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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1 진나라의 흥망
진왕조의 최후
패공(유방)은 말 위에서 좌우를 둘러보았다. 위수 저쪽에 함양의 성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10만 대군의 장수로서 그 옛날 노동 인부로 동원되어 노역에 종사했던 바로 그 땅에 온 것이다. 패공(유방)의 가슴은 감개무량했다. 패공(유방)은 함양으로 들어가기 전에 군사들의 피로를 풀기 위해 패상(覇上)에 진을 쳤다. 진나라의 군신 백관들은 모두 진나라를 배반하여 막아 싸우는 자가 없었다.
저쪽에서 흰 수레가 하나 다가오고 있었다. 진왕 자영이 항복하러 오는 행차였다. 이것은 자영이 왕이 된 지 46일의 일이었다. 진왕 자영은 흰 말이 끄는 흰 수레를 타고 스스로 목에 실로 짠 끈을 걸고 있었으며 황제의 옥새·부(符)·절(節)을 봉한 상자를 가지고 지도(軹道) 가에 나와 항복을 청하였다.
“진왕을 죽여야 합니다.”
여러 장수들이 말하였다. 그러나 패공(유방)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처음에 회왕이 나를 관중(關中)각주1) 으로 보낸 것은 관용을 베풀라는 뜻이었소. 이미 항복한 자를 죽이는 것은 상서롭지 못한 일이오.”
그리고는 진왕을 형리에게 넘겼다.
패공(유방)은 이에 서쪽으로 함양에 입성했다. 패공(유방)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패공(유방)뿐 아니라 모든 장수들의 눈도 마찬가지였다. 시황제는 천하를 통일하자 천하의 부를 모두 함양에 모았던 것이다. 제장들은 다투어 금은보화와 비단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창고에 들어가 그것을 나눠 가지기에 분주하였다.
그러나 남달리 생각이 많은 소하는 그런 재물 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홀로 승상부에 들어가 먼저 진나라 지도와 호적을 챙겼다. 얼마나 배려 깊은 행동인가! 이로써 패공(유방)은 가만히 앉아서도 천하의 지리 상태와 호구의 많고 적음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하게 알 수 있어 앞으로의 작전에 큰 도움을 얻게 되었다.
패공(유방)은 궁전 안의 화려한 장막과 송아지만한 개, 번들번들 윤기가 흐르는 말, 그리고 금은보화를 보고 군침을 삼켰다. 그러나 더욱 패공(유방)의 군침을 삼키게 하는 것은 미녀였다. 고르고 골라 모아 놓은 3천의 궁녀!
패에서 군사를 일으켜 많은 고생과 목숨을 건 싸움 끝에 이곳 함양까지 왔으니 궁중에 머물러 즐겨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다. 이를 눈치 챈 번쾌가 패공(유방)에게 간하였다.
“패공(유방)께서는 장차 천하를 갖고자 하십니까? 그렇지 않으면 한낱 부잣집 늙은이가 되고자 하십니까? 함양에 모아 놓은 모든 사치스런 물건들은 모두가 진나라를 망치게 한 것들입니다. 무도한 진나라를 없애고자 하시면서 그따위 사치스런 물건을 즐겨 쓰고자 하시니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원하옵건대 급히 전군을 패상으로 물려 숙영시키고 궁중에 머물지 마시옵소서.”
패공(유방)은 번쾌의 간언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계속 궁중에 머물러 즐길 눈치였다. 장량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간하였다.
“패공(유방)께서 이 함양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힘이 강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진나라가 지나치게 무도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천하는 평정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나쁜 무리들을 없애기 위해서는 마땅히 검소한 생활로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충성된 말이 귀에는 거슬리나 행동에는 이롭고, 좋은 약이 입에는 쓰나 나쁜 병에는 이로운 것이오니 패공(유방)께서는 번쾌의 말을 들으심이 옳을 것입니다.”
패공(유방)은 마침내 전군을 함양에서 물려 패상에 주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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