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국을 말하다
젊은 층의 VOD 다시보기와 인터넷 소설의 드라마화 붐
네티즌의 급속한 확산은 드라마 시청 행태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으니, 그 가운데 하나가 드라마를 VOD(주문형 비디오)로 보는 시청자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점이다. 젊은 층의 VOD 다시보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특이한 현상도 나타났다. 지상파 시청률과 VOD 다시보기 시청률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그것이었다. 『서울신문』 2003년 4월 3일자 기사는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TV를 VOD로 보는 시청자가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프로그램의 인기를 따지는 척도는 시청률. 그렇다면 과연 시청률과 인터넷 다시보기의 접속률은 일치하는 걸까."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답은 노! 큰 흐름은 비슷하지만 개별 프로그램으로 들어가면 종종 순위가 뒤바뀐다. TNS 미디어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KBS 드라마의 시청률 순위는 〈저 푸른 초원 위에〉, 〈노란 손수건〉, 〈아내〉, 〈무인시대〉 순. 하지만 인터넷의 VOD 접속 건수는 〈노란 손수건〉, 〈무인시대〉, 〈아내〉, 〈저 푸른 초원 위에〉 순으로 나타났다. 〈노란 손수건〉이 TV에서는 〈인어아가씨〉와 같은 시간대에 붙으면서 시청률이 기대치만큼 올라가지 못하는 반면, 시간의 구속이 없는 네티즌들은 〈노란 손수건〉을 가장 많이 시청한 것. 프로그램의 시간대와 함께 VOD 시청층이 주로 젊은 층인 것도 순위가 뒤바뀌는 데 한몫하고 있다. MBC의 경우 시청률은 〈인어아가씨〉, 〈타임머신〉,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순이지만, VOD 접속 건수는 〈강호동의 천생연분〉, 〈뉴 논스톱〉, 〈러브레터〉, 〈위풍당당 그녀〉 순이다. 〈인어아가씨〉는 6위에 그쳤다. SBS의 VOD 접속 순위는 〈올인〉, 〈야인시대〉에 이어 시청률 3위인 〈흐르는 강물처럼〉 대신 〈천년지애〉가 올랐다."
이게 시사하듯이, 젊은 층의 지상파 이탈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젊은 층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 드라마는 달라져야 했다. 그럼 어떻게 달라졌을까? 젊은 층이 열광하는 만화와 인터넷 소설 등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특히 MBC의 〈옥탑방 고양이〉의 성공 이후 인터넷 소설이 블루칩으로 급부상하면서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대거 등장했다. 『동아일보』 2003년 7월 2일자 기사는 인터넷 소설이 드라마 소재로 인기를 끄는 이유로 소설 자체가 각본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넷 소설은 조회 수가 얼마냐가 관건. '클릭' 수가 떨어지면 소설이 끝날 수밖에 없다. 재미를 인정받으려면 조회수 1만 회 이상은 기록해야 한다. 이런 '클릭'의 시장 논리는 방송으로 치면 시청률. 결국 드라마화되는 인터넷 소설은 일정 팬 층을 확보해 드라마의 흥행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소설은 독자가 매회 리플(댓글)로 반응을 표시하는 등 '성적표'가 곧장 나오므로 매순간 흥미진진해야 한다. 따라서 서사나 묘사보다 감칠맛 나는 대화 위주로 진행된다. 소설 속 대화는 드라마 대사로 쉽게 변환될 수 있다. 인터넷 소설은 심지어 서사도 대화(또는 독백) 식으로 진행돼 각색이 쉽다."
〈1%의 어떤 것〉을 드라마화한 장근수 PD는 "재밌고 젊은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라며 "소설에서 작가 특유의 감성들이 말로 녹아져 나오는 것이 인상 깊어 꼭 드라마로 만들고 싶었다."라고 했다.
네티즌의 VOD 다시 보기 열풍을 타고 2003년 10월 1일 국내 첫 인터넷 드라마 〈내방네방〉이 웹사이트 세이클럽과 〈내방네방〉 홈페이지에서 서비스됐다. 3개의 일화 가운데 2화를 연출한 CF 감독 출신 백동훈은 "네티즌들이 인터넷으로 주문형 비디오를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으므로 그들이 좋아할 만한 트렌디 기법 화면으로 기존 TV 드라마와 차별화하려 했다. 특히 스틸 화면만으로 장면을 전개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2003년 12월 현재 SBS의 〈올인〉과 〈야인시대〉는 누적 이용 횟수가 각각 160만 건, 140만 건을 기록했으며, MBC의 〈옥탑방 고양이〉는 160만 건, 〈다모〉는 100만 건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영 기간 동안 1회당 평균 VOD 이용 건수는 〈올인〉이 6만 2000여 건, 〈옥탑방 고양이〉가 10만 건, 〈다모〉가 8만 3000여 건에 달했다.
젊은 층의 VOD 다시보기 시청 행태는 지상파 시청률만으로 드라마의 인기를 재는 시대가 지나갔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방송사는 여전히 시청률에만 목을 맸고 10대와 20~30대 젊은 층이 지상파를 버리고 인터넷으로 몰려가면서 드라마 시청의 주도권은 다시 가정주부에게로 넘어갔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 ・ 김소연, 「인터넷 이용 TV 시청 확산 추세 시청률-VOD 접속 일치 안 해」, 『서울신문』, 2003년 4월 3일, 29면.
- ・ 최민영, 「대하소설, 만화, 인터넷 소설 드라마 속으로 인기 있으면 무조건 내세운다」, 『경향신문』, 2003년 7월 16일, 36면.
- ・ 이승재, 「"흥행은 떼논 당상" …… 드라마 '인터넷 소설 끌어안기'」, 『동아일보』, 2003년 7월 1일, C6면.
- ・ 윤성정, 「인터넷 소설 또 뜬다: MBC '1%의 어떤 것' 드라마화」, 『세계일보』, 2003년 6월 30일, 17면.
- ・ 조경복, 「국내 첫 인터넷 드라마 '내방네방' 서비스 시작」, 『동아일보』, 2003년 10월 6일, C5면.
- ・ 공종식, 「VDSL 시대 '성큼'-ADSL보다 10배 빨라 …… 양방향 속도 같고 VOD 화면 끊김도 없어」, 『동아일보』, 2003년 1월 23일, 51면.
- ・ 이재협, 「TV 드라마 띄우려면 아줌마 코드에 맞춰라」, 『매일신문』, 2003년 5월 28일, 15면;어수웅, 「아침 드라마의 두 얼굴」, 『조선일보』, 2003년 9월 22일, C5면; 유인경, 「SBS·MBC 아침 드라마 봄 개편 변함없는 불륜과 배신의 '공식'」, 『경향신문』, 2003년 2월 26일, 36면.
글
출처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전체목차
백과사전 본문 인쇄하기 레이어
[Daum백과] 젊은 층의 VOD 다시보기와 인터넷 소설의 드라마화 붐 –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김환표, 인물과사상사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