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국을 말하다
출연료 미지급 더는 못 참겠다
2010년 8월 29일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하 한예조)은 "외주 제작사 드라마의 잇따른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9월 1일부터 외주 제작 드라마 촬영을 전면 거부하겠다."라고 선언했다. 한예조에 따르면, 2010년 7월 말 현재 방송 3사의 외주 드라마 미지급 출연료 액수는 MBC 약 22억 원, KBS 약 10억 5000여만 원, SBS 약 11억 5000여만 원 등 총 44억여 원이다. 스태프에 대한 체불 임금까지 포함하면 미지급 액수는 두 배로 커진다는 게 한예조 측 주장이다. MBC의 〈파스타〉, SBS의 〈온에어〉, KBS의 〈그들이 사는 세상〉 등 13개 드라마에서 미지급 사례가 발생했다. 한예조는 탤런트 조합원만 2000명이 넘는 조직으로 배용준과 김명민 같은 스타부터 신인배우까지 사실상 모든 방송예술인이 속해 있다.
한예조의 촬영 거부 사태를 부른 직접적인 원인은 출연료 미지급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방송사들이 드라마를 외주 제작하면서 제작사들에게 비현실적인 제작비를 지급하는 관행에서 비롯된 구조적 악순환의 결과다. 한예조 문재갑 정책의장은 "'묻지마 제작'을 하는 부실 제작사가 일차적인 문제이지만 터무니없이 낮은 제작 단가를 책정하고 이익만 챙기는 방송사에 더 큰 책임이 있다."라며 "연기자들은 미지급 문제가 해결되고 안전장치가 마련되면 언제든 촬영 거부를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방송사마다 외주 제작사 선정과 드라마 편성에 대한 뚜렷한 원칙이 없다 보니 상대적으로 약자인 외주 제작사 드라마가 덤핑에 가까운 가격으로 방송사에 판매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라며 "방송사―제작사 간 수직 계열화된 구조 속에선 제작사들의 출연료 미지급 문제는 영영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응석 한예조 위원장은 "지난 2년간 제작사와 방송사를 상대로 미지급 문제 해결을 촉구했으나 오히려 미지급이 관행이 돼 스태프와 연기자 숨통이 조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예조는 방송사에게 △출연료 지급능력이 입증된 제작사 선정 △스텝·출연료는 당사자 직접 지급 등을 주장해왔다. 한예조는 제작 거부와 관련해 "밀린 출연료를 방송사가 책임진다는 대표이사 명의의 확인서가 나올 경우 제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갑은 9월 2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촬영 거부를 결정하기까지 2년 넘는 시간을 인내했다."라며 "사용자 군에 속하는 방송사가 문제를 풀지 못했기 때문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지경까지 오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파업이 아니라 밀린 출연료를 지급해달라는 아주 일상적 요구이자 앞으로도 출연료가 계속 밀리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달라는 것"이라며 "이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면 언제든지 촬영 현장에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태의 책임이 외주 제작사보다 방송사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예조 소속 배우들은 일차적으로 외주 제작사와 계약을 맺지만, 이들 회사의 경우 방송이 끝난 뒤 거의 대부분 경영이 부실해져 출연료를 지급하지 못하는데 이는 결국 부실한 외주 제작자를 선정한 방송사에 원천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방송사가 허술한 기준을 갖고 외주사에 편성을 맡기기 때문에 한예조 소속 배우들은 외주사의 경영 능력이나 제작 능력, 지불 능력을 검증할 방법이 전혀 없다."라며 "방송사에서 외주사를 선정하는 원칙이나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방송사들은 한예조의 제작 거부 선언에 난감한 입장을 보였다. 허웅 SBS 드라마국장은 "심정적으로는 이해하지만 우리도 고민이 많다."라며 "(한예조 주장대로) 방송사가 독식하는 게 별로 없다. 방송사도 땅 파서 장사하는 게 아니"라고 밝혔다. MBC 드라마국 박성수 부국장은 "방송사 입장에서 도의적인 책임감과 함께 한예조의 단체 행동에 대해 이해하는 측면도 있다."라며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현실적인 대안이나 안전조치 없이 외주 제작 시장을 무리하게 확장하려는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당국의 정책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연기자에 대한 미지급 출연료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이미 2009년 한예조는 방송 3사와 단체 협약의 주요 요구안으로 '출연료 미지급·지연 지급 해소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을 제시한 바 있었다. 하지만 미지급 출연료 문제는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채 2010년을 넘겨 2011년까지 이어진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 ・ 박세미, 「"출연료 미지급 더는 못 참겠다"」, 『조선일보』, 2010년 8월 30일.
- ・ 김원정, 「"방송사로부터 외압 받은 배우 있다"」, 『미디어오늘』, 2010년 9월 2일.
- ・ 정철운, 「한예조, 1일부터 방송3사 외주 드라마 제작 거부」, 『PD저널』, 2010년 8월 31일.
- ・ 박경은, 「드라마 외주 제작 후 출연료 미지급 관행에 '촬영 거부'」, 『경향신문』, 2010년 8월 31일.
- ・ 남지은, 「한예조 "1일부터 촬영 거부" …… 드라마 차질 빚나」, 『한겨레』, 2010년 8월 31일.
글
출처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전체목차
백과사전 본문 인쇄하기 레이어
[Daum백과] 출연료 미지급 더는 못 참겠다 –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김환표, 인물과사상사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