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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의 왕비 신씨는 반정 때 피살된 전 좌의정 신수근의 딸이다. 신수근은 연산군의 처남이요, 중종의 장인으로서 반정에 가담치 않았기 때문에 죽임을 당하였다. 반정 공신들은 중종이 등극하자 곧 왕비 신씨의 폐출을 주장하였다. 그 아비는 죽이고 그 딸은 중궁으로 섬긴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위험천만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연산군의 모친 윤씨의 폐출과 사사(賜死)는 성종과 인수대비의 손으로 이루어졌어도 뒷날 무수한 신하들이 피의 숙청을 당하여야 했거늘, 하물며 자기들 손으로 죽인 신수근에 있어서랴. 이렇게 주장하는 것이 그들 공신 일동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공신들은 일제히 들고 일어나서 화근을 없애야 한다고 중종과 대비전에 폐비할 것을 간청하였다.
“신수근은 반정을 반대한 자로서 폐세자를 세우는 것이 마땅하다 하였사오니 그는 역적이로소이다. 그는 비록 죽었으나 그런 역적의 딸을 중궁으로 처하시게 함은 실로 도리에 어긋난 일이오니 즉시 폐위하시와 나라의 혈통을 바르게 하시옵소서.”
당시 기세가 등등하던 공신들의 말을 중종과 대비로서는 무마할 힘이 없었다. 이리하여 그들은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고 아끼는 며느리를 억지로 폐출해야 했으니, 폐비 신씨는 왕비가 된 지 7일 만에 폐출되어 그의 본가로 돌아갔던 것이다.
중종은 이와 같이 신하들의 강압에 못 이겨 신씨를 사저로 폐출하기는 했으나, 그에 대한 정념은 잊을 수가 없었다. 잠을 잘 때나 조석을 들 때나 매양 신씨가 곁에 있는 것만 같았고, 폐출되었다는 사실이 느껴질 때마다 허전하고 아쉬운 마음에, 그리도 솟아오르는 그리움이 더욱더 짙어만 갔다. 마침내 신씨 생각에 밤잠을 못 이루던 젊은 중종은 그녀가 나가 있는 집이라도 바라보리라는 일념으로, 자주 높은 누각에 올라 망연히 신씨가 있는 집을 바라보곤 하였다. 그런데 신씨 집에서도 그 사실을 알고는 집 뒤 동산에 있는 바위에다 신씨가 궁중에 있을 때 잘 입던 분홍치마를 둘러놓고, 매양 왕이 바라보곤 하는 심사를 위로해주었다. 전설로 전하는 치마바위는 그때 신수근의 집 뒤 동산에 신씨의 치마를 둘러놓던 바위라고 한다.
왕비 신씨가 폐출된 후 파원부원군 윤여필(尹汝弼)의 딸을 간택하여 숙의를 삼았다가 곧 왕후로 책봉하니 그가 바로 장경왕후이다. 그녀는 효혜공주와 인종을 낳은 후 25세의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장경왕후가 하세하자 왕비 자리는 다시 비게 되었다. 그때에 숙의 박씨에게는 자신의 소생인 복성군이 있었는데, 그의 나이가 원자보다 위였고 숙의 박씨 또한 후궁에서 가장 총애를 받았으므로 엉뚱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러자 같은 해 8월에 순창군수 김정(金淨)과 담양부사 박상(朴祥)이 상의하기를,
“원자는 강보 속에 있는데 박숙의(朴淑儀)가 후궁에서 총애를 받고 있고, 게다가 아들이 있다. 만약 성종(成宗) 때 비를 폐하고 자순대비(慈順大妃)가 후궁으로서 중전의 자리에 오른 전례를 따라 박숙의를 정비로 책봉한다면 원자의 처지가 곤란하게 될 것이니, 신씨를 복위시켜 무고하게 쫓겨난 것을 설원(雪寃)하고 동시에 첩을 아내로 삼을 수 없는 의리를 밝힘으로써 은혜를 온전히 하고 후궁이 노리는 것을 막는 것이 낫겠다.”
하며 폐비된 신씨를 복위시키자고 결정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서 왕이 재야에 국정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구언교지가 내려지자 바로 상소하여 폐비된 신씨의 복위를 건의하였다. 그러나 이 논의는 오히려 공신들의 모함을 받아 귀양길에 오르게 되었고 파산부원군 윤지임(尹之任)의 딸이 새 왕비가 되었다. 그녀가 문정왕후인데, 그녀의 자태는 비록 아름다웠으나 성질이 매우 앙칼스러워 그로 말미암아 전비 소생인 인종의 수명까지 단축시켰다는 것이다.
한편 폐비 신씨는 불우한 한평생을 사저에서 보내다가 72세로 하세하였다. 신씨의 복위 문제는 이후 사림세력들 내에서 그 부당함이 계속적으로 제기되었으며, 현종대에 이르러서는 이단하의 상소를 계기로 신씨의 신주(神主)를 신씨 본손의 집으로 옮기고 제수를 내려주며 묘지기 7호(戶)를 두게 하였다. 그리고 이후에도 복위 문제는 계속 거론되다가 영조 때 복위되어 단경왕후라는 시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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