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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정부종합청사와 서울지방경찰청 사이 건널목에는 종침교(琮琛橋)라는 다리가 있었다. 《한경지략》을 보면 성종 때 허종(許琮)과 허침(許琛) 형제가 연산군의 생모 윤씨를 폐비하는 논의에 참석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이 다리에서 떨어져 부상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두 형제는 훗날 연산군이 폐비 윤씨 사건으로 피바람을 일으킬 때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경복궁 서쪽에는 영추문이 있고 그 앞에 있는 동네가 통의동이다. 이곳 통의동에는 백송이 있었는데 한때 천연기념물 제4호로 지정되었을 만큼 크고 아름다웠으나 1990년 7월 17일 태풍으로 고사해 현재는 나무 밑동만 남아 있다. 이곳 백송터가 바로 창의궁(彰義宮)이 있던 자리다.

종침교 터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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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의 서문인 영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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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궁은 한성부 북부 순화방(順化坊: 지금의 종로구 통의동 35번지)에 있던 별궁으로 영조가 임금에 오르기 전까지 살던 곳이다. 1718년 3월 9일 숙빈 최씨(숙종의 후궁이자 영조의 어머니)는 49세를 일기로 창의궁에서 숨을 거두었다. 여인은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도 아들의 앞날을 걱정했을 것이다. 노론의 기대를 받던 연잉군은 훗날 영조로 왕위에 오르지만 당시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살얼음판 정국이었다. 영조는 왕위에 오른 뒤에도 종종 이곳에 들러 생모와의 추억을 회상하곤 했다.

《영조실록》에서 창의궁을 찾아보면 151건이나 발견된다. 그만큼 자주 갔다는 이야기다. 사도세자에 선위를 한다고 하곤 며칠을 머물던 곳이기도 하다. 1752년 8월 2일에는 의소묘(懿昭廟)를 창의궁에 세웠다는 기록도 있다. 의소는 정조가 태어나기 3개월 전에 죽은 영조의 손자이자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겨우 3살 먹은 어린 손자가 죽자 그 어린 것에 무슨 추모할 것이 있겠느냐며 눈물짓던 영조다.

창의궁 백송 터는 추사 김정희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영조의 딸 화순옹주가 김정희의 증조부인 김한신과 결혼해 창의궁은 두 사람의 소유가 됐다. 1791년 창의궁 앞을 지나던 좌의정 채제공은 추사가 여섯 살 때 쓴 입춘방(立春榜)을 보고 깜짝 놀라 그의 양부인 김노경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아이는 명필로 일세에 이름을 드날릴 것이나 운명이 기구할 것이니 그것이 마음에 걸리네. - 《대동기문(大東奇聞)》

글씨 하나로 그 사람의 운명까지 짐작하는 채제공의 깊은 통찰력이 신비롭다. 초정 박제가도 그 무렵 창의궁에 걸린 추사의 글씨를 보고 제자로 삼고 싶다 청해 그의 스승이 되기도 했다.

통의동 백송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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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궁 터이자 추사 김정희의 집터임을 알리는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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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조선왕조 역대 임금들의 실록(實錄)을 통칭하는 편년체 사서. 태조에서 철종까지 472년간에 걸친 25대 임금들의 실록 28종을 일컫는다. 국왕이 교체될 때마다 사관들이 다양한 자료들을 모아 편찬했다. 1,893권 888책. 필사본·영인본.

대동기문(大東奇聞)
조선 시대 역대 인물들에 얽힌 일화를 모은 책. 1925년 강효석(姜斅錫)이 편찬하고 윤영구(尹寗求)와 이종일(李鐘一)이 교정하여 한양서원(漢陽書院)에서 출간했다. 4권 1책.

한경지략(漢京識略)
조선 시대 한성(漢城)의 역사를 간략하게 서술한 책. 연대는 미상이며, 저자는 유득공의 아들 유본예로 추정되는 수헌거사(樹軒居士)다. 2권 2책. 필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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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집필자 소개

《월간축구》, 《골든에이지》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조선의 군주와 역사에 관심이 많아 《월간중앙》과 《한경리쿠르트》 등에 조선 역사의 흥미로운 이야기와 조선 군주의 리더십에 관한 글을 연재한 바..펼쳐보기

출처

서울, 한양의 기억을 걷다
서울, 한양의 기억을 걷다 | 저자김용관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한양 도성을 둘러싸고 있는 안산, 인왕산, 북악산, 낙산, 남산을 시작으로 서울의 성곽, 마을, 강으로 이어지는 한양의 역사를 하나하나 탐색한다. 조선의 왕, 지식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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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 따라 마음 따라 1. 광나루 2. 잠실나루 3. 뚝섬과 두모포 4. 동작나루와 노들나루 5. 마포 6. 양화나루와 난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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