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출처 이야기 중국
사1
춘추전국시대

마릉의 싸움

손무(孫武)가 죽은 뒤 100여 년이 지나서 손빈(孫臏)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제(齊)나라의 아(阿)·전(鄄) 두 마을의 중간 지점에서 출생한 손무의 후손이다. 그는 방연(龐涓)과 함께 병법을 배웠는데 방연이 먼저 위나라에 벼슬하여 혜왕(惠王)의 장수가 되었으나 스스로 자신의 재능이 손빈만 못하다고 생각하고 항시 손빈의 존재를 불안하게 생각하였다.

손무의 동상

ⓒ 청아출판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손무가 새겨진 동전

ⓒ 청아출판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방연은 손빈을 해치기 위하여 몰래 사람을 시켜 손빈을 부르게 하였다. 손빈은 방연을 의심하지 않고 위나라로 갔다. 손빈이 도착하자 방연은 사전에 계획한 대로 손빈을 간첩으로 몰아 두 다리를 자르고 자자형(刺字刑)각주1) 을 가하여 그가 세상에 나와 활동할 수 없도록 하였다.

손빈은 기가 막혔다. 어떻게 하든 이곳에서 벗어나 제나라로 돌아가서 방연에게 원수를 갚아야 한다고 결심했다. 손빈은 계략을 써서 제나라의 사자가 위나라에 오는 틈을 타 수형인의 신분이었는데도 그 사자와 만날 수가 있었다. 제나라 사자는 손빈과 몇 마디 대화하는 사이에 그의 재능이 비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제나라 사자는 몰래 자기 수레에 태워 함께 제나라로 돌아와 제나라 장군 전기(田忌)에게 추천하였다. 전기는 손빈을 좋아하여 객(客)으로 삼았다.

전기는 자주 제나라 공자들과 많은 재물을 걸고 마차를 몰아 승부를 겨루는 경마 내기를 하고 있었다. 손빈이 그 경기 내용을 보니 그 말들의 걸음에는 그다지 큰 차이가 없고 말에 상·중·하의 3등급이 있을 뿐이었다. 손빈이 전기에게 말하였다.

“장군께서는 다음에 큰 내기를 한 번 하십시오. 신이 반드시 장군이 이길 계책을 마련해 놓겠습니다.”

전기는 왕과 여러 공자들과 함께 천금을 걸고 마차 경주 내기를 하기로 하였다. 손빈은 전기에게 귀띔하였다.

“지금 장군의 하등 사마(駟馬)를 가지고 상대방의 상등 사마와 대결하게 하고 장군의 상등 사마와 상대방의 중등 사마를, 장군의 중등 사마와 상대방의 하등 사마를 대결하게 하십시오.”

세 번 경기를 마치고 나니 전기는 한 번만 지고 두 번은 승리하였다. 이에 전기가 손빈을 위왕에게 추천하니 위왕은 병법을 의논해보고 드디어 군사(軍師)를 삼았다.

얼마 뒤 위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하자 조나라에서 제나라에 구원을 청해왔다. 제나라 위왕(威王)은 조나라를 구원하기로 결정하고 손빈을 장수로 삼으려 하자 손빈이 사양하였다.

“형벌을 받은 몸으로 어찌 장수가 될 수 있겠습니까?”

이에 위왕은 전기를 장수로 임명하고 손빈을 군사로 삼았다. 손빈은 휘장을 친 수레 속에 있으면서 모든 계책을 세우고 있었다.

조나라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조나라로 가는 것이 일반 사람들의 생각이었으며 전기 또한 군사를 이끌고 먼저 조나라로 가려 하였다. 그러자 손빈이 계책을 말하였다.

“실마리가 이리저리 헝클어져 얽힌 것을 풀려면 주먹으로 쳐서는 안 되며 싸움을 말리려면 손으로 쳐서는 안 됩니다. 먼저 급소를 치고 빈틈을 찔러 상대방의 형세를 불리하게 만들면 저절로 풀리게 마련입니다. 지금 위나라와 조나라가 싸우고 있으니 정예부대는 모두 나라 밖에 나가 싸우고 있을 것이며 나라 안에는 노약자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장군께서는 군대를 이끌고 빨리 위나라 서울인 대량(大梁)으로 달려가십시오. 그렇게 하여 시가의 큰길을 점령하고 상대편의 빈틈을 찌르면 조나라를 공격하던 저들은 반드시 조나라 공격을 포기하게 되어 조나라는 저절로 구원될 것입니다.”

전기는 손빈의 계획대로 위나라 서울로 쳐들어가니 과연 위나라는 조나라의 서울 한단(邯鄲)의 포위를 풀고 돌아오는 길에 제나라 군사와 계릉(桂陵)에서 싸우게 되었으며 이 싸움에서 제나라 군사는 위나라 군사를 대파하였다.

이로부터 13년 후 이번에는 위나라와 조나라가 연합하여 한나라를 공격하였다. 진(晋)에서 갈라진 삼진(三晋)이라 불리는 형제국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한나라가 제나라에 위급함을 호소하여 구원을 요청해왔으므로 제나라에서는 전기를 장수로 하여 구원하도록 하였다. 전기는 손빈의 계책에 따라 위나라의 수도 대량으로 쳐들어갔다.

