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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드라마, 한
국을 말하다

〈노란 손수건〉과 호주제 폐지

2003년 5월 국회의원 52명은 호주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민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고 여성부는 7개 부처와 11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호주제폐지특별기획단'을 구성해 9월 초 정기국회에서 호주제 폐지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활동했다. 호주제 폐지 활동은 변화된 국민 의식을 반영한 결과였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그해 실시한 '호주제 국민 의식 조사'에 따르면,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는 의견은 66.2퍼센트였다. 특히 여성은 82.3퍼센트가 호주제 폐지에 찬성할 만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이런 가운데 호주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드라마들이 경쟁하듯 선을 보였다. 『여성신문』 2003년 8월 15일자 기사는 "아줌마들의 수다거리마냥 치부됐던 드라마들이 호주제 폐지에 발 벗고 나섰다. MBC, SBS, KBS TV 방송 3사 드라마들이 모두 민감한 호주제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라고 했다. 〈노란 손수건〉 (KBS),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MBC), 〈당신 곁으로〉(SBS)가 그 주인공이다. 이 드라마들은 여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조건은 다소 다르지만 호주제 폐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냈는데, 미혼모의 아들에 대한 양육권을 둘러싼 친모와 친부 일가의 갈등을 골자로 등장인물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호주제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드라마들은 호주제 폐지 논의가 본격화된 시점에서 방영돼 파급력이 대단히 컸다. 드라마 게시판에서는 호주제 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활발하게 벌어졌을 뿐만 아니라 젊은 층은 물론이고 '핏줄'에 대한 관념이 뿌리박혀 있는 중년층까지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게끔 만들었다. 예컨대 〈노란 손수건〉의 한 애청자는 "애를 지우랄 땐 언제고 나중에 와서 자기 애랍시고 우기며 호적에 올리겠다는 게 말이 되냐? '인지 신고'인지 뭐라고 떠들던데, 요즘 호주제 폐지 때문에 드라마에서도 다들 그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호주제인지 뭔지 빨리 없어져야 한다. 노인정에서도 다들 웃긴다고 그러더라."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작가 박정란은 "작가가 페미니스트이고 여성부의 사주를 받아 드라마를 전개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억측에 불과하다."라며 "스토리의 전개 과정상 자연스레 이 부분이 돌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드라마로 호주제 문제가 부각됐다면 좀 더 냉정하고 분별력 있는 논쟁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라고 했다.

드라마 〈노란 손수건〉을 통해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는 드라마가 현실을 모델링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잘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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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열린사람들 회원 유희진은 "사회의식의 변화를 수용하는 데 있어서 늘보인 드라마에서 호주제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뤘다는 사실은 매우 긍정적이다."라며 "이제까지 미혼모와 혼인 외 관계로 낳은 아이의 문제를 다룬 드라마는 무수히 많았으나 그들을 사회적 약자로만 그렸을 뿐, 별다른 특색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노란 손수건〉 등은 같은 소재를 다룬 드라마라도 이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현실 왜곡을 일삼는 드라마가 아닌,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드라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드라마는 사회제도가 더 이상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그들을 '비정상'으로 낙인찍을 때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바뀌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현실의 모순에 당당히 맞선 드라마의 출현은 그래서 언제나 반갑다."라고 평했다.

〈노란 손수건〉은 드라마가 현실 반영을 넘어 현실을 모델링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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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조은미, 「호주제 폐지 드라마 인기 끈다」, 『여성신문』, 2003년 8월 15일, 13면.
  • ・ 김남중, 「호주체 폐지론 힘 보태는 KBS '노란 손수건'」, 『국민일보』, 2003년 8월 15일, 16면.
  • ・ 유희진, 「제도 폐해 사실적 묘사로 시청자 공감 이뤄」, 『신문과방송』, 2003년 10월호, 125쪽.

김환표 집필자 소개

IT와 SNS 문화,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평론가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월간 『인물과사상』에 ‘사회문화사’를 연재했으며, 지금은 ‘인물 포커스’를 연재하고..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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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 저자김환표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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