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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드라마, 한
국을 말하다

스타에게 찍힌 PD, 드라마 못해

한류 열풍을 타고 스타 파워는 갈수록 강화되었다. 드라마 제작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스타의 힘이 비대해지면서 스타를 모시기 위한 PD들의 '삼고초려'는 필수가 됐다. 『중앙일보』 2005년 2월 5일자 기사에 따르면, "스타 연예인들의 집안 대소사를 챙기는 것은 기본이다. 결혼식은 물론이고 초상집을 찾아가 평소도 꾸준히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 MBC의 한 PD는 '예전처럼 조연출을 대신 보내는 일은 생각도 할 수 없다'며 '결정적인 순간에 캐스팅을 놓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PD가 직접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고, 타 방송사에 출연해도 '드라마 잘 보고 있다'는 안부 전화를 종종 넣는다."

MBC에서 준비 중이던 〈못된 사랑〉은 스타 권력화 문제를 불 지피는 연료로 쓰였다. 대체 〈못된 사랑〉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MBC는 2005년 5월 방영을 목표로 3월 24일 〈못된 사랑〉의 첫 촬영을 계획했지만, 1월 일찌감치 주인공으로 내정된 가수 비가 촬영을 코앞에 두고 돌연 출연 번복을 통보해왔다. 이에 앞서 비의 상대역으로 거론되던 고소영도 대본 수정 문제로 출연을 거부했다. 이에 다급해진 MBC 측은 뒤늦게 비와 고소영이 제시하는 모든 조건을 수용한다고 제안했지만, 둘 다 출연 불가 입장을 고수해 체면만 구기고 말았다. 이를 두고 MBC 한 프로듀서는 "예전 같으면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이라면서 "스타 캐스팅의 칼자루를 쥔 대형 연예 기획사·드라마 제작사들이 스타 파워를 앞세워 드라마 제작의 핵심 권력으로 등장하면서 '갑과 을'의 관계가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다."라고 했다.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는 2005년 7월 1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11층에서 '스타 권력화와 한국 드라마의 미래'라는 주제를 놓고 긴급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 위원은 "최근 제작된 A드라마의 경우 회당 제작비 9700만 원 중 주연배우 3명의 출연료가 4400만 원으로 총 제작비의 45.4퍼센트를 차지한다."라고 지적했다. 제작비의 절반을 소수의 스타들에게 주고 그 나머지로 기타 조연배우 출연료와 스태프 인건비, 촬영, 소품, 섭외, 기타 잡비 등을 충당하는 기형적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양문석의 주장이었다. 양문석에 따르면, 2000년에 비해 2004년 드라마 제작비는 77퍼센트 상승한 반면 주연배우 2인의 출연료는 360만 원에서 1300만 원으로 261퍼센트나 올랐다. 이에 비해 하위 10명의 평균 출연료는 같은 기간 21만 원에서 14만 3000원으로 오히려 32퍼센트나 줄어들었다. FD 인건비는 회당 33만 원에서 38만 원으로 겨우 15퍼센트만 올랐을 뿐이다.

양문석은 또 돈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게 스타 연기자들이 촬영 현장에서 휘두르는 권력이라고 했다. "주연배우가 조연급 중견배우들의 교체를 요구하거나 직접 배우를 추천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심지어 주연배우들에게 낙점받지 못한 PD는 드라마를 찍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라는 것이다. 이어 양문석은 "현재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스타가 PD들을 고르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찍새 PD'라는 자조적인 용어도 등장했다고 꼬집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은규 MBC 드라마 국장은 "스타는 귀한 존재이며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드라마 제작 여건에 맞지 않는 개런티 요구도 있다."라고 밝혔다. 김영섭 SBS 드라마 책임 프로듀서 역시 "몇몇 주연 배우들의 몸값이 너무 올라가다 보면 판이(드라마 시장) 깨진다. 몇몇 주연배우가 제작비의 50퍼센트를 가져가고 나머지로 제작을 하다 보면 드라마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결국에는 한류 시장도 붕괴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 스타의 과도한 출연료가 드라마 수출에도 악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스타 몸값 때문에 갑자기 드라마 수출가가 오르면서 외국에서 수입을 보류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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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백성호, 「드라마 PD "좋은 시절 다 갔네"」, 『중앙일보』, 2005년 2월 5일, 24면.
  • ・ 이영표, 「'스타 파워' 드라마 좌지우지」, 『서울신문』, 2005년 3월 25일, 25면.
  • ・ 김은진, 「스타 권력화 TV 드라마도 심각」, 『세계일보』, 2005년 7월 18일, 23면; 백민정, 「"외주 제작 의무화·방송사 시청률 경쟁 드라마 스타 편중 부추긴다"」, 『국민일보』, 2005년 7월 18일 24면.
  • ・ 강영구, 「방송PD연 긴급토론, "스타 몸값 거품" 방송 PD도 쓴소리……」, 『경향신문』, 2005년 7월 15일, KU면.
  • ・ 이희정, 「"드라마 주연 3명 출연료가 제작비 절반"」, 『한국일보』, 2005년 7월 15일.

김환표 집필자 소개

IT와 SNS 문화,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평론가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월간 『인물과사상』에 ‘사회문화사’를 연재했으며, 지금은 ‘인물 포커스’를 연재하고..펼쳐보기

출처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 저자김환표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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