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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상태가 좋은 회사들이 신기술이나 신규 비즈니스 모델에 맞닥뜨리면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맹렬히 고수하면서 발 빠른 변화를 하지 못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저서 『혁신 기업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에서 사용한 개념으로, 그는 이 책에서 큰 기업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변화를 피하기 때문이 아니라, 회사의 전통적 사업을 저해할 수 있고 단기적으로 큰 성장을 보이지 못할 것 같다는 이유로 장래성 있는 새 시장을 포용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현실은 이노베이터의 딜레마가 새 패러다임의 기술이 등장하면 기존 패러다임 혁신가는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는 무서운 이야기라는 점에서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paradigm)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용어라고 말한다.
대형 복사기 시장을 지키려다 데스크톱 복사기 시장을 놓친 제록스, 메인프레임 컴퓨터 분야에 치중하느라 미니 컴퓨터 시장에서 후발 주자가 된 IBM 등이 이노베이터의 딜레마에 빠진 대표적인 기업으로 거론된다. 필름업계의 '제왕'·'공룡'·'역사'라는 수식어를 독식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국 기업 코닥(Kodak)의 몰락을 이노베이터의 딜레마와 연결시키는 해석도 있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하는 기회를 잡은 코닥의 중역들은 기존 사업에 비해 수익성이 덜하고 검증되지도 않은 미래의 사업 때문에 그 마진율을 놓치기 싫어했고, 이런 판단 착오 때문에 결국 코닥은 몰락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크리스텐슨은 전통 언론도 이노베이터의 딜레마에 빠진 산업이라고 본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가 빠른 속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고, 이 때문에 광고 수주액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지만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과거의 영광을 잃고 혼돈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는 것이다. 니코 멜레 역시, 큰 언론사들이 기존의 수익 모델과 구조를 깨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지만 이노베이터의 딜레마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면서 2014년 발표된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신 보고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굉장히 뛰어나고 '스마트'한 리포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뉴욕타임스가 자신들이 제안한 대로는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대로 하려면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다 죽여야 한다. 그게 바로 '혁신가의 딜레마'다. 뉴스의 미래가 되려면 종이 신문을 죽여야 한다. 그런데 뉴욕타임스가 종이 신문을 죽이겠는가? 대부분 임원들은 나이가 들었고, 신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뉴욕타임스 수익의 80퍼센트 이상이 종이 신문에서 나온다. 그래서 오갈 데가 없다.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이노베이터의 딜레마에서 교훈을 얻은 대표적인 인물로는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가 거론된다. 2007년 베저스는, 책은 "500년 동안 존재해온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이제 변화해야 할 때"라며 전자책 킨들을 내놓았는데, 이는 크리스텐슨의 『혁신 기업의 딜레마』에서 큰 감명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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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안현실,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공허한 성장동력 타령」, 『한국경제』, 2014SIS 2월 21일.
- ・ 켄 올레타, 김우열 옮김, 『구글드: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2010), 28쪽.
- ・ 브래드 스톤, 야나 마키에이라 옮김,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21세기북스, 2014), 290쪽.
- ・ 백종민, 「신문, 아직도 대중매체?」, 『아시아경제』, 2014년 1월 7일.
- ・ 김병철, 「니코 멜레 "네이티브 광고? 광고는 생각도 하지 마라"」, 『미디어오늘』, 2014년 5월 22일.
- ・ 리처드 L. 브랜트, 안진환 옮김, 『원클릭』(자음과모음, 2011/2012), 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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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이노베이터의 딜레마 – 트렌드지식사전3, 김환표,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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