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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 한양
의 기억을
걷다

의로움을 만천하에 드러내다

요약 테이블
관련 장소 창의문

서쪽으로는 인왕산과 만나고 동쪽으로는 북악산과 이어지는 문이 바로 창의문(彰義門)이다. 자하동에 있어서 자하문(紫霞門)이라 불리기도 했다. 장의동은 세검정 부근 마을로, 청운동에서 부암동으로 넘어가는 고개 마루턱에 있다. 창의문이 있어 창의동이라 하던 것이 음이 변하여 장의동이라 하였고, 또 주변에 장의사(藏義寺)란 절이 있어 동네 이름으로 불렸다는 설이 있다. 조선 개국 초 소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하나 그 흔적은 미미하다. 창의문 동쪽은 북악산을 끼고 있고 서쪽은 인왕산 성곽을 돌고 돌아 돈의문까지 한양 서쪽 절경을 품고 있다.

숙정문이 닫힌 성문이라면 창의문은 서민들의 북행 길목이다. 특히 호랑이 길목이었던 무악재 대신 창의문 길이 자주 이용됐으리라. 연산군 11년(1505년)에는 창의문 밖 경치 좋은 곳에 돈대를 쌓고 탕춘대(蕩春臺)라 하였다가 영조 30년(1754년)에 연융대(鍊戎臺)로 고쳤다.

'의로움을 드러내는 문'이란 창의문의 이름에서 벌써 인조반정을 예견한 듯하다. 1623년 3월 12일 밤 인조반정 세력의 첫 거사 지점이 창의문이다. 그날 밤 광해군은 창덕궁 어수당(魚水堂)에서 연회 중이었는데 '오늘 밤 반정이 일어날 것'이란 투서를 보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겸재 정선의 <창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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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낮에 이이반은 반정에 참여할 것을 권하는 친구 이후원에게 군사들이 창의문 밖에 은밀히 매복해 있다는 말을 듣고 대궐에 반정 계획을 고변했으나 소용없었다. 유희분, 박승종이 심상치 않음을 여러 차례 연이어 청하자 광해군은 훈련도감 대장 이흥립에게 군사를 거느리고 궁성을 호위하게 하였다.

이흥립은 박승종의 사돈으로서 그의 추천으로 직임을 제수받았는데 이때 은밀히 반정군과 합세하였다. 김류, 이귀 등 반정군 1,300여 명은 3월 12일 밤 3경(자정 무렵)에 창의문으로 들어갔다. 그날은 낮에도 안개가 끼어 성안이 어두웠는데 반정군이 창의문 안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바람도 멈추고 구름에 가린 달이 대낮처럼 밝게 빛났다.

창의문의 현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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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문을 통과한 반정군이 창덕궁 앞에 이르자 궁성에 포진해 있던 이흥립은 군사들을 단속해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고, 초관 이항이 궁궐 정문인 돈화문을 열자 의병은 바로 궐내로 들어갔다. 호위군은 모두 흩어지고 폐주가 된 광해군은 후원문을 통해 달아나는 신세가 됐다.

창덕궁 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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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문 문을 나서면 장의사가 있는데 조선 초까지 그 규모가 크고 웅장해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659년(무열왕 6년) 황산벌 싸움에서 전사한 신라의 장춘랑과 파벌구의 명복을 빌기 위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이 사찰은 현재 보물 제235호로 지정된 당간지주(幢竿支柱)만이 남아 있다.

장의사지 당간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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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 태조가 정비인 한씨의 기신제(忌晨祭)를 이곳에서 지냈기 때문에 그 뒤로 왕실의 비호를 받아 사세를 떨치게 되었다. 그러나 1506년(연산군 12년)이 일대를 연회 장소로 삼고 절을 헐어 꽃을 심은 뒤로 폐사된 채 내려오다가 이괄의 난 이후 수도 외곽을 방비하는 총융청(總戎廳)이 들어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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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집필자 소개

《월간축구》, 《골든에이지》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조선의 군주와 역사에 관심이 많아 《월간중앙》과 《한경리쿠르트》 등에 조선 역사의 흥미로운 이야기와 조선 군주의 리더십에 관한 글을 연재한 바..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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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양의 기억을 걷다
서울, 한양의 기억을 걷다 | 저자김용관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한양 도성을 둘러싸고 있는 안산, 인왕산, 북악산, 낙산, 남산을 시작으로 서울의 성곽, 마을, 강으로 이어지는 한양의 역사를 하나하나 탐색한다. 조선의 왕, 지식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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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 따라 마음 따라 1. 광나루 2. 잠실나루 3. 뚝섬과 두모포 4. 동작나루와 노들나루 5. 마포 6. 양화나루와 난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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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의로움을 만천하에 드러내다서울, 한양의 기억을 걷다, 김용관,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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