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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드라마, 한
국을 말하다

10초마다 번씩 볼거리를 주지 않으면 시청자의 시선이 흩어진다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은 변덕스러운 존재다.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을 사전에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방송사가 지닌 원초적 딜레마다.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기 위해 방송사는 이른바 스타 시스템과 히트 공식 등에 의존하며 실패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다양한 시청자의 입맛을 맞추기엔 역부족이다. 리모컨의 확산은 시청자의 그런 변덕을 더욱 부추겼고 이는 방송사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영상 세대로 불리는 '리모컨 세대'가 채널 선택권을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방송사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어찌할 것인가? 광고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는 현상인 재핑(zapping)을 방지하기 위해 감각적 영상과 볼거리를 앞세웠다. 이에 따라 드라마 연출가도 세대교체되어 비교적 영상에 익숙한 30대가 드라마 연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들은 드라마의 주제부터 생각하던 선배들과 달리 화면부터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일보』 1995년 2월 14일자 기사는 "'10초마다 한 번씩 볼거리를 주지 않으면 시청자의 시선이 흩어진다.' 대사보다는 영상과 이미지에 의존하는 드라마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발단과 전개, 위기와 절정의 플롯을 가지면서 스토리가 중시되는 전통적 드라마 문법이 무시되거나 약화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포르셰 자동차, 세련의 극치를 달리는 카페 인테리어 등 세부를 구성하는 소품과 배경이 눈에 띄게 강화되는가 하면, CF 컷 같은 감각적이고 화려한 화면과 마음으로 파고드는 배경음악이 드라마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형성하고 있다. 질질 늘어지기만 했던 이전의 드라마 스토리를 빠른 속도로 축약하는 대신, 화면을 떠나려는 시청자들의 눈을 잡기 위한 PD들의 안간힘이 TV 드라마의 인상주의 시대를 열고 있다."

드라마의 영상 강조와 볼거리 추구는 드라마 타이틀에서도 나타났다. MBC는 모든 타이틀을 계열사인 MBC 미술센터에 맡겼으며, KBS는 계열사인 아트비전이 여러 프로그램의 타이틀 제작을 담당하고 나섰다. 심지어 타이틀의 기획 단계부터 광고기획사나 전문회사에 의뢰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일보』 1995년 3월 17일자에 따르면, "CF 같이 화려하고 인상적인 드라마 타이틀로 우선 시청자를 끌어놓고 보자는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따라 제목과 스태프·배우의 이름을 알리는 드라마 타이틀 제작에 광고기획사나 타이틀 제작 전문회사들이 앞다퉈 참여하고 있다."

감각적 영상은 볼거리의 고전이라 할 벗기기 경쟁도 불러왔다. 선정성을 우려하는 비판의 목소리를 고려한 것일까? 그래서 명분을 내세워 벗길 수 있는 장소가 애용됐으니, 바로 목욕탕과 수영장이었다. 『경향신문』 1995년 4월 14일자에 따르면, "'공개적으로 벗긴다.' TV 드라마들이 요즘 들어 '벗어야 되는 공간'을 이용, 드러내놓고 벗기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단골로 이용되는 곳은 수영장과 목욕탕이다. KBS 2TV 사극 〈장녹수〉와 SBS TV 〈장희빈〉은 목욕 장면이 단골 메뉴. 〈장녹수〉의 박지영, 〈장희빈〉의 정선경이 극 초반부 시선끌기용으로 목욕탕을 거쳐갔고 최근에는 궁녀 역의 정은숙까지 굳이 필요치 않은 '눈요기감'으로 목욕 장면을 연출했다. 현대물의 경우는 정도가 더 심하다. 수영장에서의 노출 장면은 지난달 끝난 SBS TV의 수영 선수를 다룬 드라마 〈사랑은 블루〉 이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사랑은 블루〉의 경우 수영 선수들의 샤워 장면이 지나치게 노출돼 방송위원회의 경고까지 받았었다. MBC의 일요아침 드라마 〈짝〉도 마찬가지. 이 드라마는 얼마 전 수영복 차림의 글래머 김혜수의 몸매를 의도적으로 드러내 보여 빈축을 샀다."

볼거리가 강조되면서 해외 로케이션도 유행했다. 1994년 12월부터 방영된 MBC의 〈까레이스키〉를 시작으로 KBS의 〈인간의 땅〉, SBS의 〈아스팔트 사나이〉 등이 해외 로케를 통해 제작되었으며, 1995년 하반기에도 〈프로젝트〉, 〈국화와 칼〉, 〈해빙〉, 〈전쟁과 사랑〉 등이 그 대열에 합류했다. 드라마 해외 로케는 대기업의 '협찬'이 뒷받침되면서 불붙었는데, 이로 인해 '간접 광고'논란도 거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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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KBS, 『해외 방송 정보』, 1993년 5월 15일; 한진만, 『한국 텔레비전 방송 연구』(나남출판, 1995), 81쪽; 강준만, 『대중문화의 겉과 속』(인물과사상사, 1999).
  • ・ 오광수, 「감각적 영상 볼거리: KBS 〈느낌〉·SBS 〈영웅일기〉」, 『경향신문』, 1994년 7월, 26일.
  • ・ 장인철, 「드라마 "이젠 영상으로 말한다"」, 『한국일보』, 1995년 2월 14일, 15면.
  • ・ 김관명, 「"인상적 화면으로 시청자 눈길부터 잡아라"」, 『한국일보』, 1995년 3월 17일, 15면.
  • ・ 서광원, 「드라마 무리한 '벗기기' 경쟁」, 『경향신문』, 1995년 4월 14일, 15면.
  • ・ 김갑식, 「드라마 해외 로케 득실 논란」, 『동아일보』, 1995년 6월 23일, 33면.

김환표 집필자 소개

IT와 SNS 문화,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평론가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월간 『인물과사상』에 ‘사회문화사’를 연재했으며, 지금은 ‘인물 포커스’를 연재하고..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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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 저자김환표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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