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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을 말하다
가족 해체에 나선 홈드라마
외주 제작사의 급증에 따라 스타 몸값 급등은 껑충 뛰어올랐고 이는 드라마 속 '가족 해체'로 나타났다. 그런 경향은 더욱 강화돼 2007년엔 그간 주로 월화 드라마나 미니 시리즈 등의 전유물이었던 '가족 해체'가 홈드라마에서도 나타났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모니터분과가 2007년 5월 발표한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대가족이 등장했던 일일 연속극에 핵가족, 대가족, 단독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여전히 큰 틀에선 대가족의 모습이 유지되었지만 50대 이상의 여성이 주 시청층인 일일 드라마에서조차 기존의 전통적인 대가족 모델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대신 '재혼', '입양', '한 부모', '독신' 등 매우 다양한 가족 형태가 나타났다. 이 단체는 가족 형태의 변화로 가족 구성이 드라마의 갈등 구조에 결정적 역할을 하던 기존 관행이 깨지고 있다면서 특히 한 부모 가족이 두 부모 가족보다 상대적으로 열등하다거나 혈연 가족이 입양 가족에 비해 우월하다는 메시지가 거의 사라진 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라고 했다.
가족이 거세된 드라마가 양적으로 크게 늘면서 드라마의 가족 해체가 건강한 가족상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드라마가 이른바 한 부모 가족인 독신 가구 형태를 일반화하면서 한국 사회의 건강한 가족 담론을 위협한다는 게 비판의 골자였다. 이에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강혜란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는 '정상 가족'에 대한 이데올로기는 강력하고 공고하다. 그런 측면에서 가족에 대한 미디어의 접근이 획일화된 틀을 벗어나 좀 더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은 의미 있는 진전으로 보인다."라면서 드라마 속 가족 해체가 변화하는 가족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특정한 가족 형태만을 '정상 가족'이라고 규정하며, 그 외의 모든 가족들을 비정상의 범주로 귀속시켜버리는 차별적 관행은 참으로 오랫동안 지속돼왔다. 이미 우리 사회의 가족은 결혼을 필수로 이해하지 않는 비혼, 결혼 이후에도 자녀를 가지지 않는 부부의 증가 등 기존의 전통적인 가족 형태를 벗어나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내용적으로도 이혼율이 높아짐에 따라 재혼이 결혼하는 네 쌍 중 한 쌍에 이르며, 외국인과 결혼하는 추세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단어에 획일적이고 규격화된 이미지만을 떠올리는 우리들은 어쩌면 또 다른 차별의 방관자들인지도 모른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드라마 속에 변화하는 가족을 또 다른 사회적 위협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제작비의 수직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출연료 조정이 한 부모 가족의 형태를 일반화시키고 있고, 이것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가족 담론을 위협한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제작비의 상승이 이런 가족을 등장시키는 데 촉매제로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이를 위협적인 요소로 바라보는 것은 변화하는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외면한 결과일 뿐 아니라 해당 가족의 형태를 사회적으로 배타시하는 차별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과연 누가 한 부모라는 단어에 담겨진 수많은 맥락과 배경을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은 변화한다. 가족도 특정한 형태에 영원히 머물 순 없다. 좀 더 수평적으로 좀 더 개방적으로 가족에 대한 담론이 진화해가길 희망한다. 또 그러한 사회 변화에 역행하지 않는 미디어 나름의 역할을 기대한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모니터분과는 9월 발표한 〈며느리전성시대〉(KBS2), 〈깍두기〉(MBC), 〈황금신부〉(S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주말 드라마 속에 나타난 가족 형태와 가족 관계에 대한 모니터링 보고서 「여전히 '가족'이라는 덫에 갇힌 여성들」에서 대가족 형태가 여전히 주말 드라마의 중심이었지만, 과거 주말 드라마에 비해 핵가족 형태가 많이 늘었고 결혼 후 분가한 1세대 가족도 늘어나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보고서는 재혼 가족, 싱글 가족 등 현실 추세를 반영한 가족 형태도 등장했으며, 여전히 직계 혈연 중심이 대부분이어서 가족 구성원의 다양성이 넓게 드러나지 않는 점은 아쉬움이지만 다양한 가족 형태를 제시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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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강혜란, 「드라마 속 달라지는 가족, 진화인가? 위협인가?」, 『미디어오늘』, 2007년 5월 31일.
글
출처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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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가족 해체에 나선 홈드라마 –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김환표,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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