 성종까지 45년간 여섯 임금을 섬긴 그는 출세를 위한 줄도 잘 서 수양대군을 따라 명나라 종사관으로 다녀와 계유정란 후에 출세 가도를 달렸다. 당대 최고를 자랑하던 문장가였지만 권력을 찬탈한 쿠데타 정권의 문화 정책에 탁월한 공적을 세운 터라 객관적 평가를 받지 못했다. 세조의 왕위 찬탈을 비난하며 전국을 떠돌아다니던 김시습에게 종종 봉변을 당하기도 했는데 《명신록(名臣錄)》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
서거정이 가마를 타고 가다 김시습과 마주쳤다. "어이 강중(剛中, 서거정의 자) 잘 지내시나?" 그러자 옆에서 서거정의 행차를 수행하던 관리가 그의 죄를 물으려 했다. 고관의 이름을 함부로 부른 무례함 때문이다. 그러자 서거정은 "이보게, 미친 사람과 무얼 따진다는 건가? 만약 이 사람을 벌한다면 백 년 뒤 그대 이름이 누(累)가 될 것이야." 이렇게 만류하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떴다고 한다.
70여 년의 생애 동안 쌓은 권세와 업적이 하늘을 찌르던 그도 말년에는 은퇴하여 세상을 멀리한 채 한적한 곳에서 살고 싶어 했다. 벼슬에 있으면서도 광나루를 오갈 때마다 광나루의 아름다운 풍경을 시로 읊으며 강호를 꿈꾸곤 했던 그다. 그가 꿈꾸던 강호의 삶은 오늘날 온데간데없지만, 그가 남긴 문장 속에서나마 아련하게 느낄 수 있다.
사가집(四佳集)
조선 전기의 문신인 서거정(徐居正)의 시문집. 63권 26책. 목판본.
명신록(名臣錄)
조선 초기에서 17세기 중반까지의 명신 407명에 대한 기록을 모아놓은 책. 정조의 명으로 이익진(李翼晋) 등 초계문신(抄啓文臣)이 편찬했다. 12권 12책. 필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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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도성을 둘러싸고 있는 안산, 인왕산, 북악산, 낙산, 남산을 시작으로 서울의 성곽, 마을, 강으로 이어지는 한양의 역사를 하나하나 탐색한다. 조선의 왕, 지식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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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서거정이 꿈꾸던 강호의 여유로운 삶 – 서울, 한양의 기억을 걷다, 김용관,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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