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SNS에서 '타인의 삶'을 통째로 베껴 자신의 삶인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플픽(프로필 픽처) 도용은 물론이고 타인 행세를 하는 데서 더 나아가 동경하는 사람의 생활 습관, 취미, 취향까지 모방한다. SNS 인생을 도둑맞았다는 이 모 씨는 2014년 1월 "내가 들렀던 장소, 내 머리 스타일, 내가 새로 산 신발 등 모든 것"이 다른 사람의 삶이 되어 있었다며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뛴다"고 했다. 이 모 씨의 SNS 인생을 훔친 K 양은 "우연히 이 씨의 페이스북을 보게 되었는데 이 씨가 연예인처럼 예쁘기에 부러운 마음에 그냥 갖다 썼다"고 했다. 한 장 두 장 가져다 올리다보니 어느 순간 이 씨의 삶을 통째로 베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실의 자신과 이상적 자신의 괴리가 SNS 인생 도용을 낳는 이유라고 말한다. 곽금주는 "사람의 정신세계에는 '이상적인 나'가 있고 '실제의 나'가 있는데 청소년기에는 이상적 나를 추구하는 경향이 극대화된다"며 "이상적 나와 실제 나의 차이가 너무 클 때 일부 극단적인 사람들은 불안감과 우울증을 겪다 결국 이상적 나를 실제 나로 인식하게 된다"고 해석했다. 단순히 이 씨를 동경해 이 씨의 생활을 엿보던 K 양이 동경과 질투를 이기지 못하고 아예 이 씨를 자신이라고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정투쟁 잣대의 획일성에서 비롯된 문제로 보는 해석도 있다. 한국 사회는 누군가를 평가하는 잣대가 외모·학력·직업 등으로 너무 단조로워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SNS 인생 도용을 통해 인정 욕구를 채우려 한다는 것이다. 전우영은 "K 양도 따지고 보면 잘하는 게 있을 텐데 한국 사회가 인정하는 이상적 모델이 정해져 있어 거기에 맞추려고 남의 인생을 도용했을 수 있다"면서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와 문화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이런 인생 도둑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모 씨가 헬스장에서 운동복 입고 찍은 사진을 K 양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놓자 많은 남성들이 '섹시하다', '몸매가 좋다' 등의 댓글을 달았는데, K 양은 마치 자신이 칭찬받은 양 답을 다는 등, 이 씨의 사진으로 온라인에서 여러 사람과 교류하며 '예쁘다'는 말 듣는 걸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SNS 인생 도둑은 명백한 도둑이지만 현행법상 이를 처벌하기는 불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타인을 사칭·도용해 이득을 취하거나 도용 대상에 대해 성희롱이나 모욕 등을 일삼지 않은 이상 단순히 부러워서 퍼간 걸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2008년 빌 게이츠는 자신의 신분을 도용한 5명의 가짜 빌 게이츠가 많은 사람과 친구를 맺고 활동하고 있다는 이유로 페이스북을 탈퇴했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 ・ 정부경, 「내 헬스클럽 사진 올려놓고 "섹시하다" 칭찬 즐기고…SNS판 화차 사건 경악」, 『국민일보』, 2014년 1월 8일.
- ・ 박세환, 「"획일적 가치만 인정이 원인"」, 『국민일보』, 2014년 1월 9일.
- ・ 정부경, 박세환, 「"연예인처럼 예뻐서 부러운 마음에 그냥 갖다 썼다"」, 『국민일보』, 2014년 1월 8일.
- ・ 정부경, 「'온라인 인생 절도' 속수무책」, 『국민일보』, 2014년 1월 9일.
- ・ 데이비드 커크패트릭, 임정민·임정진 옮김, 『페이스북 이펙트』(에이콘, 2011), 3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