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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드라마, 한
국을 말하다

〈에덴의 동쪽〉 국대화 회장이 혼자 사는 이유

430억 원을 쏟아부은 〈태왕사신기〉는 종영 이후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제작사 측은 "해외 수출이 꾸준한 만큼 올해 연말이 되면 제작비 회수가 가능할 것 같다."라고 밝혔지만, 기대에 못 미친 것은 분명했다. 제작비가 급등하고 국내 광고 시장만으로 수익이 안 나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수백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수출용 대작 드라마는 2008년 하반기에도 잇따라 제작됐다. MBC 〈에덴의 동쪽〉(255억 원), KBS 〈바람의 나라〉(200억 원), SBS 〈바람의 화원〉(75억 원), SBS 월화 드라마 〈식객〉(140억 원) 등이 그런 경우다. 제작사 초록뱀미디어의 김기범 대표는 "국내 광고 시장만으로는 수익이 안 나다 보니 결국 해외에서 선호하는 사극이나 시대극을 만들게 된다."라며 〈주몽〉이나 〈태왕사신기〉 등의 드라마가 제작 단가를 크게 올려놓으면서 부담이 더 커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작품들 역시 뿌린 만큼 거두지 못하면서 마침내 드라마 시장의 거품이 터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드라마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급등한 스타 몸값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해외 시장 개척을 염두에 둔 투자를 했는데 내수 시장까지 줄어드는 상황이 벌어지자 드라마 제작 시장에서 배우들의 높은 몸값이 재앙이 됐다는 것이다. 2008년 12월 1일 한국PD연합회 산하 한국TV드라마PD협회는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TV 드라마 위기와 출연료 정상화'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드라마 위기를 극복할 대안 모색에 나섰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양문석은 일부 스타급 연기자의 출연료 급상승이 드라마 위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양문석은 "같은 시간대 드라마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는 MBC 특별기획 〈에덴의 동쪽〉의 국 회장(유동근 분)은 한국 최고의 재벌로 그려진다. 그런데 재미있는 상황이 나온다. 그 돈 많은 재벌이 가정부도 집사도 없이 큰 집에서 혼자 산다. 급한 전화는 국 회장의 외동딸 영란(이연희 분)이 받는다. 밥도 자기가 해먹는다. 이게 말이 되냐. 문제는 〈에덴의 동쪽〉뿐 아니라는 점이다."라면서 "드라마 제작비의 80퍼센트를 주연 배우들과 작가가 가져간다. 그러니 전투 장면에 50명만 나오고, 비가 오는데 카메라 앞에만 물이 떨어지는 황당무계한 설정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체 스타의 몸값은 얼마나 되었던 것일까? 한국TV드라마PD협회 내부 자료에 따르면, 스타급 연기자의 출연료는 회당 3000만 원에서 많게는 2억 5000만 원이 넘었다. 〈태왕사신기〉 배용준은 공식적으로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출연료로 대략 60억 원(총 24회로 회당 2억 5000만 원 정도)을 받았다. 〈에덴의 동쪽〉 송승헌은 7000만 원, 〈바람의 화원〉 박신양은 5000만 원, 〈히트〉 고현정과 〈그들이 사는 세상〉 송혜교는 각각 3500만 원을 회당 출연료로 받았다. 신인 연기자의 출연료도 1000만 원을 넘겼다. 〈누구세요〉에 출연한 윤계상은 회당 1800만 원, 〈베토벤 바이러스〉의 장근석은 1200만 원을 받았으며 〈대한민국 변호사〉 이수경, 〈연애결혼〉 김지훈, 〈내 사랑 금지옥엽〉 지현우는 각각 1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스타의 몸값을 두고 논란이 발생한 가운데, 2008년 12월 5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이사회를 열고 박신양이 7월 SBS 드라마 〈쩐의 전쟁〉을 공동 제작한 A프로덕션을 상대로 미지급된 추가 제작 출연료 3억 4100만 원과 프로듀서 비용 등 3억 8000여만 원에 대한 지급 소송을 낸 것과 관련해, 박신양의 드라마 무기한 출연 정지와 함께 방송사에 A프로덕션 제작 드라마 편성 금지 요청 등을 의결해 큰 파장을 낳았다.

한국TV드라마PD협회 회장 이은규는 12월 스타 산업의 크기가 드라마의 시장 규모를 훨씬 추월함으로써 주객전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스타들의 출연료가 지급 불능 수준이므로 반드시 조정되어야 하는데 기대치가 너무 크고, 스타를 포기하기엔 제작사들의 기획 자신감이 부족해 보인다. 스타란 소중한 존재이지만 그를 낳은 모태인 드라마 없이는 계속 스타일 수 없다. 공멸을 피하자면 지금 당장, 생존을 위해 당사자끼리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출연료 문제라는 응급조치가 끝나면 지체 없이 시스템의 결함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사 제작진, 제작사들, 연기자 노조, 매니지먼트 업계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는 뒷짐 지고 바라만 보던 정부 부처, 방송사 경영진, 콘텐츠를 사업의 기반으로 하는 새 매체 업계도 도울 일이 있거든 회피하지 말고 뛰어들어야 한다. 드라마 한류의 미래도 소중하지만 그 무엇보다 서민들의 고단한 삶에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어주던 드라마의 순기능이 눈앞의 장삿속 때문에 황폐해지는 일만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들판에서, 살 에이는 찬 겨울바람을 맞으며 한 컷이라도 더 잘 찍어 보려고 하얗게 밤을 새우는 현장의 고통을 안다면 뒤틀린 제도 바로잡기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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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송혜진, 「방송 3사 드라마 제작비 '억'해야 '팍'하고 터지나」, 『조선일보』, 2008년 6월 26일.
  • ・ 김한영, 「단막극 부활 통해 드라마 다양성 되찾아야」, 『PD저널』, 2008년 12월 3일; 김진웅, 「TV 드라마 위기는 자업자득」, 『한국일보』, 2008년 12월 6일.
  • ・ 김고은, 「"출연료 상승, 드라마 질 저하·방송사 적자 불러"」, 『PD저널』, 2008년 12월 2일;김수정, 「위기의 드라마, 과도한 출연료 조정 필요」, 『미디어오늘』, 2008년 12월 4일.
  • ・ 김수정, 「위기의 드라마, 과도한 출연료 조정 필요」, 『미디어오늘』, 2008년 12월 4일.
  • ・ 이은규, 「뒤틀린 드라마 시스템 바로잡기」, 『경향신문』, 2008년 12월 7일.

김환표 집필자 소개

IT와 SNS 문화,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평론가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월간 『인물과사상』에 ‘사회문화사’를 연재했으며, 지금은 ‘인물 포커스’를 연재하고..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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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 저자김환표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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