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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을 말하다

배용준의, 배용준에 의한, 배용준을 위한 〈태왕사신기〉

2007년 최대의 화제작은 〈태왕사신기〉였다. 제작비 430여억 원이 투입됐고 제작 기간만 3년이 걸렸기 때문이 아니었다. 김종학·송지나 콤비의 작품이라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꼭 그것만도 아니었다. 시들기 시작한 한류 열풍을 되살리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2007년 9월 13일자 기사는 "방송영상산업계에서는 이 작품이 히트하면 후속 드라마에 대한 투자·제작이 활발해지고, 실패하면 국내 드라마 시장이 냉각돼 한류가 쇠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라고 했다.

"30년 연출 경력의 김종학 감독이 제작비 430억 원을 투자받아 만든 수출용 대작인 데다 한류의 대표주자 배용준이 주연배우로 승부를 건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기획은 한류의 전성기인 3년 전에 이뤄진 반면 방영은 한류의 내리막길에 이뤄져 묘한 운명에 처해 있다. 일단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으로 방영 직전까지 배용준이 대주주인 코스닥의 키이스트는 50퍼센트 이상, 김종학프로덕션이 우회 상장할 예정인 퓨어나노텍은 12배 이상 주가 차익을 거뒀다. 작품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청률도 20퍼센트 이상 높게 나타났다. 히트 여부에 따라 현재 아시아권에 국한된 수출 선계약도 다른 시장으로 넓혀질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다."

김종학도 결연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기존 드라마들과 차원이 다른 컴퓨터 그래픽이 화제다. 집착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인데······"라는 질문을 받고 "이 드라마는 외국에도 많이 수출해야 한다. 우리 역사를 모르는 외국인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의 전 세계적 성공도 눈부신 비주얼의 힘 아니었나? 컴퓨터 그래픽으로 드라마의 깊이를 만들고 있다."라고 했다.

〈태왕사신기〉는 배용준이 중심인 드라마였다. 광개토대왕 역에 배용준이 캐스팅된 것 역시 한류와 떼놓을 수 없었다. 제작진은 이를 극구 부인했지만 '배용준의 상품성'에 크게 의존한 것만은 사실이었다. 기획 자체가 '일본'이라는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시작됐기 때문이다.

제작비 430여억 원이 투입된 〈태왕사신기〉는 '배용준의 상품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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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혁은 "제작비 등 기존의 모든 숫자에 '0'을 하나 더 붙여놓은 〈태왕사신기〉라는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한 많은 이들이 있겠지만, 그 중심에 배용준이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겨울연가〉라는 쥬신의 별 아래서 일본의 많은 이들을 더불어 행복하게 했던 '욘사마'가, 〈태왕사신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쥬신의 왕으로 부활하기를 마음먹지 않았다면, 기존 제작비의 10배가 넘는 이 대작은 하늘 아래 태어나기 힘들었다. 과장하면 배용준의, 배용준을 위한, 배용준에 의한 드라마, 혹은 '주문형 한류 맞춤 상품'이 〈태왕사신기〉였"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돈을 벌기 위한 상품으로 기획되고 태어난 것이 드라마 〈태왕사신기〉다. 오해하지는 마시길. 배용준이 없이, 또한 배용준을 사랑하고 그를 위해서라면 홈시어터도 아낌없이 장만하겠다는 구매력 높은 '욘사마'의 팬들이 없이, 이런 엄청난 프로젝트가 반복되기는 힘들다는 현실을 말하는 거다. 투자란 기본적으로 돈 놓고 돈 먹기이다. 최고의 시청률보다는 최고의 수익률이 더 우선일 수밖에 없이 기획된 거대한 프로젝트가 〈태왕사신기〉다. 그래서 드라마 속 태왕의 캐릭터와 '욘사마'의 이미지가 부딪힌다면 주저 없이 후자를 선택해야 하며, 고증에 철저한 세트보다는 테마파크로 만들어 유료화할 수 있는 공원을 만드는 것이 더 우선일 수밖에 없고, 그래야 하는 것이 〈태왕사신기〉 프로젝트가 발을 딛고 선 현실이란 얘기다. 반복 불가능한 전례랄까? 휘둥그런 볼거리가 가끔은 헛배를 부르게 하는 느낌도 드라마라는 장르로서의 '집중력'을 가끔 건드리는 드라마 외적인 어떤 것들 때문은 아닐까 하는 것은 괜한 질투심 때문이 아니라, 애정에서 비롯된 아쉬움이다."

『한국일보』 2007년 12월 7일자는 "〈태왕사신기〉에서 배용준이 차지한 비중은 절대적이었다면서 배용준이 없었다면 500억 원의 제작비가 만든 효력이 크게 떨어졌을 게 분명하다"라고 지적했다. 〈태왕사신기〉의 투자 및 배급을 맡은 SSD 김의준 대표는 "배용준의 힘으로 이런 대작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라며 "'배용준 없는 태왕사신기'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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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김정섭, 「상상력만 의존 "드라마야 만화야" …… 태왕사신기 논란」, 『경향신문』, 2007년 9월 13일.
  • ・ 최승현, 「스타 감독 김종학 "많이들 본다니 덜컥 겁이 난다"」, 『조선일보』, 2007년 9월 14일.
  • ・ 이로사, 「'태왕사신기' 화려한 판타지 사극 혹평 속 '절반의 성공'」, 『경향신문』, 2007년 12월 6일.
  • ・ 이문혁, 「'태왕사신기'는 배용준 드라마?!」, 『한겨레』, 2007년 10월 11일.
  • ・ 양홍주·강명석, 「태왕사신기 종영…… 뭘 남겼나」, 『한국일보』, 2007년 12월 7일.

김환표 집필자 소개

IT와 SNS 문화,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평론가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월간 『인물과사상』에 ‘사회문화사’를 연재했으며, 지금은 ‘인물 포커스’를 연재하고..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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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 저자김환표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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