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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포장을 뜻하는 말이다. 과거 패키징은 상품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역할에 그쳤지만 상품의 가치를 높이고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컨대 한국의 포장재 전문 업체 보스팩이 개발한 '수분 흡수 기능성 필름'은 자체적으로 수분을 빨아들이는 기능을 갖고 있어 조리된 김이나 건조식품에 들어가는 방습제 '실리카겔'을 대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세탁기를 수축 필름으로 감싼 뒤 필름을 가열해 물품에 압착시켜 포장하는 방식으로, 물류비용을 줄였을 뿐 아니라 일회성 포장에 사용되던 종이와 스티로폼의 낭비를 없앴다.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는 패키징 산업 발달의 촉매가 되고 있다. 패키징 산업은 새로운 수출 산업이자 성장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기도 하다. 평균 355달러에 달하는 미국·독일·일본·이탈리아 등에 비해, 중국과 인도의 1인당 패키징 소비량은 각각 32달러, 8달러 수준에 불과해 한국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전망이 밝다는 게 이유다.

패키징 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보호 산업이라는 해석도 있다. 박상희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테마에 맞춰 쓰레기를 줄이고 포장재를 열적 에너지로 재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환경보호에 많은 기여를 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실제 패키징을 활용해 친환경 마케팅을 하는 IT 기업들도 있다. 2014년 삼성전자는 UHD TV를 출시하면서 리모컨, 텔레비전 케이블 등 텔레비전용 액세서리가 담긴 포장재를 일반 비닐이 아니라 사탕수수로 만들었으며, LG전자는 LED TV 포장 박스를 조립하는 방식으로 바꿔 포장재에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았다.

애플의 패키징은 유명하다. 켄 시걸은 "애플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이따금씩 '개봉 경험(unboxing experience)'을 이야기할 때가 있다. 유튜브에도 애플의 제품 상자를 하나하나 개봉하는 장면을 찍은 영상들이 수없이 많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애플에서의 상자는 '그냥 상자'가 아니다. 애플은 고객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물하기 위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경을 쓴다. 그리고 첫 순간, 즉 고객이 제품 포장을 뜯는 순간이야말로 그 경험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애플이 패키지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표현 정도로는 부족하다. 애플에서 패키지 디자인을 담당하는 부서는 커다란 크리에이티브 본부에서도 출입이 통제된 사무실에 위치한다. 엔지니어들이 내부의 기밀 장소에서 일하듯 그들도 이곳에서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쓰며 일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제품 자체를 훑어보는 것보다 패키지를 어떻게 디자인하고 구성하느냐에 따라 제품의 성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