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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드라마, 한
국을 말하다

구매력을 겨냥한 페미니즘 드라마와 전문직 드라마

소비문화의 본격적인 개막은 구매력이 강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적합성(relevancy)' 드라마의 붐을 몰고 왔다. 페미니즘 드라마와 전문직 드라마가 그것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대중문화 산업은 발 빠르게 이들을 겨냥한 상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드라마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세계일보』 1993년 8월 19일자 기사는 "TV 드라마에 페미니즘(여성주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전문직 여성을 드라마에 등장시키는 것은 이미 일반화됐고, 일부 드라마는 여성 문제를 다루면서 극 중 인물을 통해 정면으로 여성해방론을 펼치고 있다."라고 전했다. 〈절반의 실패〉(KBS2)나 〈서 있는 여자〉(KBS2)에서처럼 여성 문제의 본질적인 접근이 시도되는가 하면, 〈서른한 살의 반란〉(KBS2), 〈폭풍의 계절〉(MBC) 등이 그런 경우였다.

페미니즘 드라마는 드라마 제작에 작동하는 '특수한 문화'가 낳은 현상이기도 했다. 여류 작가들의 TV 연속극 독점 현상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드라마 작가는 여성 파워가 보편화된 직업 가운데 하나였다. 1993년 현재, 방송작가협회에 등록된 방송 드라마 전업 작가는 대략 150명 선이었는데, 이 가운데 여류 작가가 90여 명에 이르렀다. 1994년 1월 현재 3개 방송사가 방영 중인 31편의 드라마 중 여류 작가가 집필하는 작품은 절반이 넘는 16편에 달했다. 특히 여성 작가들은 이른바 '시청률'이 잘 나오는 노른자위 드라마를 집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특수한 문화를 반영하듯, 신문엔 「"여류 드라마 작가, 안방극장 웃고 울리는 마술사"」, 「"여성 작가 전성시대"」, 「"TV 드라마, 여성 작가 판친다"」 등의 기사가 실렸다.

페미니즘 드라마 〈절반의 실패〉 같은 작품들은 여류 작가들의 TV 연속극 독점 현상과 무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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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류 작가가 오히려 반페미니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는 드라마가 작가의 영향력이 강하게 반영되는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방송 시스템 속에서 만들어지는 창조물이라는 점에서 발생한 '왜곡 현상'이었다. 방송사의 주요한 수입원인 드라마가 상품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시장 논리를 반영할 수밖에 없었고 방송사 간부의 압력이나, PD와의 갈등, 시청률의 압박 등이 여성의식을 표현하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여성 작가들이 성공한 전문직이라는 영향도 작용했을 가능성도 높다. 남성의 영역에서 혼자 힘으로 경제적 성공과 자아 성취 등을 이룬 몇몇 스타 작가의 개인적 경험은 구조와 개인의 관계에서 구조보다는 개인에 방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전문직 드라마도 빠르게 확산됐다. 리얼리즘을 높이려는 의도였을까? 전문직 드라마는 TV 드라마 공동 집필제의 확산도 불러왔다. 『서울신문』 1993년 9월 1일자 기사는 "TV 드라마의 내용과 형식이 다양해지면서 드라마 집필 방식도 공동화·전문화 경향을 띠어가고 있다."라고 했다. 드라마 대본 공동 집필은 유행처럼 번졌다. 1994년 현재 방송 3사의 드라마 30여 편 가운데 2명 이상의 작가가 집필하는 경우는 KBS의 〈느낌〉, 〈내일은 사랑〉, MBC의 〈전원일기〉, 〈사춘기〉, SBS의 〈박봉숙 변호사〉, 〈좋은 걸 어떻해〉 등 6편에 달했다. 하지만 혼자 쓰는 작가들도 아이디어 등을 제공하는 보조 작가를 두는 경우가 많아 공동 집필은 겉으로 나타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되었다. 이 때문에 방송가에서는 이제 더 이상 드라마 대본이 혼자만의 고독한 산물일 수 없다는 인식도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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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이희용, 「드라마 페미니즘 물결 거세다」, 『세계일보』, 1993년 8월 19일, 14면.
  • ・ 오광수, 「여류 드라마 작가 안방극장 웃고 울리는 "마술사"」, 『경향신문』, 1994년 1월 14일.
  • ・ 『경향신문』, 1994년 1월 14일.
  • ・ 『조선일보』, 1994년 8월 21일.
  • ・ 『중앙일보』, 1994년 11월 16일.
  • ・ 김훈순·박동숙, 「텔레비전 드라마 여성 작가 연구: 여성주의적 글쓰기의 가능성과 한계」, 황인성 편저, 『텔레비전 문화 연구』(한나래, 1999).
  • ・ 최성민, 「'직업 드라마' 바람 거세다」, 『한겨레』, 1993년 12월 17일; 안치용, 「드라마 속 직업상 현실과 거리 멀다」, 『경향신문』, 1993년 11월 18일.
  • ・ 김균미, 「TV 드라마 공동 집필제 확산」, 『서울신문』, 1993년 9월 1일, 12면.
  • ・ 김도형, 「대본 공동 집필 활발」, 『한겨레』, 1994년 8월 5일, 10면; 이근영, 「전문직 드라마 전문직 시청자에 '혼쭐'」, 『한겨레』, 1994년 8월 12일, 10면.

김환표 집필자 소개

IT와 SNS 문화,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평론가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월간 『인물과사상』에 ‘사회문화사’를 연재했으며, 지금은 ‘인물 포커스’를 연재하고..펼쳐보기

출처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 저자김환표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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