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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사회가 합의하고 있는 윤리를 드라마가 흔든다는 게 비판의 골자였다. 『국민일보』 2009년 2월 12일자 기사는 "지금 한국 사회에 이른바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고 있다. 보다 높은 시청률, 보다 많은 이윤 획득을 노리는 제작자들은 일말의 성찰 없이 상식과 합리성, 가치와 도덕 개념을 포기한 줄거리 및 연출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했다.

"시청자는 시청자대로 현실의 모순을 망각하고 허위의식을 키워가면서 무비판적으로 열광하고 있다. 막장 드라마는 사회 구성원들의 말초적 본능을 부추기며 물신주의와 외모 지상주의를 극단적으로 조장하고 사회 비판 의식을 마취시킨다. TV의 막대한 파급력으로 왜곡된 가치관을 지속적으로 주입당한 사회는 결국 부지불식 간에 속으로 깊이 곯아 들어갈 수밖에 없다."

『국민일보』 2009년 2월 13일자 사설은 "어제 본보가 보도한 「막장 드라마 홍수, 막장 사회 부추긴다」는 기사는 충격적이다. 드라마를 시청 안 한 사람들은 물론 드라마 애호가들조차 이 기사를 보며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고 개탄했을 것이다."라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일각에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므로 영화처럼 픽션으로 봐주면 그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그것은 TV의 특성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영화와 달리 시청 제한이 없는 TV는 영향력이 다른 매체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이런 안방 매체 특성상 드라마의 내용과 품질을 따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막장 드라마 경쟁에 공영방송까지 뛰어든 점이다. 공영방송이 민영방송과 한 틀에서 경쟁을 벌인다면 굳이 공영방송을 둘 필요가 없다. 공영방송은 그만의 설립 취지에 맞는 프로그램 제작으로 국민의 교양 수준을 높이고 방송 문화를 선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어 시청자들의 일대 각성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방송사들의 막장 드라마 집착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그런 드라마를 보기 때문이라면서 시청자들도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안목을 길러야 방송사들이 무차별 내보내는 막장 드라마에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지 않게 된다는 것이었다.

막장 드라마 범람을 따라가기라도 하겠다는 듯 신문엔 막장 드라마를 비판하는 기사가 연일 게재됐다. 「아침·저녁·밤·주말 상관없이 무차별 개연성도 없는 엽기 설정 시청률 경쟁」, 「꽃보다 남자, 법(法) 위의 남자 불법 조장하는 고교생 주인공 드라마」, 「'막장 드라마' 왜 문제인가: 원초적 욕망만 자극······ 사회 윤리 흔든다」, 「'막장 드라마' 왜 문제인가: 돈 위해 딸 팔고······ 이보다 더 할 수는 없다」, 「'독'을 탄 드라마, 언제까지 성공할까」 등이 대표적이다.

지식인은 물론 방송사 내부에서도 막장 드라마에 대한 쓴소리가 나왔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꽃보다 남자〉는 막장 드라마로 부르는 것조차 관대한 평가라고 할 만큼 사회적 폐해가 크다."라며 "드라마는 본래 허구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요즘 막장 드라마를 보니 폐해가 너무 심각해 생각이 바뀌었다."라고 했다. MBC 이주환 드라마국장은 "드라마 제작을 하면서 시청률을 무시할 수는 없다."라며 "다만 최근 드라마들(막장 드라마)의 쏠림 현상은 반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KBS 한 드라마 PD는 "현장에서는 이른바 독을 탄다고 하는데 심하게 독을 탈 경우 동업자 입장에서 앞으로 제작은 더 힘들어진다."라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이 될까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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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이젠 막장 드라마에 제동 걸어야」(사설), 『국민일보』, 2009년 2월 13일.
  • ・ 하어영, 『한겨레』, 2009년 1월 4일; 문주영, 『경향신문』, 2009년 1월 6일; 전병선·박유리, 『국민일보』, 2009년 2월 12일; 송혜진, 『조선일보』, 2009년 1월 21일; 전병선, 『국민일보』, 2009년 2월 12일; 이선민, 『PD저널』, 2009년 2월 11일.
  • ・ 김호경, 「갈 데까지 간 가치 왜곡 …… '막장 드라마' 홍수 '막장 사회' 부추긴다」, 『국민일보』, 2009년 2월 12일.
  • ・ 전병선, 「'막장 드라마' 왜 문제인가: 공영방송 KBS도 "광고 수입 때문에……"」, 『국민일보』, 2009년 2월 12일.
  • ・ 이선민, 「'독'을 탄 드라마, 언제까지 성공할까」, 『PD저널』, 2009년 2월 11일.

김환표 집필자 소개

IT와 SNS 문화,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평론가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월간 『인물과사상』에 ‘사회문화사’를 연재했으며, 지금은 ‘인물 포커스’를 연재하고..펼쳐보기

출처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 저자김환표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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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독을 탄 막장 드라마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김환표,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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