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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야기 중국
사1
춘추전국시대

위의 성쇠

전국의 칠웅 가운데서도 특히 강력한 세력을 가져 패자의 자리를 다툰 것은 위(魏)·제(齊)·진(秦) 세 나라였다.

그 가운데서도 다른 나라보다 앞서 지금까지의 법질서를 개혁한 위나라가 가장 먼저 강국으로 등장하였다.

위나라는 그 서쪽에 있는 진(秦)나라를 격퇴하여 황하 서쪽의 넓은 땅을 차지하였고, 진나라의 동방 진출을 제지하였으며 또 동쪽의 세 나라를 공격하여 도시와 땅을 빼앗고 제나라의 서방 진출을 견제하였다. 북쪽으로는 조나라와 싸워 일거에 조나라의 수도 한단(邯鄲)을 공략하고 남쪽으로 초나라를 공략하여 황하 이남의 넓은 도시와 땅을 수중에 넣었다.

이렇게 위나라가 위세를 떨치자 약소국들은 다투어 사자를 보내 공물을 바쳤고 강대국들도 위나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위나라가 이렇게 강대해진 것은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여 내치에 힘썼을 뿐 아니라, 손무(孫武)·사마양저(司馬穰苴) 이후 유명한 병법가로 손꼽히는 명장 오기(吳起)를 등용한 데도 원인이 있었다.

오기는 원래 위(衛)나라 사람이었는데 노나라에 가서 관직생활을 하고 있었다. 제나라에서 노나라를 치자 노나라에서는 오기를 장수로 임명하려 하였으나 오기는 제나라 여자와 결혼한 사이였다. 노나라에서 이를 의심하여 그의 장수 임명을 주저하자 오기는 그의 아내를 죽이고 장수가 되어 제나라의 군사를 대파하였다.

노나라에서는 오기의 사람됨을 좋게 보지 않았다. 그들은 노후(魯侯)에게 진언하였다.

“오기는 일찍이 증자(曾子)를 섬기다가 그의 어머니가 죽었다는 부음을 받고도 분상(奔喪)각주1) 하지 않은 자입니다. 또 그의 아내를 죽여서까지 장수되기를 원하였으니 그의 잔인하고 경박한 행동은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합니다. 게다가 노나라의 힘은 약하온데 강대국인 제나라를 물리쳤다는 소문을 들으면 다른 나라에서 노나라를 경계하여 언제 또 공격해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노나라 중신들이 오기의 사람됨을 비판한다는 소문을 들은 그는 노나라에서 자신을 처벌할까 두려워 다른 나라로 망명을 결심했다. 그는 당시 위나라 문후(文侯)가 어질고 널리 인재를 구한다는 소문을 듣고 위나라로 갔다. 위나라 문후는 오기의 사람됨을 중신 이극(李克)에게 물었다. 이극은 “오기는 탐욕스럽고 여자를 좋아하나 그의 용병술(用兵術)은 비록 사마양저라도 당하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문후는 이극의 말을 들어 오기를 장수로 삼고 진나라를 쳐 다섯 성을 함락하는 대승을 거두었다.

스키타이식 검

전국 시대의 것인데, 북방 민족의 영향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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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는 장병들을 통솔함에 있어 다른 장수들과 특별한 점이 있었다. 그는 최하급의 병졸들과 의식(衣食)을 같이 하고 잘 때에도 자리를 깔지 않으며 행군할 때도 말을 타지 않고 자신의 소지품이나 식량 따위를 몸소 가지고 다니는 등 모든 일을 병졸들과 똑같이 하니 군사들이 마음속으로부터 오기에게 복종하였다.

병졸 가운데 악성 종기로 고생하는 자가 있으면 그는 친히 고름을 입으로 빨아 종기를 치료해(당시의 종기 치료법은 고름을 빨아내는 것이었다) 주었다. 그러자 그 병졸의 어머니가 이 소식을 듣고 통곡하였다.

사람들이 그 어머니에게 “당신의 아들은 병졸에 불과한데도 장군이 친히 그 종기를 빨아주는데 무슨 연유로 그렇게 통곡하는 거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 어머니는 “지난해에도 오장군이 그 애 아버지의 종기를 빨아준 일이 있었는데 그 후 남편은 전장에서 죽어 돌아오지 못했다오. 이번에 또 내 자식의 종기를 빨아주었으니 내 자식도 분명 살아 돌아오지는 못할 것이오. 내 그 일 때문에 이렇게 통곡하는 거라오!”라고 말하였다.

이렇듯 오기는 용병술에만 능했을 뿐 아니라 병졸들의 마음을 자신의 행동으로 사로잡아 사기를 진작시키는 데도 남다른 방법을 쓰고 있었다.

