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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드라마, 한
국을 말하다

여류 작가 전성시대와 미망인 드라마의 유행

1987년 『TV가이드』가 1980년 이후 방영된 TV 드라마 141편의 제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TV 연속극 제목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낱말은 '사랑'으로 7편이었다. 이어 '사람'(6편), '꽃'(5편), '행복'(5편) 등 여성 취향이 물씬 풍기는 낱말이 그 뒤를 이었다. 또한 방송 평론가 신상일이 1986년 6월부터 1년간 14편의 드라마를 대상으로 한 「TV 드라마의 주제 및 소재에 관한 분석적 고찰」에 따르면, TV 드라마의 90퍼센트가 여성 취향의 멜로물이었다. 이런 조사 결과가 시사하듯, TV 시청의 주도권은 여전히 여성과 가정주부가 쥐고 있었다.

여성과 가정주부의 드라마 사랑은 여류 작가의 전성시대를 불러왔다. 1981년 한국방송작가협회에 가입한 회원 150여 명 가운데 여류 작가는 15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1980년대 중반에 이르러 안방극장은 여류 작가의 경연장이 되었다. 특히 당시 안방극장에서 인기를 모은 드라마 가운데 대부분을 김수현, 홍승연, 박리미, 서영명 등 여성들이 집필하면서 "TV 드라마는 여성 작가들의 천국인가."라는 말마저 나왔다.

여류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의 대부분은 멜로물로, 역시 주 시청층인 가정주부와 암울한 시대상황 때문이었다. 멜로드라마의 번성은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도 낳았는데, 바로 '미망인 드라마'의 유행이었다. 미망인은 1950년대부터 멜로드라마의 단골 주인공이었지만 1987년엔 '미망인 파티'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창궐했다. 1980년대가 그만큼 괴롭고 힘든 시대였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겠는데, 특히 김수현과 홍승연이 집필한 2개의 드라마에서는 미망인이 무려 13명이나 쏟아져 나왔다. 김연진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1987년 KBS, MBC 양 방송사는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나 묘하게 주말 연속극에 숱한 미망인이 출연하는 드라마를 내보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속된 말로 주말만 되면 안방극장에서 미망인 역을 맡은 탤런트들이 얼마나 등장했는지 '미망인 파티'가 열린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KBS 〈애정의 조건〉의 경우, 각기 극 중 역할을 다르지만 6명의 미망인이 등장했다. 톱 가수를 노리는 황신혜 씨를 필두로 그녀의 어머니 서우림 씨, 서우림 씨의 친구 이진숙 씨, 그녀의 고모 정영숙 씨, 그녀의 후원자 김영애 씨 그리고 이웃집 여자 김을동 씨 등이 하나같이 남편 없는 미망인으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눈을 휘둥그렇게 했다. MBC 〈사랑과 야망〉에서는 이에 질세라 〈애정의 조건〉에서 나온 6명의 미망인보다 하나 더 보탠 7명이 나왔다."

신문은 멜로드라마 비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드라마 단골 메뉴는 부유층 사랑 놀음」, 「호화판 TV 드라마」, 「얽히고설킨 애정 관계 TV 드라마 현기증」, 「"골든아워는 너무 시끄럽다"」, 「TV 연속극 진부한 소재 ······ 억지 묘사 ······ 감정놀음 ······ 태반이 여성 취향 멜로물」 등이 그런 기사다.

방송심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1987년 KBS와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는 총 360편으로 이는 전체 방송 시간의 12.2퍼센트를 차지했다. 주 시청시간대의 드라마 편성 비율은 36.5퍼센트에 달하는 등 드라마 대부분이 주 시청시간대에 편성돼 TV 방송의 드라마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드라마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연속극으로 33.2퍼센트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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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TV 드라마 제목 여성 취향 '물씬'」, 『동아일보』, 1987년 4월 9일, 8면.
  • ・ 「TV 드라마 90%가 여성 취향 멜로물」, 『경향신문』, 1987년 7월 9일, 12면.
  • ・ 「안방극장 휩쓰는 여류 작가들」, 『경향신문』, 1987년 6월 15일, 12면.
  • ・ 김연진, 『내 연출 내 젊음 35년: 김연진의 TV 비망록』(다인미디어, 2000), 297~298쪽.
  • ・ 『동아일보』, 1987년 11월 20일, 12면; 『경향신문』, 1987년 2월 2일, 9면; 『동아일보』, 1987년 5월 21일, 8면; 『경향신문』, 1987년 6월 27일, 11면;『동아일보』, 1987년 7월 7일, 12면.
  • ・ 「TV 방송 드라마 의존도 갈수록 심화」, 『동아일보』, 1988년 3월 3일, 12면.

김환표 집필자 소개

IT와 SNS 문화,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평론가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월간 『인물과사상』에 ‘사회문화사’를 연재했으며, 지금은 ‘인물 포커스’를 연재하고..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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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 저자김환표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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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여류 작가 전성시대와 미망인 드라마의 유행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김환표,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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