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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 한양
의 기억을
걷다

세계인을 꿈꾸던 청백리 이수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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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장소 낙산

광해군 초 도승지까지 역임했던 이수광(李睟光)은 1613년(광해군 5년) 영창대군이 죽음을 당하는 계축옥사가 일어나자 미련 없이 관직을 버리고 은거했다. 이때 그의 나이 51세였다. 광해군은 대사성을 벼슬로 내리며 회유했으나 끝내 거절했다.

벼슬에서 물러난 이수광은 낙산 비탈진 곳에 비우당(庇雨堂: 비를 겨우 피할 정도로 누추한 곳)이란 집을 짓고 은거하며 지냈다. 비우당이란 이름을 지은 이유는 조선 초 장마철에 일산(日傘)을 펴고 비를 근근히 가리며 살 정도로 청빈하게 살았다는 정승 유관의 뜻을 기리기 위함이었다. 이수광은 이곳에서 조선 최초의 백과사전이라 평가받는 《지봉유설(芝峰類說)》을 쓴다.

《지봉유설》은 이수광이 세 차례에 걸친 명나라 사행을 통해 입수한 외국 서적과 세계 정보를 바탕으로 쓴 실학 서적이다. 《지봉유설》에는 중국, 일본, 베트남은 물론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에까지 이르는 정보가 소개돼 있으며 선교사 마테오 리치가 만든 세계지도인 <곤여만국전도>가 조선에 전해졌다는 사실까지 밝히고 있다.

이수광은 이후로도 지방에 내려가 순천부사 등을 지내며 중앙 정계를 멀리했다. 동서(同壻) 관계인 허균이 능지처참을 당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아 지방관 임기를 마친 후에도 수원에서 학문에만 매진하다 1923년 인조반정 후에야 다시 관직에 복귀한다. 포용력 있는 학문적 자세와 정치를 추구했던 그의 처세 덕분일까? 1628년 12월 26일 이수광이 죽은 뒤 실록의 기록은 사뭇 동정적이다.

이수광은 너무 약해 몸이 옷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러나 매우 과묵하였고 몸가짐이 엄숙 단정하여 음악과 여색을 멀리했다. 항상 온화하고 공손하며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존중하는 마음이 깊어 벼슬살이 44년 동안 여러 변란을 겪었지만 누구에게도 탄핵을 당한 적이 없었다. - 《인조실록》, 1628년 12월 26일

또한 낙산 아래에는 경종의 장인이었던 어유구의 형 어유봉이 살던 '기국원(杞菊園)'이 있었다. 구기자와 국화가 가득한 정원이란 뜻이다.

어유봉은 장동 김씨인 김창협의 제자였다. 노론 스승을 두고 있으니 노론을 따라야겠지만 경종을 지지하는 세력이 소론이니 이도 저도 아닌 어디에도 기댈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런 그의 처지가 종종 우울증을 부르기도 했을 것이다. 1730년에는 경종의 계비 선의왕후 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만큼 두 형제는 정치적으로 불편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영조는 어유구와 어유봉 두 사람에게 여러 차례 관직을 하사했지만 둘은 번번이 고사했다.

동서로 몇 길이며, 남북으로 몇 길이며, 그 넓이는 40여 칸 집을 지을 정도다. 그 서쪽에 서재를 짓고 백천재(百千齋)라 하였으니, 대개 《중용》에서 자신은 남들보다 백 번 천 번 더한다는 말을 취한 것이다. 동쪽 대에 돈대를 쌓아 높이를 한 자 남짓 되게 하고 남산과 마주 보게 하였으니, 도연명(陶淵明)의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면서, 여유 있게 남산을 바라본다'라는 시와 합치한다.

이 때문에 그 이름을 유연대(悠然臺)라 하였다. 앞뒤의 빈 땅을 개간하여 가로세로로 밭두둑을 만들었다. 구기자를 두루 심고 국화 수백 포기를 담장 아래 빙 둘러 심었다. 담장 모서리에 벽도화(碧桃花) 한 그루를 심고 분매(盆梅) 하나를 두었으며, 물을 채운 옹기 둘에다 홍련과 백련을 담아두었다. 다만 구기자와 국화가 가장 많기에 이 때문에 이름을 기국원이라 한 것이다. 기국원의 주인은 그 뜻을 스스로 이렇게 적는다. - 이종묵, 《글로 세상을 호령하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조선왕조 역대 임금들의 실록(實錄)을 통칭하는 편년체 사서. 태조에서 철종까지 472년간에 걸친 25대 임금들의 실록 28종을 일컫는다. 국왕이 교체될 때마다 사관들이 다양한 자료들을 모아 편찬했다. 1,893권 888책. 필사본·영인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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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집필자 소개

《월간축구》, 《골든에이지》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조선의 군주와 역사에 관심이 많아 《월간중앙》과 《한경리쿠르트》 등에 조선 역사의 흥미로운 이야기와 조선 군주의 리더십에 관한 글을 연재한 바..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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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양의 기억을 걷다
서울, 한양의 기억을 걷다 | 저자김용관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한양 도성을 둘러싸고 있는 안산, 인왕산, 북악산, 낙산, 남산을 시작으로 서울의 성곽, 마을, 강으로 이어지는 한양의 역사를 하나하나 탐색한다. 조선의 왕, 지식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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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 따라 마음 따라 1. 광나루 2. 잠실나루 3. 뚝섬과 두모포 4. 동작나루와 노들나루 5. 마포 6. 양화나루와 난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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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세계인을 꿈꾸던 청백리 이수광서울, 한양의 기억을 걷다, 김용관,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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