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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을 말하다
대작 드라마 우선주의와 사위어 가는 단막극 불꽃
2002년 방영된 〈겨울연가〉를 필두로 한 한류 열풍을 타고 드라마는 해외 시장에서 호황을 누렸다. 2003년 드라마 수출액은 4300만 달러로 같은 해 영화 총 수출액 3098만 달러를 앞섰으며, 이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한류 열풍으로 드라마 수출 가격도 급등했는데, 〈파리의 연인〉은 니혼TV에 7억 원에 팔려 드라마 수출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류 열풍으로 드라마가 돈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대 투자자들이 드라마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성공만 하면 한류 열풍의 진원지인 일본과 중국, 동남아 시장에서 드라마, DVD, OST, 화보집 등의 부수 상품을 통해 막대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까닭이었다.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면서 드라마도 몸집을 키워 나갔다. 방송 3사는 경쟁적으로 이른바 '대작 드라마'에 나섰는데 이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이만제는 대자본의 투입이 드라마 발전의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다 아는 바대로 대형 제작비 투입이 자동적으로 좋은 드라마 제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면서 다음과 같이 우려했다.
"제작비의 대부분이 해외 촬영 경비나 대형 스타 출연료로 지불되는 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오랜 문제점은 대형 드라마에서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요 예측이 어려운 드라마는 높은 시청률을 담보하기 위해 대형 스타, 특정 장르 및 이야기 구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대형 드라마의 경우는 회수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시청률 확보 장치를 필요로 한다. 시청자들에게 눈요깃거리를 제공하는 해외 촬영이 늘고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드라마가 만들어지기 쉬워진다. 실제로 근래의 대형 드라마들은 한결같이 해외 촬영과 이미 바닥이 드러난 드라마 소재인 복잡한 가족 관계, 삼각관계, 부유층, 불치병 등과 같은 흥행 코드를 되풀이하고 있다. 대형 제작비가 새로운 포맷이나 대본 개발, 제작 시스템 개선에 투입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작 드라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는데, "방송사가 '한류 열풍'의 밝은 면에만 집착해 드라마 한 편으로 단숨에 큰돈을 벌려는 '한탕주의'에 오염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우려였다. 방송사들의 지나친 '대작 드라마 우선주의'가 단막극 홀대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세계일보』 2004년 5월 19일자 기사는 "바야흐로 영화계의 '블록버스터 바람'이 방송가에도 불어닥친 것인지, 우리는 혹시 그것의 순기능에만 주목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이 든다."라고 했다.
"방송 3사가 대표 브랜드로 대작 드라마를 내세우고, 자사 전체의 이미지 제고를 꾀하려는 시도는 어쩌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경영 행위이다.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가량 방송되는 대작 드라마는 시청률이 '대 박' 날 경우 미니 시리즈 같은 단기 프로그램에 비해 시청률 파급 효과가 상대적으로 커서 방송사 전체의 광고 수입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음반·게임·캐릭터 사업 같은 각종 부대사업까지도 가능케 해주기 때문이다. ······ 그러나 대작 드라마가 받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이면에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단막극의 사위어 가는 불꽃'도 부정할 수 없다. 한여름 밤, 별들의 향연을 안방극장에서 지켜보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일 것이다. 머지않아 맞이하게 될 '별이 빛나는 밤'을 부푼 맘으로 고대하며,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어느 경제학자의 소박하지만 울림 깊은 경구를 생각해본다."
그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2004년 12월 MBC는 낮은 시청률을 이유로 단막극 〈베스트극장〉을 토요일 심야 시간대로 이동시키겠다고 밝혔다가 드라마국 PD들이 "MBC 드라마의 주춧돌인 〈베스트극장〉 없이 드라마의 미래는 없다."라며 격렬하게 비판하자 2005년 3월 봄 개편 때까지는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했지만, 단막극은 말 그대로 풍전등화에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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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김남중, 「올해도 드라마 독주」, 『국민일보』, 2004년 12월 16일,
- ・ 이만제, 「드라마 대형화 가속 …… 大作으로 이어지려나」, 『국민일보』, 2004년 12월 14일, 20면.
- ・ 「드라마 대작 경쟁도 좋지만 단막극에도 관심과 배려를」, 『세계일보』, 2004년 5월 19일, 31면.
- ・ 김선우, 「"베스트극장 살리자" MBC 스타 제작진 뭉쳤다」, 『동아일보』, 2005년 1월 7일, 29면.
글
출처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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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대작 드라마 우선주의와 사위어 가는 단막극 불꽃 –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김환표,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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