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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을 말하다
국민 드라마는 약육강식의 결과물
매체 환경의 변화와 젊은 층 시청자의 이탈로 이른바 '국민 드라마'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MBC의 〈주몽〉은 2007년 1월 30일 시청률 50.3퍼센트(TNS미디어코리아)를 기록하는 이른바 '기적'을 만들어냈다.각주1) 특히 9개월의 방송기간 동안 33주 연속 전체 시청률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주몽〉은 드라마 속 주인공 '주몽'만큼이나 MBC에겐 믿음직한 '영웅'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주몽〉이 방송된 2006년 5월부터 2007년 3월까지 타 방송사의 월화 드라마에겐 공포의 대상이자 악몽이었다. 백약이 무효였기에 타 방송사들은 오로지 〈주몽〉이 끝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그 기간이 너무 길었다. 문화평론가 강명석의 말마따나 "월드컵 뒤엔 사그라들 줄 알았"고 "서늘해지면 좋아질 줄 알았"고 "겨울이면 끝나겠지 했"지만 '연장 방영'으로 해를 넘기면서 〈주몽〉 열풍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몽〉과 맞붙어 살아남은 드라마가 없을 정도로 수많은 월화 드라마가 자신의 존재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채 사라져야 했다.
윤석진 교수는 "평균 시청률 40퍼센트대, 최고 시청률 50퍼센트를 넘기면서 고구려를 중국에 복속시키려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한민족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문화적인 대응 가능성을 보여준 〈주몽〉이 '국민 드라마'의 반열에 오른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다."라면서도 다음과 같이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그러나 국민 통합 기제로서 '국민 드라마'가 마냥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국민 드라마'는 약육강식의 결과물로서 'TV 드라마의 독과점'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TV 드라마의 독과점은 국민의 절반 이상이 서로 다른 곳에서 같은 드라마를 보고 비슷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한다. '국민 드라마' 한 편 때문에 '많은' 작가들이 창조한 '각양각색'의 등장인물들을 '여러' 배우가 연기하면서 만들어낸 '다양한' 이야기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사라지는 안타까운 상황은 분명 '국민 드라마'의 어두운 이면이다. 따라서 자신의 취향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드라마를 관습적으로 시청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전체주의적인 성향만으로 '국민 드라마'가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내용이나 형식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없고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시청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50퍼센트라는 괴물 같은 수치는 드라마 내적인 요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드라마를 봐야 할 것 같은 우리의 전체주의적 성향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어 시시각각으로 올라오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드라마 관련 보도가 '국민 드라마' 탄생과 한국인의 '쏠림' 문화를 더욱 부추긴다면서 TV 드라마에 대한 그런 보도 관행이 수많은 드라마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방해한다고 진단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 종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 내내 방송되는 드라마를 보면서 '드라마 공화국'이라 비판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뒤집어 생각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만큼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이런 상황에서 전체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드라마의 편성 비율이 높은 것을 비판하기보다, 그 많은 드라마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시청자의 의식을 고양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수많은 시청자가 각양각색의 드라마를 자신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 TV 드라마, 특히 '국민 드라마'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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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김민호, 「주몽 해피엔드로 내일 막 내린다」, 『국민일보』, 2007년 3월 5일, 24면.
- ・ 강명석, 「MBC '주몽' 시청률 승승장구」, 『한국일보』, 2007년 2월 8일, 24면.
- ・ 윤석진, 「약육강식의 결과물 '국민 드라마'」, 『미디어오늘』, 2007년 3월 7일, 13면.
글
출처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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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국민 드라마는 약육강식의 결과물 –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김환표,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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