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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야기 조선
왕조사

방계에서 왕위를 계승하다

명종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이가 조선조 제14대 임금 선조(宣祖)이다. 선조는 중종의 후궁 안씨(安氏)의 소생인 덕흥군의 셋째 아들로 하성군이었다. 명종에게 친아들로 순회세자가 있었으나, 명종 18년(1563)에 사망하였다. 후에 명종에게는 친아들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명종은 평소 왕손들을 가까이하면 유심히 그들을 지켜보았던 모양이다. 하루는 명종이 궁중에서 학업을 하던 왕손을 불러들였다. 명종은 이들을 불러놓고는 익선관을 왕손들에게 써 보라고 하면서,

“너희들의 머리가 큰가 작은가 알려고 한다.”

익선관이 무엇인가, 바로 국왕이 사용하는 관이 아닌가, 이런 관을 써보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명종의 말이 끝나자 왕손들이 돌아가면서 익선관을 써 보았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나이가 어린 하성군이 관을 쓸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하성군의 행동을 보니, 그는 익선관을 쓰지는 않고 두 손으로 관을 받들어서는 어전에 도로 갖다 놓으며 말했다.

“이것이 어찌 보통 사람이 쓰는 것이오리까?”

명종이 평소 후일을 선조를 눈여겨 보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명종은 승하하기 전인 명종 20년(1565)에 심각한 병환을 앓은 적이 있었다. 이때 순회세자는 이미 죽고 세자 자리가 비어 있던 상태였다. 당시 조정에서는 혹시 있을지도 모를 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 이때 판서로 재직하던 민기(閔箕)는 이러한 여론을 수상으로 있던 이준경에 전하기를,

“왕의 환후가 오래가는데 대감은 나라를 맡고 있으면서 어찌 사직을 근심하는 마음이 없으십니까?”

이준경도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 왕이 살아있는데 후사를 논의하는 게 불경스럽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세자를 정해놓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 되었다. 민기의 말을 들은 이준경은 그 자리에서 바로 병환을 앓고 있는 명종에게 가서 이를 말하였으나, 이미 명종의 말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이준경은 다시 왕비인 인순왕후에게 가서 이를 고하자 인순왕후는 말했다.

“순회세자를 잃은 후에 왕이 덕흥군의 셋째 아들을 보시고 탄식하시며 ‘참 임금될 사람이 이미 났으니 내 자식은 마땅히 죽을 것이다’고 말씀하셨다.”

이미 대세는 하성군, 후일의 선조에게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오랫동안 병을 앓던 명종이 쾌유하면서 세자 문제는 잠시 뒤로 물러나게 되었다. 그러다가 다시 명종 22년(1567) 6월 28일 명종의 병이 매우 위중하였다. 이날 밤 명종은 대신들을 불러들였는데, 영의정 이준경이 관복을 갖추고 대기하고 있다가 왕이 계신 곳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때 이미 명종의 말은 알아 들을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이준경은 다시 인순왕후에게로 가서 국본(國本 : 세자를 말함)을 정하자고 하였다. 그러자 인순왕후는 명하였다.

“을축년에 결정한 대로 하려 한다.”

을축년은 1565년으로 이때 이미 명종의 의도를 알았던 시기였다. 하성군이 상을 주관하고 결국 국왕으로 결정되었다. 선조는 방계로서 후사가 없는 명종의 뒤를 이어 왕위를 계승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방계에서 승통을 하게 되면 등극한 이의 생가 부친은 으레 대원군(大院君)이 되는 것이므로, 선조의 부친 덕흥군도 덕흥대원군이라 부르게 되었다. 왕위에 오른 선조는 자신의 생부인 덕흥대원군을 국왕으로 격상시키려고 하였으나, 물론 성사되지는 않았다.

선조 글씨

선조가 중국 문인들의 한시를 써서 의창군 광에게 내린 것을 의창군이 1630년에 목판으로 찍어낸 어필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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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는 춘추 17세의 소년으로 등극하였는데, 그의 거동이 매우 진중하고 태도가 엄정하여 짐짓 인군의 기상으로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국왕의 나이가 아직 어리다 하여 명종의 왕후인 대비 심씨가 수렴청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선조 원년(1568), 등극한 지 얼마 안 되어서 태양의 한 옆에 붉은 기운이 침범하는 변조가 나타났다. 심대비는 그것을 보고,

“이는 여자가 정사에 관여하는 까닭이다.”

하고는, 발을 걷고 정사를 선조에게 넘겼다. 이 심대비는 본시 청릉부원군 심동(沈銅)의 딸로서, 매우 부덕이 높은 여인이었다. 그의 소생은 순회세자 한 사람뿐이었는데 그는 마흔네 살에 하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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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 집필자 소개

국민대학교 문과대학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사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선후기 정치사를 전공했으며, 현재 국민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출처

이야기 조선왕조사
이야기 조선왕조사 | 저자이근호 | cp명청아출판사 도서 소개

조선왕조 500년의 인물과 사건을 대화 형식으로 서술한 <이야기 조선왕조사>. 조선의 역사를 '이야기식'으로 정리하면서 500년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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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방계에서 왕위를 계승하다이야기 조선왕조사, 이근호, 청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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