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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내각은 중국과 우호를 도모하여 중국을 일본의 수출시장으로 삼으려 하였으나 군부에서는 이에 반대하고 있었다. 그 위에 해군의 군축 문제로 하마구치 내각과 군부는 심각한 대립을 반복하고 있었다.

해군 군축 문제는 당초 1927년(쇼와 2년) 제네바에서 개최되었던 군축 회의에서 타결을 보지 못하고 1930년 런던에서 일본 · 영국 · 미국 · 프랑스 · 이탈리아의 5개국이 다시 회의를 가지게 되었다. 정부는 군부로부터 군축 비율이 영국 · 미국의 7할 정도는 확보되어야 한다는 요청을 받았으나 이 회의에서 이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회의의 결정대로 조약에 조인하였다.

그 결과 정부는 정우회 · 군부 · 우익 단체로부터 맹렬한 비난을 받았다. 어쨌든 조약은 이미 성립된 것이었으나 하마구치 수상은 1930년 11월 광신적인 우익 단체의 청년 사고야[佐鄕屋留雄]의 권총에 맞아 중상을 입고 이것이 원인이 되어 다음해 8월 사망하였다.

이 무렵 육군 군축 문제를 둘러싸고도 갖가지 물의를 빚고 있었으나 육군의 중견 장교들은 부패 무능한 정부를 무력으로써 개조해야 한다고 판단, 은밀히 민간 우익 단체와 손을 잡고 1931년 3월 정치가와 대자본가를 제거하고 군사 정부를 수립할 음모를 세웠으나 미수에 그쳤다. 그리고 만주 · 몽골은 일본의 생명선이므로 중국인의 일본인 배척을 저지 · 억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중국 전체에서 불타오르는 민족 운동은 만주 · 몽골에서의 일본 세력을 위협할 정도였으며 일본군이나 일본 거류민과 중국인과의 충돌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1931년(쇼와 6년) 하마구치에 대신하여 와카쓰키 내각이 들어섰을 때 만주로 이민한 조선 농민이 장춘(長春) 가까이 있는 만보산(萬寶山)에서 농토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인과 충돌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의 이면에는 사실상 일본의 침략 음모가 잠재해 있었다. 또 일본군의 군사 탐정 나카무라[中村] 대위가 중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만주 흥안령 오지를 여행하던 중 중국군에게 피살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일본군은 이 사건과 앞서 있었던 만보산 사건을 대대적으로 선전하여 일본 국민의 중국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시키려 하였다.

1931년 9월 18일 오후 10시경 봉천 북쪽 유조구(柳條溝)에서 만주 철도의 선로가 누군가에 의해 폭파되었다. 일본군은 이것이 중국군의 소행이라 하여 즉시 군사 행동을 개시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 사건의 진상은 전쟁 후 당시 봉천에 있었던 모리지마[森島] 영사의 저서에서 밝혀졌다. 현지의 외무성 측에서는 관동군의 극단적이고 불온한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강구했으나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유조구 폭파 사건의 급보를 접했다.

정부에서는 사건을 확대하지 말도록 지령을 내렸으나 현지 관동군은 이것이 만주 전역을 점령하기 위한 사전에 계획된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정당방위를 구실로 민첩한 군사 행동을 개시하였다.

관동군은 중국군을 파죽지세로 밀어 붙여 19일 새벽 봉천성 · 동대영 · 봉천 비행장 등을 장악하고 며칠 사이에 요령성과 길림성을 제압하였으며 다음해 2월 5일 하얼빈을 점령함으로써 만주의 대부분 지역을 점령하게 되었다.

정부는 더 이상 전선의 확대를 바라지 않았으나 관동군을 누를 힘이 없었다. 관동군은 마침내 11월 만주 전역을 점령하였다.

