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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드라마, 한
국을 말하다

차인표 신드롬은 연출의 승리

SBS 출범 이후, 스타의 몸값이 껑충 뛰어올랐다. 스타의 몸값 상승은 드라마 제작에 경제적 압박을 주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이는 드라마 졸속 제작의 요인으로 작동했다. 전체 제작비가 한정된 상황에서 간판 스타의 출연료 인상으로 인해 드라마에 꼭 필요한 엑스트라의 감축과 야외 촬영 횟수 줄이기 등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1994년 3월 8일자 기사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스타급 연기자들의 출연료가 고정돼 있는 드라마 제작비를 압박, 졸속 제작을 불러오거나 드라마 규모를 당초 기획보다 축소화한다는 지적이 높다."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일부 방송사가 시청률만을 의식, 무분별하게 '스타 모셔오기' 경쟁을 벌인 데서 비롯된 것. 고액 출연료를 보장하는 편법으로 작품당 계약 방식을 도입, 기존의 연기자 등급별 시간별 개런티 방식을 무너뜨려 드라마 제작 풍토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방송사에 따라 산정 방식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현재 60분짜리 기획·특집 드라마 1회분을 만드는데 드는 출연료(엑스트라 포함)·의상·소품·극본료·진행비 등 직접 제작비는 대략 4000만~5000여만 원선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출연료가 60~70퍼센트(드라마에 따라 40~50퍼센트인 경우도 있음)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야외촬영 진행비, 음악료, 동시 녹음료 등으로 쓰고 있다. 때문에 작품당 계약의 경우 스타급 연기자의 출연료가 300만 원만 올라도 자연 나머지 비용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스타의 몸값 상승에 따른 드라마 제작비용의 급증은 방송사의 경영난으로 이어졌다. 1994년 MBC는 방송위원회에 '업무 보고'를 하면서 광고 시간을 10/100까지 늘려줄 것을 요청했는데, 주요한 이유가 바로 스타 캐스팅에 따른 드라마 제작비용의 급상승이었다. 스타 마케팅이 활성화되면서 스타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드라마 제작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방송사들은 어쩔 수 없이 무명 연기자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문제는 TV의 속성상 드라마에 스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어찌할 것인가? 무명 연기자를 캐스팅해 스타 만들기에 나서는 방법이 동원되었다.

이와 관련해 일찍이 탁견을 제시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에드가 모랭이다. 그는 1984년 펴낸 책 『스타』에서 "스타의 제조 과정은 신인 발굴 담당자가 발견한 미녀를 합리화하고, 표준화하고, 선별하고, 결함을 없애고, 보석을 끼워 넣고, 조립하고, 가공하고, 다듬고, 장식한다. 한마디로 스타는 만들어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화 산업의 스타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기획과 훈련, 홍보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게 모랭의 생각이었다. 물론 연기자 개인이 지닌 매력과 상품성으로 인해 스타가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었고, 대부분의 스타는 정교하고 치밀한 전략에 의해서 탄생한다는 것이다.

MBC가 1994년 6월 6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사랑을 그대 품 안에〉는 TV의 '스타 만들기'를 생생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사랑을 그대 품 안에〉의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차인표는 무명 연기자였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고 '차인표 신드롬'마저 불러왔다. 〈사랑을 그대 품 안에〉는 처음부터 차인표를 스타로 만들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모든 것을 기획한 드라마로, 차인표 신드롬은 사실상 '연출의 승리'였다.

〈사랑을 그대 품 안에〉는 '스타 만들기'를 생생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무명 연기자였던 차인표는 하루아침에 스타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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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를 위한 배려는 어느 정도였던가? 카메라에서부터 대사의 양을 조절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작 과정에 걸쳐 정치하게 진행됐다. 연출자 이진석은 처음부터 이 드라마의 기획 의도가 주인공을 멋지게 '포장'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면서 다른 배우들에겐 '튀지 말라'는 주문을 넣었다. 또 드라마 내용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전체적 구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처리하기 어려운 대사를 '수준'에 맞게 고치고 상대역으로도 쟁쟁한 스타들을 캐스팅했다. 요컨대 〈사랑을 그대 품 안에〉의 흥행과 차인표의 스타화는 연출과 배우의 '집단 노력'의 결과였고, 그런 스타 만들기는 결국 대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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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장인철, 「인기 탤런트 작품당 2~3억 원 고액 출연료」, 『한국일보』, 1994년 3월 8일, 19면.
  • ・ 남궁협, 『텔레비전 산업의 시장 구조 변화와 방송사 경쟁 행위에 관한 연구』, 1994년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 ・ 에드가 모랭, 이상률 역, 『스타』(문예출판사, 1992).
  • ・ 공종식, 「탤런트 차인표: "나의 인기 '집단노력'의 결과"」, 『동아일보』, 1994년 8월 7일, 8면;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1990년대 편 2』(인물과사상사, 2006), 127~128쪽.

김환표 집필자 소개

IT와 SNS 문화,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평론가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월간 『인물과사상』에 ‘사회문화사’를 연재했으며, 지금은 ‘인물 포커스’를 연재하고..펼쳐보기

출처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 저자김환표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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