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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는 인현동(仁峴洞)에서 시작된다. 원래 인성부현(仁城府峴) 혹은 인성현(仁城峴)이라 하다 인현으로 줄여서 부른 것이다. 조선 선조의 일곱째 아들 인성군(仁城君)의 집이 이곳에 있어 인현동이라 불렀다. 인성군은 이괄의 난 때 적당에 가담했다 하여 간성과 원주에 유배되었던 인물이다. 1628년 5월 14일에는 대북파의 잔당이 모반을 기도할 때 왕으로 추대되었다가 진도에 유배되었고 그곳에서 자결을 강요받아 죽었다.

건천동(乾川洞)은 오늘날 인현동 1가 40번지 부근을 말한다. 이 지역으로 흐르는 개천에 비가 오지 않으면 물이 말라 도로로 사용되었다. 그래서 마을 이름이 건천동 혹은 마른내길, 마른내골로 불렸다. 건천동에서 태어난 사람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이 바로 이순신이다.

이순신 장군의 본관은 덕수(德水)고, 자는 여해(汝諧), 시호는 충무(忠武)다. 이순신은 1545년 4월 28일 새벽에 한성부 남부 건천동에서 부친 이정과 모친 초계 변씨의 오 남매 중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이순신의 할아버지인 이백록은 선비였으나 중종 때 기묘사화에 연루돼 참화를 입은 탓으로 부친은 평생 벼슬을 외면하고 평민으로 지냈다. 그러다 가세가 기울자 이순신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건천동을 뒤로하고 외가인 아산 방화산 기슭(아산 고을 백암리)으로 이사 가게 된다.

어릴 적 같은 마을에서 살았던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의 연보를 보면 류성룡은 외가인 경상도 의성에서 태어나 열세 살 때 서울로 상경했다고 되어 있다. 이순신과 류성룡의 나이가 세 살 차이인 것을 고려하면, 두 사람이 한마을에서 마주 보고 살았을 시기는 이순신이 열 살 무렵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조실록》에는 선조가 류성룡에게 이순신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대목이 나오는데 류성룡은 "신의 집이 이순신과 같은 동네에 있기 때문에 그의 사람됨을 깊이 알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허균은 류성룡에게 글을 배우고 이달에게 시를 배웠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순신이 가세가 기울어 아산으로 내려간 뒤 류성룡은 같은 마을에 사는 스물일곱 살 연하인 허균을 제자로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이들보다 앞선 시대에 유희춘이 건천동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며 살았다. 유희춘은 허균의 아버지 허엽과 친했던 사이다. 이렇게 해서 건천동에는 조선 사대부의 학맥 가운데 서인 반대 세력이 대거 몰려 살게 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충무로를 중심가라는 의미로 본정통(本町通)이라 부르기도 했다. 당시 1정목에서 5정목까지 있었는데 광복 후인 1946년 고을의 명장 이순신의 시호를 따 충무로로 개칭했다. 기대승의 《고봉집(高峰集)》에는 '퇴계 선생이 우거(寓居)하던 건천동 집에 분매를 두고 가다'라는 시 구절이 있으며, 허균의 문집에도 그가 살았던 건천동 출신 인물들이 언급돼 있다.

한편 충무로 고갯길은 비만 오면 발이 빠진다 해서 진고개라 불렸다. 1907년(광무 10년) 이곳에 흙을 파내 고개를 낮추는 동시에 하수도를 묻어서 다니기 편하게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