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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야기 일본

헤이안 시대 지방 정치와 수령

중앙에서 세력을 떨치고 있는 귀족 중에서 사치와 향락으로 밤낮을 지새우는 것은 공경급(公卿級) 이상의 고위귀족뿐이었고 그 나머지 귀족들은 보다 소득이 높은 관직을 얻기 위해 경쟁을 벌여야 했다. 그들이 소망하는 관직으로는 지방의 국사가 가장 인기였다. 국사에 임명되면 그 나라로부터 수익이 보장되었다. 또 한 가지 유리한 점은 직접 임지에 부임하지 않고 요임(遙任)이라 해서 관리에게 대신 국사를 맡길 수 있었다. 국사를 대신하여 현지에서 정치를 행하고 세금을 징수하여 중앙에 보내는 관리를 수령(受領)이라 불렀다. 이 수령은 그 직책을 이용하여 자신의 재산을 증식시키는 것이 일종의 관례처럼 되어 있었다.

시나노국[信濃國]의 수령은 노부타다[藤原陳忠]라는 사나이였다. 그가 수령의 임기를 마치고 중앙으로 올라가던 중 그가 탄 말이 외나무다리에서 실족하여 골짜기로 떨어졌다. 놀란 부하들이 어쩔 줄 몰라 소란을 떨자 그가 골짜기 아래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새끼줄에 바구니를 달아 내려보내라!”

부하들이 그대로 시행하자 잠시 후 또 소리가 들려왔다.

“새끼줄을 끌어 올려라!”

부하들은 새끼줄을 끌어올리면서 의아해 했다. 너무나 가벼웠기 때문이었다. 다 끌어올려 놓고 보니 바구니에는 버섯이 가득 담겨 있었다.

“또 내려보내!”

부하들이 다시 바구니를 끌어올리자 그는 한 손으로 새끼줄을 붙들고 다른 한 손에는 버섯을 가득 움켜쥐고 있었다. 놀라는 부하들을 바라보며 노부타다는 한마디 했다.

“말은 골짜기로 떨어졌지만 나는 나뭇가지에 걸렸다. 나뭇가지에 걸린 채 사방을 둘러보니 버섯 천지였다. 손 닿는 곳까지는 모두 뜯었으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은 어쩔 수 없었다. 많이 따지 못해 억울하기 짝이 없다.”

부하들이 무심히 웃어대자 노부타다는 근엄하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분명 보물산에 들어가서도 빈 손으로 돌아올 작자들이다. 수령이란 넘어져도 그대로 일어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넘어진 곳의 흙이라도 잔뜩 거머잡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야!”

그러나 이러한 악착같은 수령들에게도 다루기 힘든 상대가 있었다. 그것은 중앙에 버티고 앉아 있는 귀족들의 장원이었다. 장원의 관리자들은 영주의 위세를 믿고 세금을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난폭한 행동을 저지르고서도 국사의 출입마저 방해하였다. 또한 장원의 수가 증가하면 할수록 국사의 수입은 감소했기 때문에 국사와 장원 사이에는 항시 반목과 마찰이 일고 있었다.

게다가 국사나 장원 모두가 중앙의 귀족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귀족은 국사나 장원 관리자의 틈에 낀 존재였다. 조정의 관리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국사로 하여금 세금을 징수하도록 해야 할 것이고, 영주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이 내는 세금을 가능하면 줄이고 싶었을 것이다. 여기서 귀족들은 국사와 장원 간의 마찰을 조종함으로써 국사와 장원으로부터 뇌물을 착복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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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영 집필자 소개

서울에서 태어나 한문사숙에서 한문을 수학하고 충남대학교에서 공부했다. 저서로 《이야기 일본사》, 《이야기 중국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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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일본사
이야기 일본사 | 저자김희영 | cp명청아출판사 도서 소개

신화시대부터 현대까지 일본의 수많은 사건과 역사적 변천을 체계적으로 수록했다. 야마토 정권, 귀족정치의 대두, 무사정권의 수립과 군웅할거 시대, 메이지 유신과 전쟁 등..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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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헤이안 시대 지방 정치와 수령이야기 일본사, 김희영, 청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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