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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정동에 살던 조선의 이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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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지략》과 《동국여지비고》 등을 보면 남산 아래 동네에는 동악(東岳) 이안눌(李安訥)의 동악시단(東岳詩壇)과 풍원군 조현명의 귀록정(歸鹿亭)이 상당히 유명했다고 한다. 동악시단의 옛터는 현재 동국대학교 구내며, 귀록정은 오늘날 필동 2가 부근이다.

귀록정은 어진 재상으로 알려진 조문명, 조현명 형제가 살던 곳이다. 조문명은 아호가 학암(鶴岩)이다. 문과에 급제하고 대제학을 역임했으며 1728년(영조 4년) 이인좌의 난을 평정한 공으로 풍릉군 작위를 받았다. 1730년(영조 6년)에는 우의정을 거쳐 좌의정까지 올랐다.

그보다 10년 아래 아우인 조현명은 아호가 귀록(歸鹿)으로 문과에 급제하고 역시 이인좌의 난을 진압한 공으로 풍원군에 책봉되었다. 1750년(영조 26년) 영의정에 올라 균역법 제정을 통괄하였다.

조현명은 집 근처에 귀록정이란 정자를 세웠는데 귀록이란 '사슴 수레를 함께 잡고 시골로 돌아간다'라는 고문에서 인용한 말이다. 실제로 그는 정자 아래에 언제나 푸른 줄로 사슴을 매어 두었다고 한다.

동악 선생 시단(동국대학교 교정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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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정동(墨井洞) 동명은 우물이 깊어 검게 보였다는 감정우물(오정, 烏井)에서 유래했다. 이곳에 묵사(墨寺)라는 절이 있어 묵사동(墨寺洞)이라 부르기도 했다. 또 먹적골, 묵절골 등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바로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에서 주인공 허생이 살았던 곳으로 등장하는 동네다.

이곳에는 '조선의 이태백'이라 불렸던 이안눌이 살았다.

집에 보낼 편지에 괴로움 말하려다 흰머리 어버이 근심할까 두려워, 북녘 산에 쌓인 눈 천 길인데도 올겨울은 봄날처럼 따뜻하다 적었네. - 《동악집》 <기가서(奇家書)>

이안눌이 함경도 관찰사 시절에 눈이 천 길이나 쌓인 변방에서 겨울을 보내며 지은 시다. 친구인 임숙영 또한 비분강개한 시인 기질 때문에 광해군 시절 혹독한 고초를 겪으며 은둔 생활을 자처했다.

이안눌은 29세에 문과에 급제해 언관(言官)직을 두루 거치고 광해군 시절에는 주로 지방 수령직을 맡아 정쟁의 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괄의 난에 방관했다는 이유로 귀양을 갔다가 정묘호란이 일어나자 사면돼 강화유수에 임명되었다.

병자호란 당시 병중인 몸을 이끌고 왕을 호종하며 남한산성에 갔다가 환도한 뒤 병세가 악화돼 죽었다. 이안눌과 그의 친구들은 모두 거친 시대를 살다간 시인이었지만 그들이 바라본 세상은 한없이 따스하고 맑은 곳이었다.

우리나라 시인으로는 동악 이안눌을 일컫는다. 묵사동에 살면서 그 위쪽에 시단(詩壇)을 만들고 날마다 빈객들과 시를 지었으며, 이를 '동악시단'이라고 명명하였다. 그 아래쪽에 집을 짓고 살았는데, 지금은 모두 빈터이고 석각(石刻)만이 남아 있다. - 《임하필기》 제30권

금위영의 분영인 남별영(南別營)도 묵정동에 있었다. 남별영은 원래 태종의 둘째 딸 경정공주가 출가해서 살던 곳으로 선조의 셋째 아들 의안군이 거처하기도 했다. 임진왜란 때는 한양을 점령한 왜군이 이곳에 진을 쳤으며, 명나라 군대가 참전한 뒤에는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머물기도 했다.

한양으로 환도한 선조가 자주 이곳에 들러 명나라 장수를 접견했기 때문에 남별궁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남별궁은 이후 중국 사신들을 위한 연회 장소로 쓰였고 지금은 남산 한옥마을이 들어서 있다.

남산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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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지략(漢京識略)
조선 시대 한성(漢城)의 역사를 간략하게 서술한 책. 연대는 미상이며, 저자는 유득공의 아들 유본예로 추정되는 수헌거사(樹軒居士)다. 2권 2책. 필사본.

동국여지비고(東國輿地備)
작자·연대 미상의 인문지리서. 조선 시대의 전국과 서울의 지리적·제도적·인문적 사항을 기록한 책이다. 2권 2책. 필사본.

국역 임하필기(林下筆記)
조선 후기의 문신인 이유원(李裕元)의 문집. 1871년(고종 8년) 조선과 중국의 사물에 대하여 고증한 내용이다. 39권 33책. 필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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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집필자 소개

《월간축구》, 《골든에이지》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조선의 군주와 역사에 관심이 많아 《월간중앙》과 《한경리쿠르트》 등에 조선 역사의 흥미로운 이야기와 조선 군주의 리더십에 관한 글을 연재한 바..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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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양의 기억을 걷다
서울, 한양의 기억을 걷다 | 저자김용관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한양 도성을 둘러싸고 있는 안산, 인왕산, 북악산, 낙산, 남산을 시작으로 서울의 성곽, 마을, 강으로 이어지는 한양의 역사를 하나하나 탐색한다. 조선의 왕, 지식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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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 따라 마음 따라 1. 광나루 2. 잠실나루 3. 뚝섬과 두모포 4. 동작나루와 노들나루 5. 마포 6. 양화나루와 난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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