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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드라마, 한
국을 말하다

〈아내의 유혹〉이 명품 막장인 이유

SBS 〈아내의 유혹〉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가히 열풍이라 할 만했다. 2008년 11월 3일 11.9퍼센트(TNS미디어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평범하게 시작했는데 한 달 남짓 만에 20퍼센트를 뛰어넘더니, 2009년 1월엔 어느새 40퍼센트 고지에 다다랐다. 〈아내의 유혹〉을 과거 '귀가시계'로 불린 〈모래시계〉에 빗대 '퇴근시계'라는 말도 등장했다. 매일 저녁 7시 20분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요리를 멈추고, 하던 일을 중단하고 각 가정과 음식점, 심지어 찜질방에서도 사람들이 〈아내의 유혹〉을 보기 위해 TV 앞에 모여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고품격 막장 드라마'라는 찬사마저 들었다.

『PD저널』 2009년 1월 21일자 기사는 〈아내의 유혹〉이 '막장 드라마' 계의 '명품'으로 꼽히는 이유를 "①악은 철저히 응징한다(〈아내의 유혹〉은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구도를 따른다. 은재는 선이고, 교빈과 애리는 악이다. 애리와 교빈에게는 아군이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된다. 모든 시청자가 은재의 아군이고, 동시에 애리와 교빈의 적군이다. ······ 더 이상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고난을 겪은 은재. 시청자들은 불쌍한 은재를 향해 무한한 애정과 지지를 보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극단적인 복수를 다짐하는 은재에게도 기꺼이 면죄부를 준다. '아이까지 잃었는데······', '당한 만큼 갚아줘라!'는 것이다.) ②에둘러 가지 않는다(〈아내의 유혹〉은 기획 의도에서부터 '자신의 남편과 간통을 하고, 남편의 가정을 철저하게 파탄 내버리는 한 여자의 이야기'라고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따뜻한 가족애의 발견,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같은 미사여구 따위 없다. 처음부터 '의도'를 솔직하게 드러낸 〈아내의 유혹〉은 에둘러가는 법이 없다. 모든 사건들은 은재의 복수와 성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집중된다. 섣불리 착한 척하지 않는다.) ③질질 끌지 않는다(〈아내의 유혹〉은 질질 끄는 법이 없다. 드라마는 첫 회에서 2분 40초간의 인트로를 통해 향후 벌어질 사건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 드라마 초반에 내용을 전면 공개하는 파격적인 인트로를 선보인 것은, '어차피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될지 다 알지 않느냐' 하는 제작진과 시청자 사이의 무언의 공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 복수 과정도 속도감이 있다. 교빈의 살인미수 행각을 몰래 촬영한 간호사가 느닷없이 등장해 애리와 교빈을 협박하고, 정신병원에 끌려간 뒤 탈출하는 사건은 숨 쉴 새도 없이 빠르게 이뤄졌다. 은재가 민 여사의 딸 소희로 거듭나는 모습도 마찬가지. 돌아가지 않고, 직진으로 돌진하는 드라마이기에 시청자들은 한 회도 빼놓지 않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④'막장'에도 연기력은 필수(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다른 '막장 드라마'들과 구별되는 것은 안정된 연기와 연출이다. ······ 배우들의 연기는 극본, 연출과도 안정된 조화를 보인다. MBC 아침 드라마 〈그래도 좋아〉에서 출생의 비밀, 살인미수와 같은 극단적인 전개를 보였던 김순옥 작가는 이번 드라마에서 보다 선택과 집중을 함으로써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아내의 유혹〉의 연출은 극본의 장점을 뽑아내는 동시에 리듬감 있는 템포를 자랑한다. 이처럼 연출과 극본, 연기의 삼박자가 고르게 조화를 이룬 '막장 드라마'는 찾아보기 힘들다."라고 분석했다.

최지은은 "외도는 기본, 살인미수는 옵션, 생기지도 않은 아이가 유산됐다고 하는 거짓말쯤은 애교에 불과한 이 작품에 대해 최근 시청자는 '명품 드라마'라는 애칭을 선사했다."라고 했다.

"사실 '막장'이 '명품'이라는 역설적 별명을 얻게 된 것은 시청자가 더 이상 '막장'에 화낼 기운조차 없어졌음을 보여준다. 아무리 화내고 욕해도 달라지는 게 없는 현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태도는 지난 1년여 간 이 나라에 살면서 우리가 화병으로 쓰러지지 않기 위해 '명박산성'에 오르고 '닭장차 투어'를 돌며 터득한 비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언젠가 '막장 정치'도 '명품 정치'로 불리는 날이 올까. 존중할 만한 것들이 점점 사라지고 비웃을 거리들만 늘어나는 세상에 산다는 것은 심심하지는 않지만 역시 슬픈 일이다."

파이팅하는 '아내의 유혹' 주연배우

아내의 유혹 제작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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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김고은, 「쉽다 …… 빠르다 …… 죗값을 치른다: '아내의 유혹' 시청자는 왜 열광하나」, 『PD저널』, 2009년 1월 21일.
  • ・ 최지은, 「놀라운 '막장 명품'의 세계」, 『한겨레21』, 2009년 1월 16일(제744호).

김환표 집필자 소개

IT와 SNS 문화,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평론가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월간 『인물과사상』에 ‘사회문화사’를 연재했으며, 지금은 ‘인물 포커스’를 연재하고..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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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 저자김환표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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