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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을 말하다
복수하고 싶은 사람 모여라
막장 드라마에 이어 이른바 '분노 드라마', '복수 드라마'가 등장했다. 막장 드라마의 대표로까지 분류된 〈아내의 유혹〉은 물론이고 KBS 주말 연속극 〈내 사랑 금지옥엽〉, MBC 일일 드라마 〈사랑해 울지마〉, 〈미워도 다시 한 번〉 등이 그런 경우다. 공교로운 것은 복수 드라마의 주인공 대다수가 '악녀'라는 사실이었다.
『PD저널』 2009년 2월 11일자 기사는 "최근 '악녀'들의 드라마 등장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악한 캐릭터는 이야기를 가장 쉽게 이끌어가는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1990년대 유행했던 트렌디 드라마가 2000년대 들어 주춤하면서 극단적인 성격의 악녀 역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인기 드라마를 보면 '권선징악'과 복수라는 모티브로 악녀들이 주요 인물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라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드라마들이 최근 경기 침체에 따른 피폐한 사회상을 반영한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사회가 복잡하고 어수선하면 오히려 단순화된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반응을 보이고, 이런 드라마가 사회적인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풀어내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승현은 "분노를 해일처럼 퍼붓는 TV였다. 비난·울분·폭력·욕설이 브라운관에서 집 안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잠깐이었지만 아이는 뚫어져라 화면을 응시했다. 이날 방송된 〈아내의 유혹〉 70회는 전체 방송 분량 33분 중 15분 10초가 고함·싸움·절규로 채워졌다. 동서고금 픽션 사상 유례없는 경우가 아닐까 싶을 정도. 배신과 눈물을 앞세운 신파 드라마의 대가 김종창 PD(〈장밋빛 인생〉)도 '드라마 한 편에서 인물들이 갈등을 빚으며 충돌하는 부분은 4분의 1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니, 〈아내의 유혹〉이 쏟아내는 물량 공세는 엄청날 따름이다. 비슷한 시간 방송된 〈사랑해 울지마〉 62회 역시 시작부터 5분여간 줄기차게 출연자들이 울고 싸웠다. '막장'보다 더 무서운 '분노' 드라마의 창궐은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이 평소와 다름없는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아들 머리를 자신도 모르게 쥐어박고 있다면, 밤늦게 퇴근한 아내에게 와이셔츠 다려놓지 않았다고 성질내며 문을 박차고 있다면, 혹시 '분노 드라마'에 중독된 건 아닌지 의심해볼 일이다."
『한겨레』 2009년 2월 26일자 기사는 "복수하고 싶은 사람 모여라! 최근의 드라마는 마치 이렇게 외치는 듯하다."라고 진단했다. 정석희는 "현실에선 용서와 화합이 강조되는데 드라마에서 복수가 넘쳐난다."라며 "요샌 아침 드라마의 화두도 불륜이 아니라 복수다. 〈그 여자가 무서워〉(SBS)가 복수극의 전초전이었다. 말도 안 되는 복수 이야기를 저녁 7시 40분 일일극으로 내보냈다."라고 했다. 시나리오 작가 신광호는 "걱정되는 건, 이런 자극적인 드라마들에 열광을 하면서 또 복수 가지고 안 되고, 복수의 따따블이어야 만족할 듯하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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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드라마 〈그 여자가 무서워〉는 자동차 사고로 얼굴에 흉터가 난 주인공이 화려한 여성으로 변신한 후 전 애인에게 복수하는 내용의 드라마다. 이런 복수 드라마의 창궐은 대중문화 전반에 퍼진 '피해자 증후군'과 무관하지 않았다.
복수 드라마의 창궐은 대중문화 전반에 퍼진 이른바 '피해자 증후군'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네 탓 증후군'이라 할 수 있는 '피해자 증후군'이 '상대방 흠집 내기'와 '앙갚음' 심리로 이어지고 있고, 이게 복수 코드와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TV 드라마나 리얼 프로그램의 네 탓이나 복수 심리는 모두 기존 현실이 투영된 결과"라며 "장기적인 불황 속에서 혼자 살겠다는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문화가 방송이나 가요에도 이어지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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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이선민, 「'독'을 탄 드라마, 언제까지 성공할까」, 『PD저널』, 2009년 2월 11일.
- ・ 최승현, 「'막장'보다 더 무서운 '분노 드라마'의 폭주」, 『조선일보』, 2009년 2월 23일.
- ・ 현시원,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그녀의 복수에 포기는 없다」, 『한겨레』, 2009년 2월 26일.
- ・ 정양환, 「드라마로…… TV로…… '네탓 증후군'에 빠진 대한민국」, 『동아일보』, 2009년 5월 26일.
글
출처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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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복수하고 싶은 사람 모여라 –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김환표,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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