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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국에서는 '디스(diss) 열풍'이 불었다. '디스 신드롬'은 이렇게 디스 행위가 큰 인기를 누린 사회문화적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2013년 미국 래퍼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미국 래퍼들을 향해 "똑바로 하라"며 디스곡 <컨트롤>을 발표한 이래 10여 명의 한국 래퍼들도 이 '컨트롤' 비트에 가사만 바꿔 디스 행렬에 가담했는데, 이후 이를 따라하거나 패러디하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했다.
『매일신문』 2013년 9월 14일자는 디스가 놀이 문화로 성장하며 불과 몇 달 사이에 하나의 문화 코드로 성장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기자가 인터넷에 '디스'라는 단어를 검색하자 각종 패러디 동영상과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디스전이 쏟아져나온다. 여배우를 등장시켜 경쟁 회사를 디스하거나 경쟁 방송을 디스하는 내용도 예사다. 인터넷은 디스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일부 연예인과 정치인의 막말 기사가 올라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디스'가 올라온다. 얼마 전 종방한 MBC <무릎팍도사>와 <라디오 스타>, tvN의 〈SNL 코리아〉 등은 감추고 싶은 과거나 치부를 제대로 디스한다."
디스 신드롬이 은근하게 비판을 던지던 '풍자의 시대'를 후퇴시키고, 말초적인 욕설의 시대를 앞당겼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토크쇼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스스로를 비하하고 비방하는 '셀프 디스(Self-Diss)' 현상도 나타났다. 〈SNL 코리아〉 책임프로듀서 안상휘는 "기존 방송에서는 다른 사람을 헐뜯는 토크쇼가 많았다"며 "차라리 자신을 비하하면 보는 사람도 편하고 본인도 당당하게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셀프 디스 현상을 보는 시각은 갈렸다. 보는 사람이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셀프 디스가 솔직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자신의 잘못을 희화화해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만들어 어물쩍 넘어가려는 꼼수라는 비판도 나왔다. 셀프 디스 현상은 정치·사회 풍자가 쉽지 않은 한국의 현실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은 "최근 한국은 패러디를 패러디로 보지 않고 경계하는 경향이 있어 개그맨들이 점점 소극적으로 변해간다"며 "힘이 없는 집단을 패러디하거나 드라마와 영화 패러디, 문제의 소지가 없는 '셀프 디스' 쪽으로 방향이 순화되었다"고 말한다.
정치권도 셀프 디스 마케팅에 합류했다. 예컨대 새누리당은 2013년 8월 6일부터 31일까지 '새누리당을 디스해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건 '디스 공모전'을 열고 "새누리당에 불만 있는 2030 여러분을 위해 새누리당에서 멍석을 깔아드립니다. 여러분들의 비난과 질타로 인해 새누리당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라고 홍보했다.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셀프 디스를 통해 반전 마케팅을 시도한 정치인들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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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멍석 깔아 놓은 '욕설문화'…속이 정말로 후련합니까? 대한민국 판치는 '디스' 열풍」, 『매일신문』, 2013년 9월 14일.
- ・ 정상혁, 「'디스'하는 대한민국」, 『조선일보』, 2013년 9월 3일.
- ・ 박효재, 「방송가 '셀프 디스' 바람…솔직한 매력? 잘못 어물쩍 넘어가기?」, 『경향신문』, 2013년 9월 16일.
- ・ 강주일, 「1987년 이후 시사·정치 풍자 봇물…최근 들어 수위 높아지며 정치권과 갈등도」, 『경향신문』, 2013년 9월 13일.
- ・ 심혜리, 「"난 개털" "난 알부자"…후보들의 '반전 마케팅'」, 『경향신문』, 2014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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