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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야기 일본

러시아의 통상요구

1792년 9월 러시아의 배가 홋카이도의 네무로(根室)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 배에는 9년 전에 표류한 일본 선원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 선원들은 1783년 기이 번의 쌀을 신쇼마루(神昌丸)에서 싣고 에도로 항해하던 중 풍랑을 만나 8개월 동안이나 태평양을 표류하던 끝에 알류샨 섬에 표착하여 어렵게 구조되었다.

그 후 이 선원들은 러시아의 수도 페테르스부르크로 송치되어 있었다. 러시아 정부는 이들 선원들의 송환을 계기로 일본과의 통상을 교섭하고자 러스크만 육군 중위를 이들 선원과 동승시켜 네무로에 도착하였다.

러스크만 중위의 통상 제의는 즉시 마쓰마에 번을 통하여 막부에 전달되었고, 막부의 실권자 사다노부가 선원들을 인도받았다. 그러나 통상을 요구하는 러시아의 국서는 받지 않고 굳이 통상을 원한다면 규슈의 나가사키로 돌아가 교섭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하였다.

지금까지 막부의 정책으로서 고수해오던 쇄국방침을 관철시킬 경우 러시아가 어떠한 태도를 취할지 몰랐다. 이를 염려한 사다노부는 나가사키에서 교섭을 계속 진행시키고 나가사키나 홋카이도의 어느 한 곳을 택하여 통상을 허락할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막부는 본의 아니게 쇄국방침에 수정을 가할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일본인의 눈에 비친 러시아인

1800년대 개항기에 그려진 목판화. 당시 러시아인의 의복, 외관, 풍속 등의 특징이 잘 포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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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사다노부는 1793년 3월 해안의 방비를 더욱 엄중히 하라는 명령을 하달하고 자신이 직접 방비 상황을 시찰하였다. 그리고 그해 7월 에도로 돌아왔을 무렵 일찍부터 쇼군 이에나리와의 불화 등 복잡한 정치적 사정으로 인하여 노중에서 해임되었다.

사다노부가 노중의 직에서 물러난 후 개혁의 기풍은 차츰 사라졌다. 1817년에는 다누마 시대의 노중 미즈노 타다토모[水野忠友]의 양자 타다나리[忠成]가 노중의 자리에 오름으로써 다시 원래의 다누마 시대로 돌아가 사치와 뇌물이 유행하는 세상이 되었다.

쇼군 이에나리를 중심으로 에도 성중의 생활은 사치와 호사의 극을 치닫고 있었다. 이에나리에게는 55명이나 되는 아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먹는 과자를 만들기 위해 하루에 백설탕 1천 근을 소비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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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영 집필자 소개

서울에서 태어나 한문사숙에서 한문을 수학하고 충남대학교에서 공부했다. 저서로 《이야기 일본사》, 《이야기 중국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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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일본사
이야기 일본사 | 저자김희영 | cp명청아출판사 도서 소개

신화시대부터 현대까지 일본의 수많은 사건과 역사적 변천을 체계적으로 수록했다. 야마토 정권, 귀족정치의 대두, 무사정권의 수립과 군웅할거 시대, 메이지 유신과 전쟁 등..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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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러시아의 통상요구이야기 일본사, 김희영, 청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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