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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야기 조선
왕조사

붕당을 원치 않던 이이

지금껏 조선조의 역사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잘못 알려진 것 가운데 하나가 율곡 이이는 처음부터 서인으로 활동하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결과론적인 것이다. 분당 초기 율곡은 분당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했던 인물이었다. 이이는 심의겸과 김효원의 대립이 심해질 즈음 당시 우의정 노수신에 찾아가 제안하였다.

“심의겸과 김효원 두 사람 모두 학문하는 선비이니 흑백을 가리고 사악함과 바름을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 또 틈이 벌어졌지만 정말 서로 해치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말세의 풍속이 시끄럽고 말이 많아 떠도는 말로 이간질을 하여 조정이 조용하지 못하니 두 사람을 외직으로 내보내어서 떠도는 의논을 진정시켜야 할 것입니다.”

정쟁의 당사자인 심의겸과 김효원을 외직으로 보내 시끄러운 정쟁을 막아보려는 것이었다. 이 제안을 들은 노수신은 제안이 틀리지는 않았다고 판단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얼마 후 선조를 면대하는 자리에서, 이이의 의견에 따라 두 사람을 외직에 내보내자고 건의하였다. 당시까지 두 사람의 대립을 잘 몰랐던 선조는,

“두 사람이 서로 말하는 것은 무슨 일들인가?”

하고 하문하자 노수신은

“서로 지난날의 허물을 말하는 것입니다.”

하고 답변하였다. 노수신의 답변을 들은 선조는 이이가 건의한 원안대로 두 사람을 외직에 내보내도록 명하였다. 그러자 홍문관 정자 김수는

“이제는 전하께서도 이미 그런 사실을 아셨고, 두 사람의 재주가 쓸만하니, 반드시 외직으로 보내지 않아도 저절로 풀리고 화합하게 될 것입니다.”

하여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자 이이는,

“만일 두 사람이 조정에 있으면 말썽이 그치지 않을 것이니 반드시 외직을 보내어서 뿌리를 끊어야 합니다.”

하며 이전부터의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였다. 이날 논의는 대체로 외직을 보내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이나 이이의 의견이 받아들여 외직으로 보낼 것이 결정되었으며, 얼마 후 선조는 특명으로 김효원은 경흥부사에, 심의겸은 개성유수에 제수하였다. 이런 조치는 김효원에게 불리한 관직 제수였다. 더구나 병까지 앓고 있는 김효원을 변방의 경흥부사로 제수하는 것은 더욱 그러하였다. 처음에는 양자간을 조정하려는 이이의 제안이 결국에는 양자의 대립을 격화시키는 결과를 만들고 말았던 것이었다. 이에 이이는 선조를 면대하는 자리에서,

“멀고 가까움이 같지 않으니 여러 사람의 마음을 감복시킬 수 없습니다.”

하여 이이로서도 대단히 곤욕스러웠다. 사림을 조정하고 정국을 안정시키려고 제안했던 것이 오히려 편파적인 인사가 되면서 불만을 가져오고 오히려 조정을 더 어수선하게 하였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이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선조에게 건의하였던 것이며, 이 건의를 받아들여 선조는 다시 김효원은 삼척부사에, 심의겸은 전주부윤에 고쳐서 제수하였다. 이러한 이이의 중재책에 대해서는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이에게,

“천하에 둘 다 옳고 둘 다 그른 것이 없소. 공의 근일의 처사가 시비를 알지 못하고 둘 다 온전히 하려고만 하니 인심이 불만스럽게 여기오.”

하며 질책하였다. 그럴 때마다 이이는 답했다.

“근일 심·김의 일은 국가에 관계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 사이의 알력으로 조정이 불안하기에 이르렀으니 참으로 둘 다 그르다. 비록 둘 다 그르다고는 하지만 모두가 같은 선비이니 다만 화해하고 융합시키면 될 것이다.”

그 유명한 율곡 이이의 양시양비론(兩是兩非論)이다. 그렇게 이이는 양측에서 공격을 받았다. 선배 사림들은 이이가 김효원을 물리치지 않는다고, 후배 사림들은 이이가 김효원을 쓰지 않는다고 비난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차로 율곡 이이는 서인 측으로 기울게 되면서 서인의 영수가 되었다.

오죽헌 내 문성사

오죽헌은 율곡(栗谷) 이이(李珥)가 태어난 집으로 조선 중종 때 건축되었으며, 문성사는 이이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한국 주택건축 중에서 오래된 건물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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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 집필자 소개

국민대학교 문과대학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사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선후기 정치사를 전공했으며, 현재 국민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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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조선왕조사
이야기 조선왕조사 | 저자이근호 | cp명청아출판사 도서 소개

조선왕조 500년의 인물과 사건을 대화 형식으로 서술한 <이야기 조선왕조사>. 조선의 역사를 '이야기식'으로 정리하면서 500년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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