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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조사
이성계의 황산대첩
荒山大捷고려 말에는 왜구의 침략이 빈번하여, 고려 조정을 괴롭혔다. 한때는 왜적의 배 5백 척이 연해 지방 주군을 도륙하고 불태워서, 시체가 산야를 뒤덮었으며, 양곡을 배로 운반하는 데 흘린 쌀이 땅에 한 자씩이나 쌓였던 적이 있었다. 이처럼 왜구의 폐해가 극심해지자 고려 조정에서는 배극렴(裵克廉) 등의 장수를 파견하여 제압하려고 하였으나 번번이 실패하였다.
마침 우왕 6년(1380) 왜구가 경상도를 약탈하고 지리산 일대에서 횡행하고 있었다. 이전에도 왜구 정벌의 공을 세운 바 있는 이성계는 마침내 출전을 결심하였다. 이성계는 왜구를 막기 위해 가는 길에 시체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고 측은해서 잠도 못자고 괴로워하였다. 전라도 운봉에 도착한 이성계는 운봉을 넘다가 길 오른쪽의 험한 길을 보고 말하기를,
“적이 반드시 이 길로 우리를 갑자기 습격하러 올 것이니, 우리도 이 길로 들어가야 한다.”
하고는 험한 곳에 들어갔는데 과연 이성계의 말대로 적이 돌격하여 왔다. 이에 이성계는 대우전(大羽箭) 스무 개와 유엽전(柳葉箭) 오십여 발을 쏘아 모두 얼굴을 맞히니, 왜구들이 활시위의 소리를 따라 거꾸러지지 않는 자가 없었다.
왜구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성계는 타고 있는 말이 화살에 맞아 거꾸러지자 말을 두 마리 바꾸어 탔으며, 화살이 왼쪽 무릎에 박히고, 적에게 몇 겹으로 포위당하면서도 왜구 여덟 명을 죽이니, 적이 감히 가까이 오지 못하였다. 이성계가 말하기를,
“겁나는 자는 물러가라. 나는 적에게 죽으리라.”
하니, 장수들이 모두 결사적으로 싸웠다. 적이 막대를 꽂아 놓은 것처럼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데, 그 중에서 한 장수가 나이 겨우 15, 16세로 골격과 얼굴이 단정하고 고운데, 매우 빠르고 용감했다. 백마를 타고서 창으로 춤추며 달려드니 부딪치는 곳마다 쓰러지는데, 우리 군사들이 그를 어린장수라 하여 ‘아지바두’라고 하며 다투어 피하였다. 이성계가 그의 용맹스러움을 눈여겨보고 퉁두란에게 사로잡으라고 명하였다. 그러자 퉁두란이 말했다.
“죽이지 않으면 반드시 상하게 하겠습니다.”
그러자 아지바두가 투구 쓰고 목과 얼굴까지 갑옷으로 쌌으므로, 화살이 들어갈 틈이 없었다. 이에 이성계가 묘안을 짜 퉁두란에게 말하기를,
“내가 투구 꼭지를 쏘아서 벗길 것이니 네가 이어 쏘아라.”
하고는 말을 달리면서 활을 쏘자 바로 투구 꼭지를 맞혔다. 투구의 끈이 끊어지면서 몸이 기울어지자 아지바두가 얼른 바로 하였다. 이성계가 또 쏘아서 투구를 맞혀 떨어뜨리니, 이 틈을 타서 퉁두란이 쏘아 죽였다. 이에 적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이성계의 공격은 더욱 맹렬해져서 왜구의 정예부대가 모두 죽고 곡성이 마치 만 마리의 소의 울음 같았다. 이성계가 승세를 타서 크게 이기니, 냇물이 모두 붉어졌다. 처음에는 적이 우리보다 10배나 되었는데, 다만 70명만이 도망쳐 갔다. 이 전투를 ‘황산대첩’이라 부른다.
이성계가 대승을 거두고 군사를 지휘하며 개경으로 돌아오니 판삼사 최영이 백관을 거느리고 화려한 장식으로 천수사(天水寺) 앞에서 맞이하였다. 최영이 이성계의 손을 잡고 눈물을 뿌리며 말하였다.
“공이여, 공이여, 삼한을 다시 이룩함이 이 한 번의 거사에 있었소. 공이 아니었던들 나라가 장차 어찌 되었겠소.”
황산대첩은 이성계가 무장으로서 진가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고려 조정에서 입지를 굳히는 사건이 되었다. 이때 한산군(韓山君) 이색이 시를 지어 승리를 하례하였다.
적을 소탕하기 참으로 썩은 나무 꺾기나 마찬가지,
삼한의 기쁜 기색, 여러분에게 달렸소.
임금 향한 그 충성에는 안개 걷혔고
청구(靑邱)에 떨치는 그 위엄에 바다가 잔잔하오.
빛난 자리에 무공(武功)을 칭송하는 노래요,
능연각(凌煙閣) 높은 집엔 영웅의 화상 그리리.
병든 이내 몸, 교외까지 나가 맞지는 못하고,
앉아서 새 시를 읊어 높은 공 송축하오.
삼사좌윤(三司左尹) 김구용(金九容)도 시 한 수로 공을 치하하였다.
적이 기세 꺾기를 우레와도 같이 하니
그 절제는 모두 우리 공이 한 거라네.
상서로운 안개 피어올라 독한 안개 스러지고,
서릿바람 싸늘하여 장군의 위풍 도왔네.
섬 오랑캐 낙담하니 우리 군용 성하고,
이웃 나라 무서워하니 사기 더욱 웅장하네.
온 나라 의관들 다투어 서로 축하하니,
삼한 만대를 태평케 한 공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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