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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 한양
의 기억을
걷다

숭례문에서 헌괵례를 거행하다

요약 테이블
관련 장소 숭례문

1728년(영조 4년) 4월 19일, 영조는 토벌대장 오명항(吳命恒)을 숭례문에서 맞이했다. 이날 숭례문에서는 헌괵례(獻馘禮)를 거행했다. 헌괵례는 전쟁에서 승리한 장수가 임금에게 적의 머리를 바치는 의식이다. 한 달 전인 3월 14일 이인좌(李麟佐)의 난이 발발했고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도성에선 피난민들이 짐을 꾸리고 있었다. 다음 날 청주성이 함락됐다는 소식을 들은 영조는 도성문을 굳게 닫고 파발을 띄워 관군을 한양으로 집결케 했다.

이인좌의 난은 경종을 죽인 것은 영조고, 임금이 아니라 수괴인 영조를 몰아내야 한다며 영남, 호남, 충남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난 반란이다. 그러나 안성전투에서 오명항이 새로운 무기인 신기전을 투입해 혁혁한 전과를 거두고 초반 반군의 승세를 완전히 누르자 승리는 관군 쪽으로 돌아갔다. 오명항은 도망가던 이인좌를 잡아 서울로 압송하는 한편 영남 지역 반군을 서둘러 소탕하고 진압했다.

4월 19일 난리가 공식 종료되었다. 최고 공로자 오명항은 군대를 이끌고 숭례문 밖에서 임금에게 수괴들의 머리를 바쳤다. 영조는 숭례문 문루에 올라가 오명항을 영접했고 오명항은 임금에게 노포문(露布文: 승리를 알리는 글)을 올렸다.

흉악한 말이 비등하여 먼저 궁벽한 산골의 광포(狂暴)한 자들을 꾀었고, 폐기된 족속들이 응하여 일어난 난입니다. 오랑캐 같은 자들이 은신하여 은밀히 자라나자 종사의 위태로움을 알고 분연히 일어나 한강을 건너 안성에서 개미떼처럼 주둔하고 있는 적도들을 먼저 물리쳤고, 요란한 천둥소리(신기전의 위력)에 죽산에서 저항하던 저들도 저절로 무너졌습니다.

저들은 가마솥 속의 물고기와 불길에 휩싸인 제비집의 제비 같이 놀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형벌을 받았으며, 까마귀처럼 모이고 쥐처럼 달아나는 무리를 차례로 사로잡았습니다. 영남의 적도들도 소탕했으며 천지 귀신도 은밀히 도와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충청도, 호남, 영남이 모두 즉시 평정되었으니 이제 남인(南人)이 다시 배반하지 않을 것입니다. - 《영조실록》, 1728년 4월 19일

이어 오명항이 황금 투구에 붉은 갑옷을 입고 꿇어앉아 반군 수괴 이웅보·정희량·나숭곤의 머리를 단 아래 놓았다. 그러자 판의금 김흥경이 이를 받아 단상에다 진열했다. 또 영의정 이광좌가 다시 머리를 받아 문루 위로 올라가 임금에게 보였다. 임금은 이들을 모두 장대에 매달라 명했다. 영조와 오명항이 함께 광통교를 통해 대궐로 들어오는데 이때 거리를 메운 백성이 천세 삼창을 외치자 임금은 어가에서 내려 눈물을 흘리며 그들을 돌아보고 감격해 했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조선왕조 역대 임금들의 실록(實錄)을 통칭하는 편년체 사서. 태조에서 철종까지 472년간에 걸친 25대 임금들의 실록 28종을 일컫는다. 국왕이 교체될 때마다 사관들이 다양한 자료들을 모아 편찬했다. 1,893권 888책. 필사본·영인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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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집필자 소개

《월간축구》, 《골든에이지》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조선의 군주와 역사에 관심이 많아 《월간중앙》과 《한경리쿠르트》 등에 조선 역사의 흥미로운 이야기와 조선 군주의 리더십에 관한 글을 연재한 바..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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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양의 기억을 걷다
서울, 한양의 기억을 걷다 | 저자김용관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한양 도성을 둘러싸고 있는 안산, 인왕산, 북악산, 낙산, 남산을 시작으로 서울의 성곽, 마을, 강으로 이어지는 한양의 역사를 하나하나 탐색한다. 조선의 왕, 지식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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