오기가 이렇게 병졸들과 동고동락하고 종기의 고름을 빨아주는 것은 진정한 인도주의에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병졸들의 환심을 사 그들로 하여금 싸움터에서 결사의 용기를 진작시켜 승리를 거두고 자신의 공리(功利)를 높이기 위한 수단에서였다.

증자묘

오기의 스승인 증자의 묘. 오기의 유명한 살신성인은 공자의 제자인 증자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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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위의 문후가 죽고 그의 아들 무후(武侯)가 뒤를 이었다. 무후가 전문(田文)이란 사람을 재상으로 삼았는데 그때 오기는 서하(西河)의 태수로 있었다. 전문이 재상이 된 것을 매우 불만스럽게 생각하여 하루는 전문에게 말했다. “내 그대와 국가에 대한 공적을 비교해 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오?”

전문은 매우 언짢았으나 이 기회에 오기의 콧대를 꺾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습니다. 어디 말해 보시오.”

오기는 자신의 공적을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삼군(三軍)의 장수로서 병졸들에게 죽기로써 싸우게 하여 적국으로 하여금 감히 위나라를 넘보지 못하게 하는 일은 당신과 나 오기 중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하오?”

“나 그대만 못하오.”

“백관을 거느리고 만민을 평화롭게 하며 국가의 창고를 충실하게 하는 일은 어떻소?”

“나 그대만 못하오.”

“서하를 지켜서 진나라의 군사가 감히 동쪽으로 진출하지 못하게 하고 한나라, 조나라를 복종시키는 일은 누가 낫다고 생각하오?”

“나 그대만 못하오.”

“이 세 가지 일은 그대가 나만 못한 것이 사실인데 그대의 지위가 나보다 위인 것은 무슨 까닭이오?”

“임금이 아직 어려서 나라가 어수선하고 대신들이 따르지 않으며 백성들이 아직 믿지 않는 이때에 재상의 자리를 그대에게 맡기겠는가 나에게 맡기겠는가?”

오기가 한참 동안 생각하더니 “그 일은 당신에게 맡길 것이다.”고 말하자 전문이 정색을 하며 “이것이 바로 내가 그대의 위에 있는 까닭이요.”라고 대답했다.

오기는 비로소 자기가 전문만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문이 죽고 공숙(公叔)이 정승이 되었는데 그의 아내는 위나라 공주였다. 공숙은 오기를 꺼려하여 무후에게 오기를 참소하였다. 이에 무후가 오기를 의심하여 신임하지 않자 오기는 죄를 입을까 두려워하여 위나라를 떠나 초나라로 갔다.

초나라의 도왕(悼王)은 평소부터 오기가 어질다는 소문을 듣고 있었으므로 초나라에 오자 곧바로 재상으로 등용했다. 재상이 된 오기는 법을 밝히고 명령을 자세하게 하며 급하지 않은 관원은 감원하고 공족 가운데서도 촌수가 먼 공족에게는 공족의 특권을 주지 않았다. 이 같은 조치의 궁극적 목표는 군대를 강력하게 하고 당시 천하를 휩쓸고 있던 유세자(遊說者)들의 합종(合從)과 연횡(連衡)의 언론을 봉쇄하자는 데 있었다.

이 같은 그의 정책이 실효를 거두어 남으로 백월을 평정하고 북으로 진(陳)·채(蔡)를 병합하였으며 삼진(三晋)을 물리치고 서쪽으로 진(秦)나라를 공략하니 제후들은 초나라의 국세가 강성함을 근심하였고, 초나라의 귀척들은 모두 오기를 원망하였다. 초의 도왕이 죽자 종실과 대신들이 난을 일으켜 오기를 공격하였다. 오기가 달아나 도왕의 시체에 엎드려 있었는데 오기를 쫓던 무리들이 오기를 쏘고 찌르는 바람에 도왕의 시체도 상처를 입게 되었다.

도왕을 장사지내고 태자가 임금이 되자 곧 영윤(令尹)을 시켜 오기를 활로 쏘고 도왕의 시체에도 상처를 입힌 자들을 모두 베어 죽이니 이 일에 연좌되어 일족이 전멸된 자의 수가 70여 가구에 이르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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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영 집필자 소개

서울에서 태어나 한문사숙에서 한문을 수학하고 충남대학교에서 공부했다. 저서로 《이야기 일본사》, 《이야기 중국사》가 있다.

출처

이야기 중국사1
이야기 중국사1 | 저자김희영 | cp명청아출판사 도서 소개

중국 고대부터 전한 시대까지의 역사를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함께 이야기 식으로 풀어 썼다. 엄청난 인구와 광대한 국토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이야말로 진정한 중국의 힘이며,..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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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위의 성쇠이야기 중국사1, 김희영, 청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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