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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을 말하다
공영방송 KBS의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꽃보다 남자〉의 흥행에 크게 고무받았기 때문일까? KBS는 〈꽃보다 남자〉가 대박을 터뜨리자 일본 리메이크작을 연속 편성했다. 〈결혼 못하는 남자〉, 〈공부의 신〉 등이 그런 경우다. 공영방송 KBS의 연이은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는 논란을 불러왔다. 『경향신문』 2010년 1월 18일자 기사는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이 우리 고유의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과 작가 등 인력 발굴에 대한 투자를 외면하고 해외 히트 드라마 베끼기에만 신경을 쓴다면 한국 드라마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아시아 시장에서 시들고 있는 '한류'가 언제 '일류'에 잠식당할지 모르는 일이다. 〈공부의 신〉의 인기가 한편으로 씁쓸한 이유다."라고 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봉석은 "시청자의 수신료를 받아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가 자국의 콘텐츠 개발에 노력하지 않고 해외 드라마를 가져와 복제하는 데 앞장서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고 했다. TV 드라마 평론가 김원은 "일본 드라마의 상상력은 한국 드라마보다 훨씬 입체적이고 풍성한 데다 일본에서 히트한 드라마는 한국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제작진이나 방송사들이 그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 것"이라며 "하지만 공영방송까지 나서서 일본 드라마 복제품 제작에 열을 올리는 이런 추세라면 한국 드라마 제작의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KBS노조는 〈공부의 신〉의 제작 경위를 노사 공정방송추진위원회의 안건으로 올리겠다고 말했다. 최성원 KBS노조 공정방송실장은 "방송법에 따르면 KBS는 국내외를 대상으로 민족문화를 창달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을 개발해 방송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라며 "그런데 일본의 문화와 교육 환경이 녹아 있는 일본 드라마들을 그대로 가져와 베낀 작품을 KBS가 앞다퉈 방송하는 것은 책임 방기에 해당한다는 게 노조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1월 27일 열린 노사 공정방송추진위원회 회의에서 KBS는 일본 원작 드라마의 리메이크화 등 드라마 선정 과정에서 앞으로 유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부의 신〉은 숱한 비판과 논란 속에서도 학부모와 수험생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공부의 신〉의 성공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의 현실과 한국인의 욕망을 직설적으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김미라는 2010년 1월 "허구인 드라마는 아이로니컬하게도 현실의 욕망을 고스란히 투영한다. 경쟁작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최강자로 등극한 KBS 〈공부의 신〉의 흥행 배경도 우리 안에 꿈틀대는 학벌주의, 무한경쟁사회의 '정글의 법칙'을 직접화법으로 풀어낸 데 있다."라고 분석했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삼류 고등학교의 문제아들이 특별반에 들어가 집중훈련을 받으면서 최고의 국립 명문대에 합격하는 인생 역전을 그리고 있다. 교육방송도 아닌 공영방송의 드라마에서 일류대 진학을 위한 비법을 전수한다는, 어찌 보면 생경할 수도 있는 이 드라마에 중고등학생인 10대와 부모 세대인 40대가 열광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어떤 환경에서도 누구나 열심히 하면 일류대에 갈 수 있다는 신화와 판타지가 일시적이지만 위안과 대리 만족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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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박주연, 「일본 드라마 베끼는 KBS '공영방송 맞나'」, 『경향신문』, 2010년 1월 18일.
- ・ 이선희, 「간접 광고·사교육 조장 논란 KBS '공부의 신' 자체 조사」, 『국민일보』, 2010년 1월 30일, 16면.
- ・ 김미라, 「드라마, 그 욕망의 정치학」, 『중앙일보』, 2010년 1월 21일.
글
출처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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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공영방송 KBS의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 –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김환표,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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