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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을 말하다
드라마인가? 광고인가?
2000년 방송법이 개정되면서 외주 제작이 강제 조항이 됐다. 외주 제도의 명문화로 간접 광고가 증가할 것을 우려했던 것일까? 방송위원회는 2000년 '협찬에 대한 규칙'을 제정해 간접 광고 규제에 나섰다. 협찬 고지 규칙은 방송 사업자가 협찬을 받더라도 협찬주에게 광고 효과를 줄 수 있게 프로그램을 제작, 구성해선 안 되고 협찬주 또는 관련 있는 삼자의 상품 구매를 권유하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는데, 이게 오히려 간접 광고 급증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외주 제작사들이 '협찬 고지에 관한 규칙'을 악용해 '협찬'이라는 이름으로 간접 광고를 대거 유치하고 나선 것이다. 간접 광고를 규제하기 위해 제정한 규칙이 오히려 간접 광고의 급증을 불러오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면서 방송위원회와 외주 제작사의 숨바꼭질이 이어졌다. 방송법을 악용한 간접 광고가 횡행하면서 방송위원회의 규제 역시 갈수록 늘어났다. 방송사들의 간접 광고는 2000년 462건의 제재 가운데 45.9퍼센트(212건)를 차지했으며 2001년 상반기에는 모두 266건의 제재 가운데 31퍼센트(85건)를 차지하고 있었다.
방송위원회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간접 광고는 좀 더 교묘해졌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미디어워치가 2002년 6월 11일 발표한 보고서 「기업의 홍보장으로 전락한 드라마-교묘한 형태의 드라마 속 간접 광고」에 따르면 협찬사의 상품이나 기업 로고가 아무런 규제 없이 화면에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드라마 자체가 기업 홍보를 목적으로 제작됐다고 할 정도로 매회 협찬사 로고와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어느 정도였던가? 『미디어오늘』 2002년 6월 13일자 기사에 따르면, "기업 로고의 디자인은 그대로 둔 채 한두 글자만 바꿔 규제를 피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무선이동통신업체인 CTF가 배경이 되고 있는 SBS 드라마 〈유리구두〉는 협찬사인 KTF의 K만 C로 바꾼 로고가 매회 수차례 등장한다. SBS 드라마 〈나쁜 여자들〉에서는 대형할인점 '홈플라자'가 배경인데 삼성의 '홈플러스'를 연상케 한다. 이 드라마에서 정수기 체인 청호는 상호나 제품명을 바꾸지 않은 채 방영 중이다. 또 최근 드라마에서 외제 수입차의 협찬 공세가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 종영한 KBS 〈겨울연가〉에 협찬한 포드의 뉴익스플로러에 이어 MBC 드라마 〈위기의 남자〉와 〈로망스〉에는 BMW가 등장했는데 차 타고 가는 장면을 길게 잡거나 카메라 앵글을 다각도로 잡아줘 의도적 노출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샀다. 핸드폰 서비스나 패스트푸드점도 눈에 띄는 간접 광고로 꼽혔다. 한편, 출연자 의상마다 로고 자리에 '뉴논스톱'이란 자체 로고를 붙여 간접 광고를 방지하고 있는 MBC 시트콤 〈뉴논스톱〉도 연기자의 광고 상품과 박경림의 음반에 대한 홍보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실련 미디어워치 보고서는 "프로그램 안에서 협찬사와 제품의 노출 빈도가 높아지는 단순한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협찬사를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본말이 전도되는 경우까지 이르게 될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협찬 형태를 공정하게 밝히지 않고 협찬사에 대한 모종의 보답(?)이라는 방식으로 방송 내용과 불가피하게 관련이 되는 내용으로 노출이 이뤄진다면, 시청자들은 방송사와 협찬사에 의한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이 기업의 노골적인 요구이든 제작진들의 필요에 의한 것이든지 간에 방송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프로그램인지 광고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하는 속임수를 사용하는 등의 부당한 처사는 어떠한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이와 같은 방식이 거듭될수록 프로그램과 협찬자의 협력 관계는 프로그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결국 프로그램은 왜곡될 수밖에 없으며, 시청자들은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의 기능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방송사들은 간접 광고가 '우연의 일치'에 따른 결과일 뿐 의도적인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경실련 미디어워치 보고서의 경고는 현실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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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이영환, 「드라마는 간접 광고 수호천사?」, 『미디어오늘』, 2001년 8월 23일.
- ・ 신미희, 「"드라마인지 광고인지……"」, 『미디어오늘』, 2002년 6월 13일.
글
출처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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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드라마인가? 광고인가? –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김환표,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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