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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 한양
의 기억을
걷다

16세기 조선은 시인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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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장소 잠실나루

한강의 아름다운 풍광은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인문학적 상상력까지 더해졌을 때 더욱 돋보인다. 약 400년 전 한강은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래서 중국의 사신들은 귀국하기 전 한강에서 즐긴 뱃놀이를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여겼다. 일본에서 온 사신들은 국가의 격이 낮다는 이유로 그런 행운을 누리지도 못했다.

16세기 조선은 시인의 나라였다. 한·중·일을 통틀어 당대 최고의 여류 시인으로 주목받았던 허초희(난설헌)와 그녀에게 시를 가르쳐준 손곡 이달, 고죽 최경창과 옥봉 백광훈 그리고 뭇 남성들의 가슴을 시로 적셔준 기생 황진이와 매창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묏버들 가려 꺾어 임에게 보냅니다.
임이 주무시는 창문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나거든 외로운 나인가 여기세요.

이 시는 1574년 홍랑이란 함경도 홍원 지방의 기생이 그의 연인 최경창에게 보낸 한글 시조다. 이능화의 《조선 해어화사》라는 책에는 홍랑의 사랑에 관한 짧은 일화가 소개돼 있다. 최경창이 1568년 문과에 급제한 뒤 5년 만에 처음 부임한 곳은 한양에서도 가장 먼 함경도 경성(鏡城)이었다. 경성은 서울에서 천 리 이상 멀리 떨어진 변방인데 최경창은 이곳에서 북도평사의 임무를 맡고 있었다.

최경창과 홍랑이 처음 만난 곳은 경성부사가 마련한 주연 장소인 취우정(翠羽亭)이었다. 최경창이 먼저 홍랑에게 술잔을 건네며 "요즘 누구의 시가 가장 좋으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홍랑은 "고죽 선생의 글이 가장 좋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알고 대답했는지 모르고 대답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말을 들은 최경창은 소매에서 피리를 꺼내 한 곡조 사랑가를 연주한 다음 자기가 고죽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하여 두 사람의 사랑은 시작됐다.

삼당시인의 또 한 사람, 백광훈도 벼슬에는 큰 뜻을 가지지 않고 자유롭게 살다 간 자유분방한 시인이다. 당시 조선의 사신으로 온 명나라 학자도 그의 시를 보고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며 백광선생(白光先生)이라 불렀을 정도로 조선보다는 명나라에서 더 알려진 시인이다. 또 이달이란 시인도 있었다. 그는 허균과 허난설헌에게 시를 가르친 사람이다. 그 역시 시로 여러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네 곱게 단장한 머리는 빗자루처럼 희끗한 것이, 묵묵히 앉아 있는 것은 꼭 귀신을 보는 듯하다. 훌륭한 비단옷을 온몸에 두른다고 해도 남의 옷을 빌려 입은 것을 감출 수 없으니, 끝내는 곽충륜에게나 시집가게 되리라.

이 시는 이달이 평양 기생 옥하선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지은 시다. 옥하선은 당시 평양에서 잘나가는 기생이었다. 이달은 그녀의 반반한 얼굴이 마음에 들어 여러 번 기방 문을 두드렸지만 옥하선은 이달의 몰골이 형편없어 계속 피했다. 그러자 화가 난 이달이 옥하선을 골탕 먹이려고 이 시를 지어 평양 시내 곳곳에 써 붙여놓은 것이다. 곽충륜은 당시 평양에서 소문난 갑부였지만 늙고 추한 데다 꼽추였다. 그래서 옥하선을 돈만 밝히는 여인에 비유해 흉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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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집필자 소개

《월간축구》, 《골든에이지》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조선의 군주와 역사에 관심이 많아 《월간중앙》과 《한경리쿠르트》 등에 조선 역사의 흥미로운 이야기와 조선 군주의 리더십에 관한 글을 연재한 바..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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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양의 기억을 걷다
서울, 한양의 기억을 걷다 | 저자김용관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한양 도성을 둘러싸고 있는 안산, 인왕산, 북악산, 낙산, 남산을 시작으로 서울의 성곽, 마을, 강으로 이어지는 한양의 역사를 하나하나 탐색한다. 조선의 왕, 지식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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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16세기 조선은 시인의 나라서울, 한양의 기억을 걷다, 김용관,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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