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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드라마, 한
국을 말하다

드라마를 좌지우지하는 인터넷 드라마 동호회

1999년 6월 초고속인터넷사업이 시작된 이래 인터넷이 급속하게 확산됐다. 네티즌은 컴퓨터 통신망의 상호교류성을 바탕으로 압력 집단으로서의 위력을 배가시켜 나갔으며 네티즌의 취향을 고려한 인터넷 드라마도 등장했다. 인터넷 드라마의 등장은 지상파 드라마 제작 방식에도 파란을 몰고 왔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N세대가 '압력 집단화'하면서 지상파 드라마의 내용이 훼손되는 일이 더욱 증가한 것이다. 특히 2002년부터 인터넷 드라마 동호회의 맹활약이 눈부셔 이들은 드라마의 제목 선정에서부터 캐스팅, 방송 횟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드라마의 내용 변경에도 이들은 깊숙하게 개입했다. 이에 작가들은 월권행위라고 불편해했지만 대세를 막을 순 없었다. '드라마 동호회'의 위력을 실감하게 하는 일들은 해를 넘겨 더욱 자주 발생했다. 『동아일보』 2003년 3월 24일자 기사는 "주인공의 비극적 죽음으로 결말을 맺을 것으로 알려졌던 드라마들이 대거 '해피엔딩'으로 유턴하고 있다."라고 했다.

"현재 멜로드라마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SBS 드라마 〈올인〉의 주인공 김인하(이병헌 분)와 MBC 〈러브레터〉의 은하(수애 분)가 불치병으로 죽는 비극적 결말이 예정됐으나 모두 죽지 않는 것으로 대본이 수정됐다. 〈올인〉의 경우 이병헌이 12일 방영 분부터 가슴을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하면서 약을 먹는 장면이 나오자 네티즌들로부터 '혹시 이병헌이 죽는 것 아니냐. 꼭 살아서 송혜교와 맺어지게 해야 한다'며 '인하 구명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올인〉의 기획을 맡은 SBS 구본근 책임 프로듀서는 '이병헌이나 허준호, 유민 등 주요 연기자들은 감동이 있는 결말을 위해 자신을 죽게 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며 '그러나 작가와 최종 상의한 결과 실제 모델인 차민수 씨가 살아 있는데 드라마상에서 죽게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4회 분량이 남은 〈올인〉은 이병헌과 송혜교가 맺어지는 해피엔딩으로 끝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러브레터〉의 수애도 원래는 12회에서 안드레아(조현재 분)는 사제서품을 받아 신부가 되고, 은하는 불치의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시청자들로부터 '안 그래도 흉흉한 시대에 굳이 비극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 밝고 따뜻한 멜로드라마를 보고 싶다'는 의견이 쏟아져 결말을 수정했다."

드라마 〈올인〉은 주인공 이병헌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결말을 맺을 예정이었으나 네티즌의 압력에 따라 해피엔딩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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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의 적극적인 의사 표현과 참여는 명암을 지니고 있었다. 방송사가 순발력 있게 시청자의 요구를 수용해 대중의 정서와 취향을 반영한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은 명(明)이었다. 수용자의 압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시청률을 확보하고, 나아가서 대중의 정서에 기반을 둔 드라마를 생산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청자와의 소통이 향후, 한류 열풍의 초석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을 만큼 순기능은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암(暗) 역시 컸다. 드라마가 시청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드라마의 졸속화 가능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전작제가 한국 TV 드라마의 과제로 부각될 만큼 사전 준비 없는 드라마 제작의 문제점이 숱하게 지적되어왔는데, 네티즌의 압력으로 인해 전작제 드라마도 어려워졌다. 특히 시청자의 개입이 한국 TV 드라마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이른바 쪽대본과 초치기 관행을 더욱 악화시키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생각해볼 여지가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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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이준호, 「'인터넷 드라마' 시대 열렸다」, 『경향신문』, 2000년 2월 15일, 9면.
  • ・ 배국남, 「드라마 좌지우지하는 '동호회 파워'」, 『한국일보』, 2002년 2월 21일, 37면.
  • ・ 배국남, 「시청자가 드라마 내용 바꿀 수 있나」, 『한국일보』, 2000년 11월 6일.
  • ・ 전승훈, 「"이라크戰 흉흉한데 드라마까지 비극은 싫어"」, 『동아일보』, 2003년 3월 24일, 53면.

김환표 집필자 소개

IT와 SNS 문화,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평론가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월간 『인물과사상』에 ‘사회문화사’를 연재했으며, 지금은 ‘인물 포커스’를 연재하고..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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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 저자김환표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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