이때 위나라의 장수는 방연이었다. 방연은 제나라 군사가 대량으로 쳐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한나라 공격을 중지하고 돌아갔다. 제나라 군사가 방연보다 먼저 이미 위나라의 국경을 지나서 서쪽으로 행군하고 있었다. 손빈은 전기에게 말하였다.

“저 삼진의 군대는 본래 사납고 용맹스러워 제나라를 깔보고 있으며 제나라 군사를 겁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싸움을 잘하는 자는 그 주어진 형편에 따라 그것을 유리하게 유도해야 합니다. 병법에 이르기를 ‘백 리 되는 거리를 전리(戰利)를 다투어 급히 달려가는 자는 상장(上將)을 전사하게 만들고 50리의 거리를 전리를 다투어 급히 달려가는 자는 군사의 반만이 도착한다.’라고 하였으니 제나라의 군사가 위나라의 땅에 들어가면 첫날에는 10만 개의 밥짓는 아궁이를 만들게 하시고, 그 다음날엔 5만 개의 아궁이, 또 그 다음날엔 3만 개의 아궁이를 만들게 하십시오.”

이것이 이른바 증병감조(增兵減竈)의 계책인 것이다.

위나라 장수 방연은 3일 동안 행군한 후 매우 만족해하면서 “내 본래부터 제나라의 군사들이 겁쟁이임을 알고 있었다. 우리 땅에 들어온 지 3일 만에 병졸 가운데 도망간 자의 수가 이미 반을 넘는구나.” 하였다.

방연은 드디어 걸음이 느린 주력 보병은 버리고 걸음이 빠른 정예군만을 이끌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제나라 군사의 뒤를 쫓아갔다. 손빈은 방연의 행군 속도를 계산하여 날이 저물면 틀림없이 마릉에 도착할 것이라 생각했다. 마릉이란 곳은 길이 아주 좁을 뿐 아니라 길 옆이 아주 험난하고 막힌 데가 많아서 복병(伏兵)을 매복시키기에 알맞은 전략상의 요충지였다.

마릉고전비

ⓒ 청아출판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손빈은 큰 나무를 깎아서 희게 만든 후 거기에 ‘방연이 이 나무 아래서 죽을 것이다.’라고 써놓았다. 그리고는 제나라 군사 중에서 활을 잘 쏘는 사람을 골라 일만 개의 쇠뇌(弩)를 장치하고 길옆에 숨어 위나라 군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밤에 불빛이 보이거든 모두 일제히 발사하라.”

미리 약속을 해두었던 것이다. 밤이 되자 방연은 과연 마릉에 이르렀다. 컴컴한 밤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유독 흰 나무에 글씨가 씌어진 것이 보였다. 방연은 불을 켜 비춰보면서 그 글을 읽기 시작하였다. 채 다 읽기도 전에 제나라 군사의 일만 개의 쇠뇌가 한꺼번에 강한 화살을 발사하였다.

ⓒ 청아출판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쇠뇌

ⓒ 청아출판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위나라 군사는 뜻밖에 기습을 받아 크게 혼란을 일으켜 이리저리 흩어져 달아나다 강한 화살에 맞아 죽는 자 부지기수였다. 방연은 자기의 지혜가 모자라 싸움에 패배한 것을 알고 스스로 자신의 목을 찔러 죽으면서 “드디어 내 그 더벅머리 아이놈을 유명하게 하였구나!” 하고 탄식하였다. 제나라 군사는 이를 계기로 위나라 군사를 모두 격파하고 위나라의 태자 신(申)을 포로로 하여 돌아왔다. 손빈은 이 싸움에서의 승리로 그 이름이 천하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가 지은 병법책이 후세에 전하고 있다.

세상에 전해오고 있는 병법서 《손자(孫子)》는 오왕 합려를 섬겼던 손무의 저술이라는 설과 제나라 손빈의 저술이라는 설이 엇갈려 누구의 저술인지 분명치 않은 적이 있었다. 삼국 시대의 조조(曹操)는 《손자》의 주석을 붙이면서 본문까지도 뜯어 고쳤다는 설이 있었다. 그러나 1972년 4월 산동성 임기현의 은작산(銀雀山)에 있는 전한(前漢) 시대의 고분에서 《손빈병법》의 죽간(竹簡)이 발견됨으로써 세상에 전해오고 있는 《손자》는 손무의 저술임이 밝혀졌다.

손자병법 죽간의 일부

ⓒ 청아출판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김희영 집필자 소개

서울에서 태어나 한문사숙에서 한문을 수학하고 충남대학교에서 공부했다. 저서로 《이야기 일본사》, 《이야기 중국사》가 있다.

출처

이야기 중국사1
이야기 중국사1 | 저자김희영 | cp명청아출판사 도서 소개

중국 고대부터 전한 시대까지의 역사를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함께 이야기 식으로 풀어 썼다. 엄청난 인구와 광대한 국토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이야말로 진정한 중국의 힘이며,..펼쳐보기

전체목차
전체목차
TOP으로 이동


[Daum백과] 마릉의 싸움이야기 중국사1, 김희영, 청아출판사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