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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8년(메이지 원년) 3월 14일 에도 성 총공격을 하루 앞두고 메이지 천황은 교토 황거의 자신전(紫宸殿)에 군신들을 모아놓고 신정의 기본 방침을 천지신명에게 맹세하였다. 이것이 이른바 5개조의 서약문이다.

그 제1조에는 ‘널리 회의를 열어 정치상의 모든 중요사항은 공론(公論)으로 결정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공론이란 얼핏 민주적인 것으로 생각되지만 당시의 공론이란 여러 다이묘의 의견을 뜻하는 것이었다.

또 제4조에서는 ‘구래의 누습을 타파하고 천지의 공도(公道)에 따른다.’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누습(나쁜 습관)이란 양이적(攘夷的)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양이를 중지하고 외국과 우호를 증진하여 ‘천지의 공도’, 즉 국제 간의 룰에 따르겠다는 뜻이다.

막부 말기의 조정과는 달리 스스로 해외에 진출하여 국제 간의 우호를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바탕으로 외국의 선진문명과 지식을 받아들여 일본을 진흥, 발달시킨다는 내용이 제5조에 나타나 있다.

막부와의 싸움으로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정세하에서 일본 전국의 세력을 신정부 안에 흡수하여 외국으로부터 신임을 받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기도 등이 5개조의 서약문으로 새로운 정부 방침을 천명한 것이다.

같은 날 신정부는 국민에 대하여 5개의 금지령을 내렸다. 즉 도당(徒黨) · 강소(强訴)각주1) · 도산(逃散) · 천주교 등을 영구히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에도 시대의 정책과 다른 것이 없었다.

1868년 윤 4월에 정치의 기본형태를 밝힌 정체서(政體書)가 발표되어 행정 · 입법 · 사법의 삼권분립과 의사 제도의 도입, 관리의 공선(公選) 등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중앙관제가 발표되었다. 그러나 삼권분립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권력이 태정관(太政官)의 통제를 받게 되어 있었으므로 확실한 분립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관리의 공선이라는 것도 공화정치가 될 염려가 있다는 반대 때문에 단 1회의 선거로 폐지되었다.

1868년 9월 천황은 에도를 향하여 교토를 출발하였다. 예복을 갖추어 입은 엄숙한 차림의 다이묘와 무사 등 2천 300명의 대행렬이 천황의 행렬을 뒤따랐다. 이 행렬에 참가한 자들은 길가에서 벌어지는 농촌의 갖가지 모습과 효자 · 열녀 · 수재 · 전쟁의 희생자들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등 민심수렴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기도 하였다.

이렇듯 민심을 파악하면서 연도에 부복하여 배례하는 백성들의 전송을 받은 천황은 에도 성으로 돌아왔다. 그 후 한 차례 교토로 돌아왔다가 다음해인 2년 3월 다시 에도로 돌아왔다. 에도의 이름도 서쪽의 교토에 대응하여 도쿄(東京)로 고쳤다. 이렇게 해서 신정부의 정치적 중심지는 교토에서 도쿄로 옮겨지게 되었다.

오우 지방의 반란이 진압된 후 정부에서는 제번의 군사력과 다이묘들의 판적(版籍)각주2) 을 천황에게 봉환(奉還)각주3) 토록 하여 중앙 정부의 권위를 높이려 하였다.

기도의 공작에 의해 먼저 1869년(메이지 2년) 정월 사쓰마 · 죠슈 · 도사 · 히젠의 네 다이묘가 판적의 봉환을 청원하였다. 이렇게 해서 6월에 판적 봉환의 윤허가 내리고 다이묘들은 번지사(藩知事)로 임명되어 천황 정부의 지방장관이 되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옛 다이묘와 지방의 백성 · 토지와의 연고관계를 완전히 끊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1869년 2월에는 사쓰마 · 죠슈 · 도사의 번병을 모두 천황의 친위병으로 편성하기 위해 도쿄로 불러모았다. 그리고 7월 14일 천황은 도쿄에 있는 번지사를 소집하여 번을 폐지하고 현(縣)을 둔다는 명령을 내렸다. 이것을 폐번치현(廢藩置縣)이라 하는데 이 법령에 따라 도쿄, 교토, 오사카의 부(府)에는 지사를, 현에는 현령(縣令)을 두기로 하였다. 그리고 중앙 정부는 사이고, 기도, 이타가키, 오쿠마 등에 의해 차츰 기초가 다져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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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영 집필자 소개

서울에서 태어나 한문사숙에서 한문을 수학하고 충남대학교에서 공부했다. 저서로 《이야기 일본사》, 《이야기 중국사》가 있다.

출처

이야기 일본사
이야기 일본사 | 저자김희영 | cp명청아출판사 도서 소개

신화시대부터 현대까지 일본의 수많은 사건과 역사적 변천을 체계적으로 수록했다. 야마토 정권, 귀족정치의 대두, 무사정권의 수립과 군웅할거 시대, 메이지 유신과 전쟁 등..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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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통일 정권의 수립이야기 일본사, 김희영, 청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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