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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조사
여걸 문정왕후의 수렴청정
형 인종이 승하한 후 경원대군이 왕위를 계승하니, 그가 바로 명종이었다. 명종이 즉위한 후에는 그의 생모 문정왕후가 수렴청정을 하였다. 수렴청정이란 나이 어린 왕이 즉위하였을 때 왕실의 어른인 왕대비나 대왕대비가 국정을 논하는 자리에서 발을 내리고 앉아 국왕을 대신해 국정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말하자면 국왕의 후견인으로서 정사를 주관하는 제도였다. 명종은 12세에 왕위에 즉위하자 대리청정이 자연스럽게 논의되었다. 이 자리에서 윤인경은 제의하였다.
“지금 대왕대비와 왕대비가 계시는데 어느 분이 정치를 대리할 것이냐?”
대왕대비는 문정왕후이고, 왕대비는 인종의 왕비인 인성왕후였다. 그러자 모두 말없이 앉아 있었는데, 그 자리에 참석하였던 이언적이 송나라 철종의 고사를 인용하며 대왕대비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언적의 학문적 위치 때문이었는지는 모르나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아니면 당시 논의에 참석하였던 조정 신료들이 문정왕후의 위세에 눌려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문정왕후의 성품에 대해서 《명종실록》의 사관은 ‘강인하면서도 사나웠다’고 묘사하고 있다. 문정왕후는 명종에게도 평소에 말과 얼굴을 부드럽게 하지 않았으며, 여의치 않으면 명종에게
“너는 내가 아니면 어떻게 이 자리를 소유할 수 있었으랴.”
하며 꾸짖고 호통쳤다고 한다. 문정왕후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찌되었거나 문정왕후의 대리청정이 결정되자, 그 절차가 논의되었다. 윤인경·유관 등은 그 절차를 거론하며, 발을 드리우는 수렴청정을 건의하였는데, 문제는 문정왕후와 함께 명종도 발 안에 들어가서 정사를 논의하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대왕대비가 정치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못마땅한 상황에서 왕이 같은 자리에 앉는 것은 용납될 수 없었다. 그 뜻을 반영하듯이 대사헌 홍섬은 고하였다.
“임금은 마땅히 남쪽을 향하고 정면에 앉음으로써 모든 눈이 우러러보는 것이니 대비는 발 안에 앉고 전하께서는 마땅히 발 밖에 나와 앉아서 여러 신하를 대하셔야 합니다.”
문정왕후가 수렴청정을 시작하면서 그 동안 정치적으로 열세였던 소윤세력이 득세하고, 대윤세력이 약화되었다. 대윤은 인종의 외숙 윤임과 그를 지지하던 세력이며, 소윤은 명종과 문정왕후 및 명종의 외숙 윤원형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었다. 수렴청정을 시작한 문정왕후는 경연이나 조계(朝啓) 등의 자리에 참석하여 시사를 논의하고 국정을 결정하였다. 뿐만 아니라 각종 인사와 논공이나 논상 등에 참여하면서 국정을 주도하였다. 그리고 보우를 중심으로 기존의 정책과는 판이하게 다른 숭불정책을 추진하였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문정왕후와 그 주변 인물들에게 권력이 집중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이 하나둘씩 제기되었다. 예를 들어 명종 5년(1550) 5월 부사용 김영은 다음과 같이 수렴청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갑진년과 을사년 사이에 일식과 지진 및 풍수(風水)의 재변이 번갈아 일어났는데, 당시 사람들은 그런 것을 알지 못하고 서로 뜬소문을 퍼뜨리기를 ‘재변(災變)이 일어난 것은 수렴청정(垂簾聽政)의 소치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문정왕후의 수렴청정은 명종이 20세가 되던 해까지 계속되다가, 비로소 철렴하며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그간 신하들을 주무르며 권력을 지속하였던 문정왕후는 정치 일선에 물러나서도 여전히 권력에 향수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만약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곧 바로 언문으로 글을 작성해서 이를 명종에게 보냈다. 그러면 명종은 이를 보고나서 행할 만하면 시행하고 그렇지 못하면 곧 얼굴에 근심어린 표정을 지으면서 그 쪽지를 소매에 넣었다고 한다. 만약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문정왕후는 명종을 불러 반협박, 반회유를 통해서 일을 성사시키려고 하였으며, 정작 안 되면 어떤 때는 때리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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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여걸 문정왕후의 수렴청정 – 이야기 조선왕조사, 이근호, 청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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