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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드라마, 한
국을 말하다

주말·일일 드라마는 중년 시청자의 욕망 분출구

중년층의 드라마 사랑은 아침 드라마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6년 6월 TNS미디어코리어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6월 16일 KBS의 〈열아홉 순정〉이 20.4퍼센트로 일일 시청률 1위를 기록했으며, 18일에는 SBS 〈하늘이시여〉와 KBS 〈소문난 칠공주〉가 각각 34.4퍼센트와 23.7퍼센트로 1,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의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은 월드컵 중계와 방영 시간이 겹친 가운데서도 14.4퍼센트로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월드컵 광풍에 밀려 대부분의 TV 드라마가 개점 휴업한 상태였지만 드라마 시청 실세인 40~50대 이상 주부를 타깃으로 한 이른바 '중년 드라마'들만은 꾸준한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었다.

중년 드라마를 향해 "내용과 캐릭터는 '엽기 드라마'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비상식선을 달리고 있다."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주말 드라마와 일일 연속극이 중년층의 욕망 분출구라는 해석도 나왔다. 대중문화 평론가 강명석은 "인터넷이나 케이블 방송이 아직 낯선 중년 시청자는 여전히 공중파 방송 드라마를 즐겨본다. 그러나 그들에게 〈연애시대〉나 〈굿바이 솔로〉 같은 '마니아 드라마'는 받아들이기엔 너무 동떨어진 감수성을 가졌다. 드라마는 보고 싶은데 그들을 만족시켜주는 드라마는 없다. 그래서 중년 드라마를 찾고, 그중에서도 더 '센' 걸 찾는다."라고 했다.

"중년 드라마들은 중년의 모든 욕망을 채워준다. 〈소문난 칠공주〉와 〈하늘이시여〉를 보라. 거기엔 불륜도 있고(멜로), 악녀를 응징하기 위해 야구 방망이를 들고 집에 쳐들어가 모든 걸 부수는 남자가 등장하며(액션), 개그 프로그램을 보다 죽는 여자(호러)와 진짜 '첫날밤'을 치르자며 어울리지 않는 교태를 부리는 여고생(에로틱 코미디까지!)이 등장한다. 또 숨이 차는 사람에게 '단전호흡'을 하라며 건강 상식을 알려주고, 갑자기 군대에서 '꼭짓점 댄스'를 추며 젊은이들의 '유행'을 선보인다. 중년 시청자는 이 드라마 한 편이면 오락과 정보가 모두 해결된다."

〈소문난 칠공주〉 같은 드라마는 비상식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중년 시청자가 바라는 욕망을 채워준다는 데 인기의 비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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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런 드라마들은 대개 50회 이상을 끌고 나가야 하는 주말 드라마나 일일 드라마에 편성되니 처음부터 끝까지 탄탄한 구성을 가진 스토리를 짜내기 힘들다면서 스토리는 천천히 진행시키는 대신 필요할 때마다 자극을 주는 해프닝이나 극단적인 사건을 통해 이른바 시청자를 '낚는' 방법을 쓴다고 했다.

"물론 이런 모든 자극적인 설정들에는 명분이 들어선다. 바로 '부모의 사랑'이다. 20여 년 전에 버린 친딸을 의붓아들과 결혼시키는 〈하늘이시여〉나, 온갖 문제를 일으키는 자식들의 문제를 수습하느라 여념이 없는 〈소문난 칠공주〉의 어머니나, 눈물겨운 모성은 논란을 잠재우는 만병통치약이다. 아니면 〈사랑과 전쟁〉처럼 온갖 끔찍한 이혼 사례를 보여준 뒤 '부부간의 정을 생각해보라'는 한마디로 덮으면 될 뿐이다. 그래서 중년 드라마는 사회에서 차마 내놓고 말할 수 없는 부끄러운 욕망과 자극들을 떳떳하게 내보일 수 있는 구실을 한다. 중년 드라마는 좀처럼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없는 중년 시청자의 욕망의 분출구인 셈이다."

TV 칼럼니스트 정석희는 "이런 드라마가 비현실적이라는 걸 몰라서 보는 게 아니다. 중년 시청자들은 주인공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면서 한편으론 우리 집은 저렇지 않다는 안도감을 느낀다."라고 했다. 신데렐라와 재벌 2세의 사랑이 젊은 층의 판타지이듯이, 자식을 괴롭히는 악인이 급사하는 식의 황당한 설정을 되풀이하는 〈하늘이시여〉 역시 중년 시청자들의 욕구를 해소하는 나름의 판타지라는 것이다. 『미디어오늘』 2006년 8월 2일자는 "〈하늘이시여〉를 시청자들이 욕하면서 봤다는 사실은 뜯어볼 필요가 있다. 시청자들도 나쁘다는 것을 다 아는 상황에서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하늘이시여〉에 숨겨진 중산층의 뒤틀린 허위의식을 읽어냄으로써 시청자들이 자신의 욕망을 직시하게 만드는 것이 설득력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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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김후남, 「"주말 드라마는 엽기 드라마"」, 『경향신문』, 2006년 7월 3일, 29면; 신동흔, 「"시청률만 괜찮다면……" 선 넘은 엽기 드라마」, 『조선일보』, 2006년 6월 23일, A24면.
  • ・ 강명석, 「중년 드라마의 쉼 없는 '낚시질'」, 『한겨레21』, 2006년 7월 18일, 64~65면.
  • ・ 강명석, 「욕하면서도 왜 보냐구?」, 『한국일보』, 2006년 6월 21일, 26면.
  • ・ 이선민, 「훈계는 그만! 드라마 '비평시대' 열리나」, 『미디어오늘』, 2006년 8월 2일, 12면.

김환표 집필자 소개

IT와 SNS 문화,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평론가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월간 『인물과사상』에 ‘사회문화사’를 연재했으며, 지금은 ‘인물 포커스’를 연재하고..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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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 저자김환표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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