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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드라마, 한
국을 말하다

막장화는 복고화의 다른 이름이다

막장 드라마가 유행하는 배경에 대한 분석은 차고 넘칠 만큼 쏟아져나왔는데, 그 가운데서도 주목할 만한 발언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MBC 예능국 PD 이흥우는 톱 배우들의 일일 연속극 기피를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톱스타가 없는 불리한 캐스팅으로 6개월 이상 극을 끌어가려면 자극적 방법론이 불가피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이흥우는 "야외 촬영으로 영상 미학을 추구하는 미니 시리즈가 드라마 산업의 대세와 주류가 되면서 일일 연속극은 주연급 배우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라고 했다.

"주인공에 스토리가 집중되는 미니 시리즈의 경우 주연 배우는 상대적으로 연기에 몰입할 수 있고 캐릭터 구축과 표현 등 연기하기가 수월합니다. 방송 기간이 긴 연속극의 경우, 많은 인물들을 다뤄야 하고 주제와 강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한 미니 시리즈에 비해 조연과 준조연 등에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를 마련해야 합니다. ······ 그래서 모 방송사 일일 연속극의 경우 높은 시청률을 보였지만 방송 관계자들조차 해당 연속극의 주인공이 누군지, 제목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로 인해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연속극 주인공이 다른 미니 시리즈 주인공에 비해 스타덤에 오르거나 프로그램의 부수 효과인 광고를 찍게 되는 경우도 별로 없는 것이지요."

    • 1〈청춘의 덫〉의 심은하
    • 2〈아내의 유혹〉의 장서희

      드라마에서 '악녀'와 '복수를 위한 성공' 등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이런 점에서 막장화는 복고화의 다른 이름이다.

막장 드라마를 대중문화 전체 지형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겨레』 2009년 1월 9일자 기사는 '막장 드라마' 붐은 드라마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문화적 트렌드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불황 때는 미니스커트가 유행'하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지친 마음을 풀기 위해 말초적 자극을 선호하고, 그에 기댄 문화자본은 쉬운 돈벌이를 찾는다. 혁신적 사고는 멈추고, 비슷한 관습이 되풀이되며, 문화적 활력은 질식된다. 이른바 문화의 '퇴행'이다. 2009년 한국 문화계에 이 퇴행의 바람이 몰아칠 기세다."라고 했다.

"드라마의 '막장화'도 산업적 근거는 있다. 드라마 산업은 배우와 제작자 사이에 출연료 분쟁이 시작될 정도로 위축됐다. 막장 드라마는 싼 제작비로 기본적인 시청률이 보장된다. '나쁜 남자-가련한 여자'(또는 반대의 설정), '출생의 비밀', '복수를 위한 성공' 등은 1980년대 임채무·김희애 주연의 〈내일 늦으리〉, 1990년대 이종원·심은하 주연의 〈청춘의 덫〉 등 수많은 인기 드라마 속에서 되풀이돼왔다. 이런 점에서 막장화는 복고화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유인경은 "불륜과 배신, 복수는 '막드 3종 세트'라고 할 만큼 필수 요소이고 1960년대부터 드라마가 잘 안 풀리면 해결책으로 등장했던 불치병, 출생의 비밀 등이 필수 요소로 등장해 드라마의 퇴행을 극명히 보여준다. 시청자 게시판엔 '정말 어이가 없네요', '작가님, 해도 해도 너무하네요' 등의 비난이 가득하지만 이렇게 욕먹는, 혹은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의 또 다른 공통점은 시청률이 높다는 것이다."라며 희망과 낙관적 기대가 사라진 사회 분위기가 한몫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경제 불황과 답답한 사회 풍토가 막장 드라마의 인기에 한몫한다고 주장한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 반 토막 난 펀드, 불안한 직장, 한심한 정부, 매일 터지는 각종 흉악한 사건 등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기보다는 황당할지라도 잠시 암담하고 고단한 현실을 잊게 만들며 자꾸 다음 회가 기다려지게 만드는 강한 중독성에 나름대로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주는 막장 드라마를 통해 위로를 얻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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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이흥우, 「스타들의 연속극 기피 왜?」, 『경향신문』, 2009년 1월 11일.
  • ・ 길윤형·하어영, 「문화 퇴행, 안전하고 쉬운 돈벌이의 유혹/중독성 짙은 후렴구 반복 '30초짜리 음악'/이혼·파혼·악녀 …… '클리셰' 남발 드라마」, 『한겨레』, 2009년 1월 9일.
  • ・ 유인경, 「'막 나갈수록 막 본다' 대한민국 막장 드라마 전성시대」, 『경향신문』, 2009년 1월 22일.

김환표 집필자 소개

IT와 SNS 문화,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평론가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월간 『인물과사상』에 ‘사회문화사’를 연재했으며, 지금은 ‘인물 포커스’를 연재하고..펼쳐보기

출처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 저자김환표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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