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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조사 형제간의 권력다툼
제2차 왕자의 난
방간의 난제1차 왕자의 난 이후 지중추원사 박포가 공이 많은데 도리어 지위가 여러 공신들 아래 있다 하여, 몹시 불평을 하고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이무(李茂)가 비록 정사하는 데에 참여하였으나, 공이 여러 사람들의 마음에 만족스럽지 못하고 또 변덕이 많아 측량하기 어렵다.”
이방원이 이 말을 듣고 정종에게 아뢰어 박포를 죽주(竹州)에 귀양보냈다가 얼마 안 되어 소환하였다. 박포는 이에 원한을 품고 난을 일으킬 것을 모의하였다. 마침 회안군 방간의 집에 가서 장기를 두었는데, 이날 마침 우박이 내리자 박포가 말하였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겨울비가 길을 파손하면 병사가 시가에서 교전한다’ 하니, 마땅히 조심할 것이다.”
또 그때 붉은 빛의 나쁜 기운이 하늘에 나타났는데, 박포가 방간에게 가서 고하였다.
“하늘에 요사한 기운이 있으니, 마땅히 조심하여 처신해야 할 것입니다.”
방간이 말하기를,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좋겠는가?”
하니 박포가 말하기를,
“군사를 맡지 말고 드나들기를 삼가며 의관을 정돈하고 행동을 신중히 하여, 마치 고려조 자손인 여러 왕씨의 예와 같이 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하였다. 방간이 말하기를,
“다시 그 다음 방책을 말하라.”
하니 박포가 말하였다.
“형만(荊蠻) 지대에 도망했던 태백이나 중옹처럼 하는 것이 그 다음의 방책입니다.”
중국 주나라 초기 태백이나 중옹이 동생 계력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은거한 것이 주나라가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으로, 동생인 이방원의 공으로 돌리라는 표현이었다. 또 이르기를
“정안군은 군사가 강하며 많은 무리가 따르고, 공은 군사가 약하며 위태함이 마치 아침 이슬과 같으니, 먼저 선수를 써서 쳐부수는 것이 낫습니다.”
하였다. 방간이 이 말을 따라서 동생 방원을 자기 집에 오라고 청하여 난을 일으키려 하였는데, 방원이 그 집에 가려고 할 때 갑자기 병이 났다. 판교서감사 이래(李來)가 그 모의를 듣고 놀라서 방간에게 말하기를,
“공이 소인의 간악한 말을 듣고 골육을 해치려고 하니, 안될 일입니다. 하물며 정안군은 큰 공훈이 있습니다. 개국과 정사(定社)가 누구의 공입니까?”
하니, 방간이 성을 내며 좋아하지 않았다. 환관 강인부가 꿇어 앉아 손을 비비면서 말하였다.
“원컨대, 공은 이런 일을 하지 마소서.”
이래가 곧 이방원에게 고하기를,
“회안군의 광패하고 조급함이 이와 같으니, 마땅히 이에 대비해야 합니다.”
하였다. 급기야 방간이 군사를 일으키자, 이화와 이천우가 이방원의 집에 가서 변을 고하고 맞아 싸울 것을 청하였다. 이에 이방원이 눈물을 흘리면서 나오지 않고 말하기를,
“내 무슨 낯으로 남들을 보겠는가?”
하자, 이화가 말하였다.
“방간의 흉험함이 이미 극한에 이르렀는데 어찌 작은 절개를 지켜 종사의 대계를 돌아보지 아니하리요.”
하고, 힘껏 끌어 당겨서 외청(外廳)에 나오게 하였다. 이천우는 이방원을 끌어 안고 이화는 갑옷을 입혀서 말 위에 앉히니, 이방원이 사람을 시켜 정종에게 아뢰었다.
“마땅히 궐문을 굳게 지켜 비상 사태에 대비하소서.”
그때 공신 중에는 다만 박포와 장사길(張思吉)만이 방간을 따르고 그 나머지는 이방원을 따랐다. 승선 이숙번이 앞장섰다. 방간의 아들 맹종은 본래 활을 잘 쏘았으나, 이 날은 병으로 활을 당기지 못하였다. 방간의 군사가 패하자, 이방원은 방간이 피살될까 염려하여 친히 연달아 부르짖으면서,
“내 형을 해치지 말라.”
하고, 말을 한길에다 세워 놓고 크게 소리치며 통곡하였다. 방간은 말을 달려 곧 성균관 뒷마을에 이르러 활을 버리고 엎드려 숨는 것을 군사가 쫓아가 사로잡으니, 방간이 말하였다.
“나를 유혹한 이는 박포다.”
태조가 그때 상왕으로 송도에 있었다. 방간이 군사를 일으켰다는 말을 듣고 탄식하기를,
“저 소 같은 사람이 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느냐. 우리나라에 세족대가(世族大家)가 많은데 나는 매우 부끄럽다.”
하였다. 난이 진압된 후 박포는 죽이고 방간은 토산에 귀양보냈다. 태종이 즉위함에 이르러 여러 신하들이 죽일 것을 청하였으나, 듣지 않았다. 뒤에 병으로 죽고 맹종은 세종조에 이르러 대간이 청하여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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