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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기억을
걷다
어진 선비가 살던 마을
관련 장소 | 남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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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아래 소공동과 충무로 일대는 한성부 남부 11방 중 하나인 호현방(好賢坊)이라 불리다가 고종 때에 회현방(會賢坊)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곳에 어진 선비가 많이 살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이곳은 대동법의 전도사인 김육이 뒤늦게 집을 마련한 곳이기도 하다. 김육의 손자이자 명성왕후의 사촌 오빠인 김석주가 집을 물려받아 살았는데 오늘날 김석주 생가는 너무 많이 변해 그 위치를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김석주 고택 회현방 후미진 곳 바깥채는 불에 타버리고 이제 안채만 남아 있었는데 이름을 청류헌(聽流軒)이라고 하였다. 시냇가에 걸터앉은 형세로 지었기 때문이다. 기왓장에는 모두 식암이라는 두 글자를 새겼다. - 《임하필기》 제27권 <와당>
김석주의 호가 식암(息庵)이다. 암자에서 쉬고 싶다는 뜻에서 그런 호를 지은 것이겠지만 당쟁의 한복판에 있던 그는 자신의 바람만큼 편안한 말년을 보내진 못한 듯하다.
김석주의 집은 회현방 회현동 남산 기슭에 있다. 어렸을 때 얼굴의 생김새가 범 같았는데, 범은 의당 산에 있어야 한다고 여겨 드디어 거처하는 누대를 재산(在山)이라고 이름 하였다. 담장 밖에는 늙은 소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손수 심은 소나무다. 열아홉 번 꺾어진 폭포가 있고, 그 아래에 우물이 있는데 맛이 매우 향기롭고 차다. 우물이 있는 푸른 석벽 위에는 창벽(蒼壁)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다. - 《신증동국여지승람》 제3권
아무리 봐도 열아홉 번 꺾어진 폭포는 지금 모습과 도저히 겹쳐지지 않는다. 그러니 행여나 '우물이 있는 푸른 석벽 위 창벽(蒼壁)'이란 두 글자를 찾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약 백 년 후인 1783년(정조 7년), 스물두 살인 정약용은 이곳 회현방 재산루 근처 종현(鐘峴)으로 이사해 살면서 자신의 집 이름을 누산정사(樓山精舍)라 지었다. 이곳은 그의 6대 외조부인 고산 윤선도가 살았던 곳이기도 한데, 오늘날 명동성당 입구에 가보면 '윤선도 집터'라고 적힌 표지석을 볼 수 있다.
《동국여지비고》에는 "윤선도의 집은 명례방 종현에 있으며 주춧돌에 먹으로 쓴 '여산부동(如山不動: 산처럼 든든하게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이라는 네 글자가 있어 바람과 비에 씻기지 않았다"라는 기록이 있다. 윤선도가 송시열과 치열하게 싸울 때 이 글이 그의 마음을 지탱해주는 바위 구실을 했을 것이다. 윤선도의 집이 있던 종현은 오늘날 명동성당 고갯길로 정유재란(1597) 때 명나라 장수 양호가 이곳에 진을 치고 남대문에 있던 종을 갖다 달았던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했다.
회현동 2가 우리은행 본점은 동래 정씨 정승 열두 명이 살던 곳으로 유명한 정광필의 탄생지다. 이곳에는 수령 5백 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두 그루 서 있는데, 《임하일기》 제23권을 보면 "회현방 옛집은 바로 신선이 '큰 은행나무 아래에 서대(犀帶) 열두 개가 묻혀 있다'라고 알려준 곳으로, 지금 자손이 대대로 전하여 산다"라는 기록이 있다.
국역 임하필기(林下筆記)
조선 후기의 문신인 이유원(李裕元)의 문집. 1871년(고종 8년) 조선과 중국의 사물에 대하여 고증한 내용이다. 39권 33책. 필사본.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
조선 시대의 인문지리서(人文地理書). 세종의 명으로 맹사성(孟思誠), 신장(申檣) 등이 썼다. 55권 25책. 목판본.
동국여지비고(東國輿地備)
작자·연대 미상의 인문지리서. 조선 시대의 전국과 서울의 지리적·제도적·인문적 사항을 기록한 책이다. 2권 2책. 필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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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도성을 둘러싸고 있는 안산, 인왕산, 북악산, 낙산, 남산을 시작으로 서울의 성곽, 마을, 강으로 이어지는 한양의 역사를 하나하나 탐색한다. 조선의 왕, 지식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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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어진 선비가 살던 마을 – 서울, 한양의 기억을 걷다, 김용관,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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