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세조 13년(1467) 5월, 회령부사 이시애는 커다란 야망을 품고 드디어 반란을 일으켰다.

“사내 대장부로 태어난 이상 한 번 천하를 호령해보리라.”

하고 그는 반기를 들었던 것이다. 그는 본시 함경도 길주 태생으로 그 지방 일대에 적지 않은 토지와 비복을 거느리고, 또 일문이 번성하게 지내는 토호였다. 마침 80세 고령인 그의 부친이 세상을 떠났으므로 그는 장례차 길주로 내려갔다. 그는 그 자리에서 여러 일문 족속들에게 다음과 같이 회유하여 그들을 선동하였다.

“본시 조정에서는 우리 북도 사람들을 크게 괄시해오더니, 특히 이번에는 호패법이란 것을 제정하여 우리의 자유 이주까지 막으려 하고 있다. 이제 우리들 북도 백성들은 앉아서 벼락을 맞느니 차라리 나가 싸우는 것이 상책이 아니겠는가!”

“옳습니다. 종씨의 말씀이 지당합니다.”

거기 모였던 집안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그의 의견에 찬동하였다. 이어 이시애는 목소리를 가다듬어 기염을 토하여 군중들을 선동 하였다.

“지금 나라에서 수륙으로 군사를 일으켜 북도인이란 북도인은 씨알머리도 남기지 않고 죄다 없애 버린다고 하니, 우리는 이때 한 번 궐기하지 않으면 언제 일어날 것인가?”

삽시간에 그 자리에서 너도나도 싸우겠다고 자원해 나서는 사람들이 수백 명이나 되었다. 이시애는 그 길로 단신으로 길주 영문을 찾아들어가 절도사 강효문을 보고,

“우리 술이나 같이 나눕시다.”

하고 유인해서 소매 속에서 철여의를 꺼내가지고 단번에 골통을 부숴버렸다. 그리고 이시애는 즉시 영문으로 들어가 한양에 알리기를,

“강효문이 서울의 신숙주·한명회 등과 내통하여 모반하려고 하였으므로 이를 먼저 주살하였습니다.”

하였고, 계속해서 사람을 다시 한양으로 보내었다.

“본도 백성이 크게 소란을 일으킬 것 같사오니, 본도 출신으로 수령을 제수하시면 무사할 듯하옵니다.”

그리고 즉시 군사를 움직여 길주에서부터 내려가 단천·북청·홍원 등을 석권하였다. 세조는 구성군 준으로 최고지휘관 삼아 어유소·강순·남이 등 제장들을 거느리고 내려가 이를 토벌하게 하였다. 이 동안에 한양에서 파견한 지방관들은 이시애에게 모두 도륙당하였다. 이시애의 군은 비록 오합지졸이기는 하였으나, 개중에는 각 관아의 정규병들도 있었기 때문에 한때 함흥 이북을 관장하고 그 기세가 등등하였다.

그러나 관군 측에서는 각 도의 응원병이 속속 들이닥치자 대적할 수 없었다.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한 군대는 두 번 다시 수습할 수 없게 되었다. 이시애는 길주에서 경성으로 퇴각하였다. 퇴각하는 도중 어느 날 밤, 이시애의 가장 신임하는 부하 몇 사람이 의논하기를,

“아마 이대로 가다가 우리는 두만강 물귀신이 되기 첩경이야.”

“그러니 어찌하면 좋겠나?”

“별 수 있나 쉬이, 쉬이!”

하고, 그 사람은 친구의 귀에 대고 소곤소곤하였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친구들은 맞장구를 쳤다.

“맞았어, 우리의 살 길은 그 길밖에 없어.”

“암, 그렇고 말고.”

이리하여 경성의 군문에 밤이 깊었을 때 이들은 이시애 형제를 감쪽같이 포박하여 관군에게 넘겨주게 되었고, 이시애 형제는 군문 앞에 끌려나가 참수되고 말았다. 세조 13년(1467) 8월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