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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을 말하다
이익집단의 압력과 훼손되는 드라마의 자율성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항의와 불만 그리고 압력은 더욱 거세어졌다. 이 때문에 악역을 맡은 연기자는 시청자의 항의에 적잖이 시달려야 했다. 이런 불만과 항의야 애교로 봐줄 만한 것이었다. 문제는 이익집단의 불만과 항의였다. 이익단체의 압력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1978년 6월 14일자 기사는 "우리 조상들의 슬기를 극화하는 MBC 〈역사의 인물〉을 싸고 시청자들의 사론 논쟁이 잇달아 제작자들이 진땀을 빼고 있다."라고 했다.
"특히 역사상의 특정 인물의 얘기를 방영할 경우 후손들이 방송국으로 몰려와 '우리 선조는 절대로 나쁜 분이 아니다'라고 항의한다는 것. 이럴 때마다 담당 연출자 이병훈 씨는 갖가지 사료를 내보이며 정사를 토대로 작품을 극화한다고 해명하지만 이들은 정사조차 당시 사관의 곡필이라고 주장한다고. 이 씨는 그래서 '역사적 사실을 다룬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새삼스럽게 느꼈다'면서 '이 프로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시청자들이 그처럼 적극 참여해주는 것에 감사하지만 명백한 사실에 대해 억지를 부리면 정말 난처하다'고 한마디했다."
현대극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명환의 증언이다.
"1979년 TBC 신년 특집으로 방송한 90분 3부작 〈해오라기〉는 최초로 공해에 대한 테마를 들고 나섰는데 방송 직후 P신발 메이커 측의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문제는 고무 제품을 취급한 한 여직공이 고무 독성으로 임신 불능이라는 무서운 공해병 환자로 전락하는 부분에서 발단되었다. P회사는 드라마의 제작을 위해 공장 촬영까지 협조했으나 결과는 특정 제조업의 엉뚱한 직업병을 추인한 모습이 되고 말았다. P회사의 움직임이 심각해지자 TBC는 재방송 편성을 취소했고 P회사 여공들의 근면한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인간만세〉를 통해서 이 후유증을 보상했다. 이 작품은 초등학교 교사들의 항의도 받았는데 내용 중 노래를 개사한 부분이 문제가 되었다.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돈 봉투 기다리신다'가 그 부분이었다. 이 항의는 교육연합회를 통해 제기되어 드라마 대본의 심의 그리고 최종 대본의 수정에 대한 미비한 장치를 크게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항의와 불만 표출만 있었던가? 거대 기업은 강력해진 광고주의 힘을 이용해 드라마 제작에 입김을 행사하며 자율성을 훼손하고 있었다. 『참세상』 편집국장 이정호는 "1970년대 들어 재벌들이 농장이나 목장을 돈벌이 사업으로 이용했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경기도 땅 450만 평에 세운 용인자연농원은 농장과 목장, 공원, 유원지를 겸했다. 그 재벌이 운영하던 신문과 텔레비전엔 자연농원 광고가 한때 유행했다. 그 재벌의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드라마에까지 자연농원이 무대로 등장했다. 주말마다 국민들은 사자들 틈으로 자동차 드라이브를 하자고 보채는 아들딸의 손을 잡고 꾸역꾸역 몰려들어 농원의 재무제표에 동그라미를 많이 기록했다."라며 "1970년 후반 안방극장의 금요 드라마 〈서울야곡〉과 주말 드라마 〈그건 그려〉 등 당시 TBC 연속극에선 자연농원이 숱하게 무대로 등장했다. 부동산 개발의 이익의 떡고물을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활용한 자본이 어디 또 있을까"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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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MBC TV 역사의 인물 후손들 사론 시비 잇달아」, 『경향신문』, 1978년 6월 14일, 8면.
- ・ 오명환, 「TV 드라마 3년 수난사」, 『방송시대』, 1993년 봄·여름호, 344쪽.
- ・ 이정호, 「용인자연농원과 TV 연속극」, 『PD저널』, 2009년 2월 4일.
글
출처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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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이익집단의 압력과 훼손되는 드라마의 자율성 –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김환표,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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