기고만장한 관동군의 혁신파들은 일거에 수상 이하 대신들을 제거하고, 소련에 대하여 강경한 아라키 사다오[荒木貞夫] 중장을 수상으로 하는 군부 정권을 수립할 계획을 세웠으나 실행에는 옮기지 못하였다.

한편 국민 정부는 일본군의 일방적인 공격에도 불구하고 무저항주의를 취함과 동시에 문제의 해결을 당시 개회 중이던 국제연맹에 호소하였다. 이와 같은 무저항주의에 중국 민중은 분노를 터뜨려 자발적인 저항 운동을 일으켰다. 특히 남경 · 상해 · 북경 · 천진의 학생들은 3회에 걸쳐 장제스에게 항일을 청원하였으나 끝내 무저항주의를 전환시키지는 못하였다.

한편 일본군은 1932년 1월 상해에서 일본인 승려가 중국인으로부터 습격당한 것을 구실로 해군 육전대가 상해에서 전쟁을 도발하였다. 상해는 배일 운동의 중심지로서 일본군의 만주 점령에 항의하는 노동자 · 학생 · 실업계 등 각계각층에서의 항일 운동이 고조되고 있었다. 일본군은 국민 정부로 하여금 만주에서의 일본 침공을 기정사실로 인정케 하는 한편 열강들의 이목을 만주에서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저의에서 이번 사건을 일으킨 것이었다.

그러나 상해 일원을 수비하고 있던 국민 정부군의 채정개가 거느리는 19로군 3만 명과 이에 호응하는 상해의 노동자 · 학생 · 시민들에 의해 일본군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뜻하지 않게 수많은 사상자를 낸 일본군은 2월 초 1개 사단의 병력을 증파한 데 이어 하순에는 다시 2개 사단을 증파함으로써 일본군의 병력은 3만에 달하였다. 일본군은 각 전선에서 맹공을 가하여 마침내 채정개의 19로군을 격퇴시키고, 미국 · 영국 · 프랑스 · 이탈리아 등 4개국 공사의 조정에 의해 정전 교섭에 들어가 1932년 5월 5일 ‘송호정전협정’을 체결하였다.

그리고 그 사이 관동군은 만주 각지에서 지방 군벌 및 봉건 지주를 중심으로 하는 치안 유지회를 조직토록 추진해 나갔다. 그 결과 1932년 3월 1일 일본은 청왕조의 마지막 황제인 선통제(宣統帝) 부의(溥儀)를 집정으로 하는 만주국을 세우기에 이르렀으며 이어 그해 9월에는 일만의정서(日滿議定書)를 체결하고 만주국을 승인하였다. 이 의정서의 골자는 다음과 같았다.

이어 1934년 3월 부의가 만주국 황제가 됨으로써 만주국은 일본의 식민지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다.

한편 만주 사변 당시 이사회를 개최 중이던 국제연맹 이사회는 국민 정부가 제소한 만주 문제를 일단 안건으로 받아들였으나 일본 대표의 강경한 중 · 일 양국의 직접 교섭 주장 때문에 영국의 리튼 경(卿)을 단장으로 하는 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하기로 결의하는 데 그쳤다.

리튼 조사단은 현지 조사에 나서 1932년 5월 4일 제1차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어 그해 10월 1일에 정식보고서를 연맹이사회에 제출하였다. 리튼 조사단의 현지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일본은 만주국을 승인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1933년(쇼와 8년)에는 내몽골의 동부까지 점령하여 만주국의 영토로 삼았다.

국제연맹 총회는 리튼 보고서에 의거하여 만주에서 일본군의 행동을 침략 행위로 인정하고 만주를 열국의 ‘공동관리’에 의한 자치 지역으로 할 것과 일본군을 만주에서 철수시켜야 한다는 안을 42 대 1, 기권 1표로 가결하였다. 일본 대표 마쓰오카 요스케[松岡洋右]는 이 같은 결의에 절대 따를 수 없다고 퇴장하였으며, 이듬해인 1933년 3월 27일 일본은 국제연맹에서 탈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